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남해, `같이`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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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남해, `같이`의 `가치`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4.01 11:08
  • 호수 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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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남해일기

 사계절이 지나도록 들불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진 코로나19는 청정지역이라 소문난 우리 남해도 예외를 두지 없었다. 직장인들이 가장 기다리는 금요일(3월12일),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도 확진자들의 동선과 안전안내문자에 신경이 곤두섰다. 확진자 중에는 독거노인이 몇 분 포함되어 있어 집과 경로당 외에 다른 동선이 없다는 사실에 짠한 마음과 안쓰러움이 솟았다. 
 
 대가족이 살고 있는 확진자의 가족 중에 아들과 학교에서 급식동선이 겹쳐 검사한 학생의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학교에서 대기했다. 저녁 약속을 취소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 안전안내문자와 지인이 알려주는 소식은 나를 조바심 대열에 합류시켰다. 
 외부출입을 하지 않아 평소보다 긴 주말을 보낸 후, 월요일(3월15일) 아침부터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안내문자가 왔다. 딸아이의 같은 반 친구가 확진을 받았으니 학교에 설치한 선별진료소로 검사를 나오라는 것과 다른 학년은 온라인수업으로 대체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들을 노트북 앞에 앉혀두고, 딸에게는 KF94 마스크를 씌우고, 상황을 설명한 다음 코로나 검사에 대해 알려주고, 지인에게서 건네 들은 같은 반 친구의 정보는 딸에게도 비밀로 부쳤다. 
 
 아이를 교문 앞에 데려다 주고, 회사에는 급한 이메일 확인만 한 다음 곧장 집으로 와서 함께 생활하는 엄마와 아들을 데리고 보건소 선별검사소로 향했다. 보건소 입구에서부터 분위기가 삼엄했다. 방문차량 주차안내, 검사자의 방문동선 체크, 검사 전 사전 인터뷰, 코와 구강에 검사, 한 시간 가량을 선별진료소에 대기하면서 보건소 관계자의 수고로움을 지켜보았다. 지난 일주일 동안의 이동동선은 경제활동을 하는 나는 출장을 간 것과 제로페이 이용내역으로, 아들은 집과 학교, 학원 시간을 체크하니 동선이 채워졌다. 문제는 엄마였다. 시장에 내려가 떡도 사고, 쑥도 캐러 가고, 친구 만나 점심도 먹었다는데, 일흔을 넘긴 촌로의 현금사용은 이동동선 기억에 혼란을 가져왔다. 할머니가 사온 떡을 먹은 아들과 엄마가 끓인 쑥국을 먹은 나, 친구와의 통화로 동선 조각퍼즐을 맞췄다. 
 
 학교의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은 딸은 곧장 집으로 와 친구들에게 들은 같은 반 친구를 자기만 모르고 있더라며 나에게 원망의 눈길을 보내는 듯했으나 아이가 알아듣기 쉽게 잘 설명해주어 오해가 풀렸다. 자가격리대상자가 된 딸에게는 자가격리 담당 공무원이 방문해 자가격리통지서와 구호물품을 전달해 주었다. 담당자는 고유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수시로 열체크, 이상증상 발현 유무를 묻고, 아이가 격리생활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지 자주 안부를 물어왔다.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자주 환기하고, 개인소독하며 우리는 코로나의 일상속에서도 침착성을 유지하고 매뉴얼에 따라 생활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 업무, 식사준비, 책읽기, 인터넷 쇼핑, SNS를 하며 보냈다. 
 
 우리지역 소식을 자주 접하는 커뮤니티에 한가족 중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00페인트의 가족이 올린 사연을 접했다. 「아버지께서는 00페인트를 운영하며,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등 성실히 생활해왔음에도 공개된 사업장이 최초 발원지로 각인되어 2차 피해발생이 우려되고, 병마와 싸우며 힘든 시간을 마친 후 다시 지역에서 비판받지 않고 예전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라며, 코로나 확진자, 밀접.간접접촉자로 검사를 받은 사람들은 일상이 위축될 수 있으니 빠른 극복을 위해 주변에서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배려와 격려를 부탁드린다」는 요지였다. 
 
 이번 코로나 확진은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다. 나에게도, 내 가족에게도, 내 동료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누구를 탓할 수 없다. 같이 하면 일이 수월하다는 속담으로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현대에 이르러 `백짓장은 맞들면 찢어진다`로 변질되었다고 하지만, 같이 할 때 더 빛나는 가치가 있다. 일상으로 돌아와 이웃과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같은 반 친구가 교실에서 공부하게 되었을 때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잘 이겨낸 축하의 박수를 쳐 주자. 
 
 전쟁터같은 보건소의 선별진료소를 이끌어 가는 의료진과 관계자, 추가업무가 맡은 자가격리자 담당공무원, 코로나 총괄 상황실을 이끌어가는 재난안전과, 개인방역을 홍보하는 관광시설 종사자, 그 외에 일일이 열거하지 못한 각자의 자리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는 모두에게 격려를 하자. 2주간 우리들의 발소리를 머리 위에 이고 생활하셨던 아랫집 이웃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함께 살아왔고, 또 같이 살아가야 할 남해. 이웃의 아픔은 함께 해 그 슬픔을 줄어들게 하고, 좋은 일도 함께 해 그 기쁨이 배가 될 수 있도록 같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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