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전체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고민해줬으면"
남해군 인구변화에 빨간 불이 켜진 지 오래다. 군 인구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2월 말 기준으로 남해군 인구는 총 4만2958명(남 2만707명, 여 2만2251명)이고 이는 2019년 대비 664명(1.52%) 감소한 수치다. 반면 세대 수는 2만2780가구로 작년 대비 168가구 증가했다.
또 2011년 대비 2020년 남해군 인구는 7284명(14.5%) 감소했으나 65세 이상 인구는 10년 전에 비해 1007명(6.6%) 증가했다. 여기에 2020년 전입과 전출 인구는 각각 3728명과 3794명으로 전출인구가 60여 명 많아 큰 차이가 없지만, 출생아와 사망자 수는 각각 123명과 587명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아에 비해 무려 5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남해군은 최근 들어 각종 귀농·귀어·귀촌 정책을 펼치며 청년인구 유입정책, 작은학교 살리기 프로젝트 등을 통해 인구와 세대 유입을 꾀하고 있다. 출산장려금(300~500만원) 지급을 비롯해, 공동육아나눔터·다함께 돌봄센터 운영, 임산부와 영·유아 의료비 지원 등 저출산 대응 다양한 지원 사업도 펼치고 있다.
남해군은 지난 6일 종합사회복지관 다목적홀에서 `함께 고민하는 출산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 맞춰 출산장려 정책을 입안하려는 목적으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육아를 하고 있는 부모들, 어린이집·여성단체 실무자, 담당 공무원 등이 참석했다.
젊은 부부 정착·출산·양육 가능해야
간담회는 배진호 행정복지국장의 주재로 진행됐다. 이날 참여자들의 주요 발언 내용은 청년 부부들이 정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의료·문화·보육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 출산장려금보다는 아이의 성장 시기마다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문화적·사회적 재화가 지원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남해군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2020년 전출 사유는 직업(30%), 가족(30%), 주택(20%) 순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전입 사유도 가족(26%), 직업(25%), 주택(18%) 순으로 나타나 일자리와 주택, 교육 등이 인구 유입에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류평준(남해읍) 씨는 "젊은 부부가 남해에 정착해 아이를 낳고 살려고 해도 농사나 바다 일밖에 없어 일하기가 힘들다. 우리 부부는 함께 일을 해야 해서 백일도 안 된 아이를 맡기는 데 한 달에 100만원씩을 유치원에 들어갈 때까지 댔다. 제도적으로 젊은 부부들이 아이 키우며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출산장려금 대신 아이들 키우는 데 필요한 양육비라든가 정착금으로 바꿔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정착금을 지원해주고 나중에 환급을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 육아 경험이 많은 마을 어르신이 아이 키우기에 동참하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수경(고현면) 씨도 "타 지자체의 경우 결혼하면 1억을 빌려주고 셋째를 낳으면 아예 탕감해주는 정책을 펼 거라고 한다. 남해는 출산이 많지 않으니 출산장려금을 양육비나 생활비로 매달 분산해서 주면 도움이 될 것 같고 보육시설을 확충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한 참석자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을 변변히 쓸 수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주위의 인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고 토로하며 "출산장려금도 좋지만 기업과 지역사회 모두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교사인 이경애 씨는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모든 아이들이 다 귀하다.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이 신나게 자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교사들도 힘이 나도록 어린이집에도 지원을 많이 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이돌봄서비스 시행 단체인 남해여성회의 구정미 씨는 "아이돌봄서비스를 시행한 지 10년이 넘었고 필요한 가정도 많지만 아직도 이 사업을 잘 모르는 가정이 많다. 또 돌봄교사가 읍에 집중돼 있고 기동성이 없어 면단위로 나가는 일이 쉽지 않은 점과 돌봄서비스 이용시간이 같은 시간대에 집중돼 교사는 부족하고 교사들 입장에서도 이 일이 생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가정·행정·지역 함께하는 조직 필요
이에 대해 유관부서 공무원들은 △아이돌봄사업 확대와 홍보, 돌보미 보수 문제를 정비할 필요성과 어르신 돌봄 참여기회 확대 △어린이도서관, 실내놀이터, 생활SOC꿈나눔센터 건립 △공동육아나눔터 주말 확대운영, 문화 프로그램 구축, 놀이키트, 밀키트 등의 다양화와 고급화 △유사시 긴급돌봄, 연장돌봄 등 돌봄체계의 보완 △난임부부와 임산부 검진비 지원 △가족친화적 기업환경 조성(포인트제 등)을 검토하고 추진해가겠다고 말했다.
배진호 행정복지국장은 "출산장려금, 지원금은 그대로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우기 위한 기반조성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행정도 많은 정책과 지원을 시행하고 있으나 담당부서가 흩어져 있고 홍보가 안 돼서인지 아직도 많이 혜택 못 받고 있는 것 같다. 또 육아나눔터, 돌봄센터 등 돌봄기능이 분산돼 있다"면서 "집중적으로 사업을 해갈 수 있는 시스템, 중간지원조직 같은 집약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가정과 지역사회 행정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