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랭이마을 구름다리, 철거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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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랭이마을 구름다리, 철거신세
  • 김희준 기자
  • 승인 2021.04.30 09:48
  • 호수 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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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태풍 ‘하이선’으로 파손, 7개월 방치돼
구조안전진단 결과 사용불가에 해당하는 D등급 판정
구름다리와 보행교 난간이 유실된 채 방치되고 있다.
구름다리와 보행교 난간이 유실된 채 방치되고 있다.

남해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인 가천 다랭이마을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넘치는 관광객들을 위해 2015년에 남해군이 문화재청과 협의해 마을 인근에 주차장을 신설했으나 3월부터는 평일에도 만차에 가까운 방문객이 방문해 바다 끝자락까지 경치를 즐기고 있다.
잘 닦인 비탈길을 완만히 내려 가면 두 갈래길을 만나는데 왼쪽은 관광객들이 오르내리지만 오른쪽 길은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다. 오른쪽에는 다랭이마을의 상징같은 ‘구름다리’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 구름다리로 통하는 두 개의 작은 보행교 난간이 작년 여름 10호 태풍 하이선이 몰고 온 강풍과 파도로 인해 유실돼 임시 안전조치로 이쪽 길이 폐쇄됐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두 개의 보행교를 지나 구름다리를 건너 만나는 널찍한 바위터에 많은 탐방객이 모여 바다 풍경을 관람할 수 있었다. 이 마을 김효용 이장은 “구름다리가 오래 방치돼 답답한 마음이지만, 매년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만큼 안전이 우선”이라며 “4월초에 문화관광부 국장 외 관계자들이 현장을 답사해 안전진단 등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으므로, 믿고 기다려 보겠다,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이선으로 파손돼 방치된 지 8개월여가 지난 지금도 구름다리가 복원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곳은 지난 2005년 명승 제 15호로 지정된 다랭이논 인근이라 문화재청과 군 문화재팀이 관리를 맡고 있는데 다랭이논 경작면적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문화재청이 지속적으로 지원을 이어갈 명분이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산 편성과 사용에 있어 우선순위가 밀린 것도 이유라고 한다. 거기에 더해 지난 23일경 외주업체의 구름다리 구조안전진단 결과, 사용불가에 해당하는 D등급이 떨어졌기 때문에 군비를 투입해서라도 복원 가능성을 염두에 뒀던 군도 철거로 가닥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윤영식 문화관광과 문화재팀 주무관은 “복구에 무게를 뒀으나 구조안전진단 결과 사용불가 등급이 나와 내부적으로 철거를 준비 중이다. 군 예산이 편성되는 데로 안전하게 철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매년 약 4천만원에 가까운 복구비가 소요됐다, 타 도시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는데 역시 철거로 가닥이 잡혔다, 안타깝지만 복구는 힘들다”고 말했다.
다랭이마을의 구름다리는 규모는 작지만 설치한 지 10여년 째 크고 작은 태풍을 견디며 주민과 관광객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구름다리가 철거되고 나면 빈자리는 당분간 새로운 구조물이 들어설 계획이 없다. 고령화로 논 경작면적이 줄어드는 것과 유입된 외부자본이 논을 관광지로 개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다랭이마을의 구름다리는 마을이 전통을 지키면서도 본격적인 관광지로 나아갈 것인지, 명승지를 보존해가는데 힘을 실을 지의 기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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