꿈을 그리는 새 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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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그리는 새 학기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3.25 11:18
  • 호수 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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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 꿈을 그리는 계절이다. 더 높이 오르고, 더 멀리 뛰기 위해서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기지개 켜고 누구에게나 당당한 꿈을 그리게 한다. 딱딱하던 나뭇가지에서도 연노란 싹이 볼그래미 봄인사를 하고, 몽글몽글 맺혔던 꽃봉오리가 폭죽을 터트리는 시간이다. 앙증맞은 아기처럼 귀여운 봄의 전령사인 개나리, 마음을 풍성하게 하는 목련, 새악시 볼 같은 진달래. 바야흐로, 화전별곡이다. 정든 선생님, 친구들과 헤어지는 이별의 시간이기도 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만남의 시간이기도 하다. 유치원에서의 행동이 남아있는 초등학교 입학생은 개나리처럼 귀엽다. 수업시간중에도 선생님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이 있다며 친구에게 이야기 나누러 가기도 한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고, 식당개 3년이면 라면을 끓인다더니 초등학교 3학년이 된 나의 어린아들은 학교생활의 귀재가 되고 있다. 

 나의 학창시절에는 항상 자기소개를 필두로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때는 내가 사는 곳, 나의 가족, 취미나 특기를 소개했다. 그 시기의 생활통지표에는 아이들의 장래희망은 대통령, 과학자, 의사, 경찰관이나 선생님이었다. 중학교 때는 다른 초등학교 출신 학생들과 만나게 되니 한창 유행하던 유머1번지 개그맨 흉내를 섞어 자기소개를 했다. 자기소개는 누구와 단짝이 되어 지낼지 판가름 나는 시간이기도 했다. 수줍은 꽃잎처럼 인사하던 친구들은 그녀들끼리 스탠드에서 소곤거렸고, 개그맨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웃기던 친구들은 또 그녀들끼리 복도를 골목삼아, 운동장을 무대삼아 활보했다. 그때 무리였던 친구들은 남해를 떠나 살면서도 아직까지 한 통장에 마음을 모으는 친구들로 지내고 있다. 옷은 새옷이 좋고, 사람은 옛사람이 좋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대학생 때는 친구들과 쭈뼛거리지 않고 화장품가게도 가고, 귀를 뚫고, 당당하게 주점에도 갔다. 빨강 립스틱은 필수, 버스손잡이 만한 링 귀걸이를 하고, 소주를 마셔야 성년이 되는 것처럼 우리끼리의 촌스러운 신고식이었다.

 요즘 아이들의 꿈은 아주 다양하다고 한다. 내가 자랄 때 그렸던 안정된 직업보다는 유튜버, 건물주, 아이돌스타, 운동선수, 예술가, 작가, 크리에이터처럼 자부심은 기본, 돈에 구애받지 않고, 다채로운 활동을 하며 무엇보다 재미나게 살길 원한다. 서로가 그리는 꿈을 응원하던 아이들이 새 학기를 시작한 지 불과 3주 만에 청정하던 남해에 코로나가 고개 들기 시작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다. 벚꽃잎이 팝콘처럼 만발할 때는 확진자들은 다시 건강하게, 자가격리자들은 다시 활발하게, 군민들의 다시 행복하게 될 `다시 남해!`를 꿈에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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