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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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별곡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4.08 11:38
  • 호수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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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남해일기
사진제공 - 이종호(남해군청)
사진제공 - 이종호(남해군청)

 꽃밭(花田), 남해의 또 다른 이름이다. 겨울이 지나기 무섭게 바통을 이어받은 봄이 되면 형형색색의 꽃들과 나무들이 자연 물감으로 온 산천에 수를 놓아, 남해의 곳곳은 꽃향기와 함께 다니게 된다. 한창 절정으로 피어나는 벚꽃은 비와 바람을 안고 와 꽃잎이 흩날린다. 아래로 낙화한다고 아쉬워하거나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 바람에 날리고, 비에 젖어 땅에서 한 번 더 피어나는 까닭이다. 하늘을 덮은 벚꽃이 터널을 이루고, 유채와 튤립이 단장할 때 남해의 도로는 차창을 열고 드라이브하기 좋다. 논과 밭의 두렁마다 귀하게 자라는 작물들과 물 빠진 바다에 피어난 갯파래의 연둣잎을 멍 때리고 바라보면 힐링이 따로 없다. 굽은 허리를 숙여 쉬지 않고 호미질하는 어머니들, 바다, 바래. 그래서, 남해바래길은 어머니의 길인가 한다. 옛길과 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숨은 보물로 임진성의 봄을 추천하고 싶다. 세상을 호령할 사주는 얻지 못했으나, 남해의 보물을 알아볼 재주는 얻은 듯하다. 성곽을 힘주어 걸으면 사방에 펼쳐진 보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임진성 입구에는 유채밭이 황금처럼 펼쳐져 있다. 멀리 여행온 듯한 기분으로 사진도 찍고, 유채줄기도 꺾어 먹는다. 아이의 오물거리는 입이 봄이고, 보물이다. 잎보다 먼저 피어난 목련과 벚꽃이 꽃잎을 떨구고, 연초록 잎이 아지랭이처럼 피어오르면 봄소풍을 가는 시기였다. 가지런히 잘라 담은 김밥과 삶은 계란, 사이다를 가방에 넣고 쇠섬이나, 남산공원, 양지뒷산으로 소풍을 갔다.


 줄줄이 서서 앞서 걷던 `점녀`의 발걸음이 어찌나 느린지 나는 뒤에서 가방을 밀어주었다. 그 순간 앙칼진 목소리가 산기슭을 울린다.


 "야이 가시내야. 내 가방 밀지마라. 가방안에 닭알 터진다."


 우리는 닭알이라는 소리 하나에도 너무 웃겨 때굴때굴 구를 뻔했다. 산등성이의 평지에 돗자리를 깔고 가방을 풀었을 땐 금이 간 계란이 먼저 나왔다.


 "봐라, 내가 밀어줘서 더 까기 쉽다 아니가. 니 닭알."


 소풍의 묘미는 반별 장기자랑, 수건돌리기, 보물찾기였다. 수건놓고 달려가는 친구를 잡아 볼 거라고 달리다가 미끄러지는 수건돌리기, 참 열정이 넘치는 친구들이었다. 장기자랑은 미래의 사회자, 개그맨, 가수, 연극배우를 발굴하는 기회였다. 불독같았던 학생부장 선생님의 특정한 행동과 성대모사를 해도 공식적으로 용서되는 시간이었다. 선생님들을 실컷 소쿠리비행기 태워드리고 나면 곧 보물찾기가 시작된다. 돌 틈이나 풀 속, 소나무 가지에 놓인 보물찾기에 우리들은 최고의 집중력과 집념을 발휘했다.


 그때 그 끼많던 친구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친구들아, 우리 소풍가지 않을래?


 가방속에는 천연색을 입힌 김밥 도시락을 넣고, 자연이 피워낸 바람소리도 듣고, 삶은 계란을 가슴치며 먹고, 계란 닮은 개망초꽃도 보러 가자. 떨어지는 꽃잎들에게 내년 봄에 다시 만나자는 인사도 하고, 점프해서 껑충 튀어오르는 여름 맞이 하러 가지 않을래?


 소풍가방 메고 와글와글, 종알종알 사람꽃을 피우던 학교 교문앞 풍경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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