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중학교 교가 교체를 거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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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중학교 교가 교체를 거부하는 이유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4.30 15:06
  • 호수 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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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86 │碧松 감충효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남해중학교 교가 교체가 환영받을 만한 일인가?


 졸업생들의 정서를 외면한 교가 교체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이유야 어떠하든 수십년간 불러오며 모교 역사의 한 축이 되어 졸업생들의 정서에 자리 잡은 교가를 교체한다는 발상은 결코 환영할 일이 못 된다. 졸업생 전원에게 설문지를 돌린다면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이 교가 교체를 반대할 것이다. 


 교가를 교체하려고 하는 데는 교육 당국의 나름대로의 고충과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당 학교를 졸업한 수 많은 졸업생들에게는 크나큰 상실감으로 이어져 모교와 멀어지는 느낌마저 든다면 과연 누구를 좋게 하기 위한 교가 교체인가? 


 필자는 남해중학교 15회 졸업생이다. 졸업한 지 60년이 다 되어가도 노랫말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부를 수 있다. 그만큼 꿈 많고 감수성이 강한 중학교 학창시절의 그 정서를 함부로 빼앗아가는 행위는 좋을 수가 없다. 엄마의 자장가처럼 또는 응원가처럼 또는 진취적 도약을 꿈꾸는 학도의 다짐처럼 불러온 우리 학창의 교가를 감히 누가 손댄단 말인가? 


 교가 교체에 대해서 경향 각지의 졸업생들이 들고 일어남에 이게 무슨 변고인가 하고 정신이 퍼뜩 들어 새로운 교가 작사 공모의 광고를 수소문해 보았다. 


 광고의 처음 시작은 `9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남해중학교`를 전제로 하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지금에 와서 이런저런 논리로 교가를 교체한다는 것은 90년 역사와 전통을 무너뜨리는 모순을 담고 있다. 즉 교가는 학교의 역사와 함께 오래되면 될수록 역사와 전통 앞에서 더욱 빛나고 당당해지는 것이다. 역사가 짧은 신생학교는 기나긴 연륜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윽한 역사의 향기를 지닌 학교의 교가를 부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광고에서는 또한 `교내 일제 잔재 정비`의 일환이라고 했는데 남해중학교 교가의 가사가 뭐가 그리 일제 잔재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한민국 대개의 학교 교가 가사가 그러하듯 주변의 큰 산과 강과 바다가 있고 들판이 있다. 그리고 그 지방의 향토 특산물이 등장하고 명승고적이 뒤따른다. 


 남해중학교 교가의 1절 가사에 등장하는 단어들은 다음과 같다. 금수강산, 남쪽 바다, 우리 남해, 상록수, 삼자향기, 망운산, 진리의 전당, 흰 뫼 정기, 대양호기, 무궁화 떨기 등이고 2절 가사에는 죽산 대숲, 푸른 정기, 우리 지조, 봉강산 봉, 우리의 기상, 강진 물 넓음, 우리의 보람, 횃불로 온 누리 비추기, 한 손에 펜, 한 손에 삽, 이 강산 묵은 밭 갈기 …….


 이것 말고 무슨 더 좋은 말이 필요하랴, 오히려 극일의 힘을 키우기에 충분한 선구자의 사자후 그 자체다. 어느 것 한 가지라도 일본을 찬양한 일재잔재는 없다. 이 곡을 작곡한 분이 현제명 선생이기에 일재잔재로 몰아붙이는 것은 너무나 졸렬하기 짝이 없다. 


 교가교체위원회라는 조직이 어떻게 구성되었고 그 구성원이 몇 명이며 각자 어떤 성향의 사람들인지는 광고에 소개되지 않았기에 여기에서 더 따질 것도 없거니와 잠시 이 광고의 실행은 보류하고 졸업생 전원의 여론조사를 먼저 해보기를 제안 드린다. 


 교가 교체가 말 그대로 90년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기 위한 일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꼭 교체를 하고자 한다면 졸업생과 재학생 전원에게 설문지를 돌려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타당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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