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불편해도 안전이 먼저인 교통시스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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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불편해도 안전이 먼저인 교통시스템 만들어야”
  • 하혜경 서울주재기자
  • 승인 2021.04.09 10:33
  • 호수 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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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택영 향우 교통안전환경연구소 설립
버스중앙차로제, 윤창호법 입법 자문 교통안전분야 전문가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하며 국내 대표적인 교통전문가로 알려진 장택영 향우가 지난 1월 교통안전환경연구소를 설립했다. 서울시 버스중앙차로제, 음주운전 단속강화 법률인 일명 ‘윤창호법’ 등 국내 선진 교통체계와 법률이 그의 도움으로 탄생했다. 지난달 29일 강남역 인근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 남해읍 봉전마을에서 태어났다. 선친은 남해여중과 여고 교장을 역임하셨고 지금은 부모님 두 분 모두 돌아가셨다. 남해중학교를 졸업하고 진주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와, 서울에서 대학 진학하게 되었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교통관리 전공하면서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연구하다 일본 교토대학에서 교통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90년대 중ㆍ후반을 지나면서 도시교통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는데 대중교통으로 솔루션을 찾고자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국엔 언제 다시 들어왔나 = 일본에서 학위를 받고 미쓰비시 종합연구소에서 박사후 과정 사회생활을 하다가 2002년 서울시 버스체계개편 작업을 하던 선배 요청으로 귀국했다. 중앙버스차로제를 도입하면서 준공영제 시스템을 정립하고 통합거리요금제를 정책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연구 제안했다. 특히 준공영제라는 개념은 그때까지 용어조차 없던 건데 나름대로 정의해 만들어냈다. 지금 생각해 봐도 고생한 보람이 있다. 준공영제라는 말들을 많이들 사용하니깐. 서울시 과제를 수행하던 중 2003년 삼성 해외핵심인력 채용 제도를 통해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들어가게 됐다. 지속가능한 교통로드맵를 수립해 신교통수단인 녹색트램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국회의원들과 노면전차(일명 트램) 관련 제도개선 등도 연구했고 특별법을 만들려고 추진하다 무산됐지만 지금도 아쉬움이 남아 있다.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트램을 도입코자 하고 있다. 

교통안전환경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 교통안전 컨설팅을 기본으로 하면서 교통체계 선진화를 위해 첨단기술을 접목시키고자 한다. 설립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교통 환경 변화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자율주행, 수소경제 자동차 산업, 뉴딜 교통정책 등등. 하지만 교통문화, 안전의식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낙후되어 있고 열악하지만 조금씩 변화하고 있어 긍정적이다. 옛날에는 효율을 먼저 고려했다면 지금은 안전을 우선 생각한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교통사고로 인한 보상금도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최대한 안전한 교통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땐 현재의 교통시스템은 개선이 많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우리나라 교통사고율은 OECD 가입 국가들 중 꼴찌 수준이다. 10년 전 20년 전에도 최하위 수준인데 그 이유는 교통체계 그 본질에 문제가 있어서이다. 도로교통법, 교통안전법 등 교통 관련 법령들은 모두 일본 모델을 가져왔는데 신신호체계니 뭐니 교통시스템은 미국 모델을 주로 도입했다. 미국 도로는 넓고 뻥뻥 달릴 수 있지만 인구 밀집지역으로 도시구조가 형성돼 있는 우리나라는 도로를 건설할수록 막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근본적인 재진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교통안전을 추진하는 지자체 단위에서 안전만을 담당하는 공무원 조직이 없다. 국가 중앙정부는 경찰청이나 국토부에 교통안전과가 있지만 지방정부로 내려오면 어디서 담당해야 할지 부서가 없으니 예산도 없는 거다. 곧 자치경찰제가 시행될텐데 큰일이긴 하다.
마지막으로, 교통 분야는 조금은 복잡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필요한데 공무원들이 2년 순환보직제로 근무하다 보니 업무에 익숙해지면 다른 자리로 옮기는 상황이 발생한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사고조사계는 6개월만 근무해도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민원과의 전쟁을 치루고 있는 상황이다.

교통안전 설계도 지자체의 일인가 = 그렇다. 빌딩을 세우고 축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통환경은 시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인만큼 지자체에서 고민하고 개선해야 하는 일이 많은 분야다. 그 대표적인 게 각 지자체가 5년마다 교통안전기본계획을 수립 시행해야 하는데 내년이 5년차 계획이 시작되는 해이다. 매번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백화점 식의 대책을 세우면 안하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해당 지역에 맞는 정책을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항상 현장의 문제는 답이 현장에 있는데 책상머리에 앉아서는 알 수가 없는 거다. 지금은 안전한 교통환경을 만들기 위한 기본설계를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 시기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을 교통안전에 도입해 사고율을 줄일 수 있는 전략이 나와야 한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자치경찰제도가 전면 도입되면 각 지자체장들의 책임과 역할이 기대된다.

고향 남해의 교통안전을 위한 제언이 있다면 = 남해는 농어촌 지역특성과 관광지로서 목적통행이 혼재되어 있는 지역이다. 국도는 많이 개선됐으나 지역의 지방도로로 가게 되면 아직도 선형이 좋질 않아 방문객들이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해질녁 어스름한 시간대 빛반사로 농기계나 보행자들이 갑자기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때 전방에 농기계나 보행자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운전자가 정보를 제공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사고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수려한 해안선을 체험할 수 있도록 첨단 무가선 노면전차를 도입해 관광 컨텐츠로 검토해 보는 것도 의의가 있을 듯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 교통안전 문화를 선진화시키는데 작은 보탬이 되고자 한다. 선진국의 예를 보더라도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곧 교통시스템을 발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다. 시민 스스로가 자기 지역의 안전을 챙기도록 컨설팅하고 행정과의 협업을 통해 첨단의 기술을 접목시키는 선순환의 교통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기어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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