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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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4.30 15:14
  • 호수 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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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누구보다 바르고 높이 자라서 주변 나무들이 우러러 보게 하는 등나무가 있었다. 


 스스로 하늘을 향해 자랄 수 없음을 알게 된 등나무는 바닥을 한참 기어 올곧게 쭉 뻗은 소나무를 발견하고는 몸을 감아 오르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을 소나무를 빙빙 감으며 오르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소나무의 끝까지 타고 올랐다. 


 등나무는 높이 오른 후 주변의 나무들을 내려다보며 잎을 흔들며 자랑했지만 주변 나무들은 타고 오른 소나무에는 존경을 보여도 등나무가 자력으로 높이 오른 것이 아니라며 흉을 보았다. 등나무는 주변 나무들이 자신을 무시하자 잎으로 소나무를 가려버리면 자신을 칭송할 것이라 믿으며 부지런히 잎을 키워나갔다. 등나무잎이 무성해질수록 괴로워진 소나무가 등나무에 자중할 것을 부탁했으나 감아 오른 것을 감추려 빼곡히 잎을 채우는 일에만 열중했다. 어느 순간 등나무는 소나무를 완전히 덮어버렸고 소나무는 숨조차 쉬기 어려워지고 말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소나무를 덮어버린 등나무가 주변 나무들의 우두머리 노릇을 했고 입이 막혀버린 소나무의 존재는 점차 잊혀갔다. 얼마 후 소나무는 오랜 시간 햇빛을 보지 못해 죽어버렸고 여름날 폭우와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등나무는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되었지만 쓰러진 소나무에 치여 죽고 말았다. 


 우리는 권력이나 재력이 많은 이들과 교우하며 그들과의 친분으로 얻어지는 주변의 배려와 호의를 간혹 남용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나무를 감은 등나무처럼 결코 스스로 얻은 것이 아니라면 지나친 인맥의 과신은 본인뿐 아니라 지인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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