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동체, 더 많은 봉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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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동체, 더 많은 봉사가 필요하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3.25 11:19
  • 호수 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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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광장 │ 서관호 시조시인ㆍ본지 칼럼니스트
서관호시인칼럼니스트
서관호
시인
칼럼니스트

 필자는 우수(雨水)무렵 지인들과 함께 호도와 조도를 돌아본 바 있다. 느낌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이미 미조항을 가득 메웠던 차량이 말해주듯 미조는 낚시 명소이고 그곳은 곧 호도와 조도를 일컫는다. 둘째, 이렇게 명소임에도 불구하고 2020년 8월말부터 9월초에 닥친 태풍 때 밀려온 쓰레기가 산을 덮고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행정력의 부재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주민의식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군 예산을 타 가는 자생단체는 수십에 이르는데, 군정을 일깨우고 봉사하는 단체가 과연 있는가를 말해주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유사한 증거는 또 있다. 죽방렴이 즐비한 지족해협은 우리 남해의 명소 중의 명소이다. 그 다리 밑(창선 쪽)을 내려다보면 팔각정이 서 있는 조그만 쌈지공원이 있다. 풀 한 포기, 꽃 한 그루 심기지 않은 민둥성이다. 당초, 고객의 가슴속에 아름다움을 수놓아주기 위해 만들었을 이곳이 차라리 밭으로 두었다면 마늘이라도 심었을 텐데, `방치`라는 이름으로 버려진 외상은 누구의 속을 말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게다가 그 옆에는 폐비닐 하치장까지 있어서 보는 이의 뇌리를 시꺼멓게 흩날리게 한다. 하필이면 관광명소에다 그 속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볼 성 사나운 것을 놓지 않을 수는 없느냔 말이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무려 40년간이나 총장으로 재직하며 오늘의 세계 최일류 대학으로 발전시킨 찰스 엘리엇은 "이 세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일한 만족의 길은 봉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봉사는 우선 그 누구 또는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일이다. 그래서 그 필요한 부분이 있는 대상에게 미치는 효과라고 여길 수가 있다. 그러나 봉사는 채워지는 대상보다 봉사하는 주체에게 더 큰 효과가 있고, 더 좋은 기능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하버드대학 실험결과에 따르면 의대생들을 봉사활동에 참여시킨 후에 체내 면역기능을 측정한 결과 면역기능이 크게 증강되었다. 또한, 마더 테레사의 전기를 읽게 한 다음 인체 변화를 조사했더니 그것만으로도 생명능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을 `마더 테레사 효과`라고 한다. 

 이런 증거는 우리 생활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있다. 파지를 줍는 할머니도 모은 돈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고 하고, 미화원 할아버지도 장학금을 쾌척했다는 보도는 우리가 흔히 듣는 낭보이다. 그러니까 봉사는 채워지는 대상이나 채워주는 사람이나 상호 윈윈(win, win)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인 셈이다. 

 이러한 이론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마는 실천이 문제인 것이다. 민족의 스승 남명 조식 선생은 "훌륭한 말씀과 글이 모자라서 사람과 세상이 바뀌지 않은 것은 아니며 문제는 실천하지 않는 데 있다"고 보았다.

 주역(周易)에 "경(敬)으로써 안을 곧게 하고 의(義)로써 밖을 반듯하게 한다(敬以直內 義以方外)"는 말이 있다. 남명 선생은 이 `敬義`를 중심사상으로 하여 자칫 공허하게 될 소지가 다분한 이론적 탐구보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실천`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오늘날 민주사회는 능력만 있으면 선량이 될 수 있다. 우리 남해도 하나의 지방자치단체이기 때문에 선거로 뽑는 대표가 많다. 그러기에 그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그 훈련을 쌓기 위해서 각종 단체 활동을 벌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사활동의 실적은 과히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의병을 일으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던 남명 선생의 제자들 이야기를 몰라서일까? 

 비록 선량이 아닐지라도 현대의 인격자는 봉사지수로 판가름 된다. 말하자면 봉사가 그 사람의 얼굴이자 간판이라는 말이다. 무슨 회장이나 기관·단체장이 되어서 업무추진비나 받아 챙기고 높은 자리에 올라서서 거들먹거리는 것이 목표인 사람은 오래지 않아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불우한 이웃을 돌아보고, 허술한 공동체를 어루만지고, 우람한 모두의 미래를 위해 실천하는 봉사자만이 우리의 대표가 되는 사회를 앞당겨야 할 것이다. 

 남명 선생의 가르침처럼 입으로만 조잘거리지 말고, 내가 디딘 발밑부터 튼튼하고 깔끔하고 향기로운 곳으로 바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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