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로컬시대, 남해
상태바
청년 로컬시대, 남해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4.30 15:04
  • 호수 7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너희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다. 90년대생인 직장동료들과 함께 어울려 일하다 보니 70년대 후반에 태어난 나는 어느새 `젊은 꼰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세대를 충분히 알지 못한 채, 마음만 스무살이어서 `청춘`이라는 가면만 힘겹게 지킨 꼴이다.


 시골의 고만고만한 지자체들은 동병상련으로 인구가 점점 노후화 되어가고, 빈집이 늘어나고,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줄어들어, 우리 남해군도 30년 이내에는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라는 꼬리표를 안고 있었다. 농경사회 때는 피를 나눈 부모 형제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함께 했지만 지금은 핵가족화 또는 1인 가족 시대로 대한민국은 하루 생활권이 된 지 오래다. 
 
 땅과 바다가 최고인 줄 알고 사셨던 아버지나 어머니처럼 살지 말라며 객지로 보낸 자식들은 도시 사람이 되고 말았다. 부모님 세대는 백발과 주름을 훈장처럼 안고 지난 세월을 삭이고 있다. 청년들은 자꾸만 시골 탈출을 하고, 어른들은 더 늙어가고 있지만 아름다운 보물섬 남해 살리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인구소멸위기에 동참할 수 없어 청년친화도시를 선포하고, 청년들과 협업하고 있다.


 남해에서 나고 자란 남해 청년, 도시에서 남해로 귀촌한 도시 청년, 놀러 온 남해에 눌러앉은 여행자 청년들이 슬기로운 로컬생활을 만들고 있다.


 이런 로컬의 중심에 남해의 지역자원이 있고, 남해를 기록할 이야기를 이어가고, 남해의 풍경이 사진으로 담긴다. 특히, 청년들은 어른들의 오래된 기억을 현재로 소환해 내어 미래로 이어간다. 도시생활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시골에서의 삶이 느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로컬의 속도는 아주 느리다.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와는 다르게 나 자신이 뒤처지는 것 같은 조급함도 느낄 수 있다. 청년들의 시계는 바삐 돌아가지만, 마음에 여유를 가지면 바다가 더 잘 보이고, 마을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고, 좋은 자원들을 잘 발굴해 낼 수 있다. 시골의 단점을 파괴한 축복이다.
 
 한국의 아쇼카 펠로우로 선정된 청년이 남해에서 농사를 짓고, 유채와 문어를 도시로 보낸다. 문화콘텐츠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은 여러 분야의 공모사업에 도전해 예산을 남해군으로 들여와 전시도 하고, 어부들의 밥상도 기록한다. 오래된 공간을 재생한 살롱에서 염색이나 공예수업을 하는 청년기획가들이 있고, 창업청년들이 좋은 에너지를 발산시킨다. 로컬은 연결이다. 도시의 세련미와 로컬의 지역성을 연결하는 청년들의 활동으로 남해가 점점 젊어지고 있다. 


 내가 청년임을 확인할 수 있는 또 한 가지. 바로 청년 도서구입 지원사업이다. 자격증 취득을 위한 전문서적, 교양을 쌓기 위한 인문학 서적을 1인 20만원까지 신청할 수 있고 50%를 행정에서 지원해준다. 


 코로나로 일상이 바뀐 요즘,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거리두기를 하면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생긴 청년들이 마음껏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나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가장 행복한 휴식은 `망중한`이라고 생각한다. 걸어온 길의 숨 가쁘게 바쁜 중에 생긴 틈에서 한편의 독서는 사막의 오아시스일 것이다.


 지역에서 발견한 작은 씨앗으로 움을 틔워 울창한 숲(書林)을 이루어 낼 남해 청년들을 응원한다. 


 청년들을 응원해주시는 장년층과 어르신들께도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