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애슬론 `꿈나무`, 남해에서 기지개를 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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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애슬론 `꿈나무`, 남해에서 기지개를 켜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1.04.01 10:49
  • 호수 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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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택·이정민 씨 가족

상주초 전학 온 이도현·수연 남매, 전국대회 수상경력 가진 선수들
올 초 상주로 귀촌한 바이애슬론 `꿈나무` 이도현·이수연 남매 가족.
올 초 상주로 귀촌한 바이애슬론 `꿈나무` 이도현·이수연 남매 가족.

 겨울에도 눈이 오지 않는 남해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들었다. 상주면 상주초등학교(교장 안영학)에 전학 온 4학년 이도현, 2학년 이수연 남매다. 이도현·이수연 남매가 특별한 까닭은 둘 다 스키 `꿈나무`라는 점이다. 

 이 아이들은 바이애슬론(평지와 오르막을 다니는 노르딕 스키와 사격을 접목한 스포츠로 동계올림픽 정식종목) 선수다. 지난해에 입문했는데 1년 만에 도현(당시 3학년) 군은 올 2월 초 열린 제35회 회장컵 전국바이애슬론 대회에서 남자초등 저학년부 스프린트 1위, 개인 2위, 집단출발 2위를, 2월 말에 열린 제32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컵 전국바이애슬론 대회 남자 초등 저학년부 스프린트 경기 2위, 개인경기 2위, 집단출발 2위를 차지했다. 

 동생인 수연(당시 1학년) 양도 이에 질세라  35회 회장컵에서 여자초등 저학년부 스프린트 3위, 개인 3위, 집단출발 3위를 기록했다. 바이애슬론을 시작하기 전 남매는 알파인스키(슬로프를 활강하는 스키 종목)를 했다.

 지난달 29일 상주초등학교 도서관 `책별당`에서 만난 도현·수연 남매는 또래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하면서도 운동에 대한 태도만큼은 사뭇 진지하다는 인상을 줬다. 

 "요즘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게 재밌다"는 도현 군과 수연 양은 그러면서도 "스키 타는 게 재미있어 앞으로도 쭉 스키선수로 뛰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남자 셋, 여자 셋` 귀촌가족
 도현·수연이네 가족은 올해 초 남해로 귀촌했다. 이효택(40)·이정민(41) 씨 부부가 부산 광안리에서 살다가 도현(11)·수연(9)·채현(8)·수정(6) 4남매를 데리고 남해 상주에 과감히 둥지를 틀었다. 그러고 보니 이 가족, 아이들이 좀 많다. 아버지 이효택 씨는 `남자 셋, 여자 셋` 가족이라고 소개한다. 이 가족이 남해 상주와 인연을 맺은 건 2008년경부터다. 스키·수영 선수 출신으로 대학에서 수영을 가르치는 이효택 씨는 인명구조 교육강사로도 활동하는데 그해 남해 상주에서 일을 하다가 익수자 2명을 구조하기도 했다. 이후 가족과 함께 종종 놀러왔고 지난해에는 상주에 집을 빌려 온 가족이 1년만 살아보기로 했다. 그러다 남해군과 상주초가 함께하는 작은학교 살리기 프로젝트를 알게 됐고 고민 끝에 아예 전입하게 됐다. 
 이효택·이정민 씨 부부는 "마을과 학교가 아이들과 지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모두 학교 가는 걸 좋아한다"고 입을 모은다. 

 체육인 아버지답게 이효택 씨는 도현·수연 남매가 어릴 때부터 다양한 운동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왔다. 수영, 스키 등도 그렇게 접하게 됐다. 이효택 씨는 "바이애슬론은 스키와 사격이 결합된 운동으로, 정신력과 집중력, 체력 모두가 필요한 종목이다. 국내에서는 비인기종목이지만 유럽에서는 상당히 인기가 많고 대중적"이라고 소개하며 "다행히 우리 아이들이 기초체력과 지구력이 좋아 한 학년 선배 선수와 겨뤄도 손색이 없다. 올해는 메달 가능성도 더 높아 보인다"고 조심스레 말한다. 물론 성적이나 결과보다는 운동하는 과정을 즐기는 게 중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남해에서 바이애슬론 하기
 그런데 눈도 안 오고 관련 기반시설 하나 없는 남해에서 남매가 바이애슬론 선수로 성장하는 게 가능할까. 아버지 이효택 씨는 알펜시아 경기장이 있는 강원도를 제외하고는 사실 우리나라 어디든 바이애슬론 훈련이 어렵다고 말한다. 지난번에도 강원도에서 3개월간 합숙훈련을 하고 대회에 참가했다고. 

 알아보니 다행히 남해에는 실내사격장이 있단다. 다른 종목의 사격장이지만 그곳을 활용하면서 틈틈이 강원도에서 훈련하려고 한다. 

 바이애슬론이 동계스포츠이기는 하지만 하계대회도 있다. 롤러스키를 타고 코스를 1~2㎞씩 주행하는 하계 바이애슬론을 할 수 있다. 

 "남해에는 스포츠 전지훈련을 많이 오니까 바이애슬론 선수들도 훈련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선수들이 오게 하려면 남해에도 바이애슬론 선수가 있다는 걸 많이 알려야죠."

 올해 상반기에는 초등학생 대상 국가대표 꿈나무 선발이 있다고 한다. 도현·수연 남매가 지금까지 쌓은 점수가 높아 크게 어렵지 않을 거란 전망도 조심스레 해본다. 바이애슬론 `꿈나무`가 남해에서 자라고 있다.
 

지난 2월 초 제35회 회장컵 전국바이애슬론대회에서 입상한 이도현 군.
지난 2월 초 제35회 회장컵 전국바이애슬론대회에서 입상한 이도현 군.
같은 대회에서 입상한 동생 이수연 양.
같은 대회에서 입상한 동생 이수연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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