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담대한 전환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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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담대한 전환전략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5.07 14:27
  • 호수 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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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태(전 남해군수)
정현태전. 남해군수
정현태전. 남해군수

3. 남해군의 미래비전은 무엇인가

1519년 기묘사화로 유배온 자암 김구는 『화전별곡』이라는 시를 짓고 우리 남해를 `일점선도(一點仙島)` 즉, 한 점 신선이 사는 섬이라고 노래했다. 그리고 민선자치가 시작되고 난 뒤 환경행정을 펼친 결과 남해군은 1998년부터 4년 연속 중앙정부로부터 환경시범지자체로 지정되었었다. 이제 기후위기를 맞아 남해군은 기후위기 극복의 선도군(先導郡)을 넘어 기후위기 극복의 모범군(模範郡)이 되어야 할 때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기후 리더십`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근·현대사의 시련 속에서도 두 가지 기적을 만들어 냈다.
그것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산업화의 기적이고, 다른 하나는 5·18광주민주화운동과 유월항쟁으로 이어지는 민주화의 기적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식민지였던 나라 중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그러나 산업화의 기적을 이룬 보수세력은 부패와 권위주의로, 민주화의 기적을 이룬 진보세력은 분열과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무능으로 반쪽짜리 리더십밖에 보여주지 못해 왔다. 그래서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가족과 측근, 심지어 대통령 자신도 구속되고 재판받고 처벌받음으로써 나라의 위신은 곤두박질치고 국민들은 발 뻗고 편안하게 잠잘 날이 없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서울 특파원이었던 다니엘 튜더(Daniel Tudor)는 그의 저서에서 우리나라를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라고 했다. 그렇다. 이제는 산업화 리더십과 민주화 리더십을 하나로 묶어서 `담대한 리더십`을 새롭게 구축해야 하고, `기쁨이 넘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할 시기이다.
나는 그것을 `기후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하늘은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비를 내리듯, 또 낮은 곳과 높은 곳, 수도권과 비수도권 등을 가리지 않고 동서남북 골고루 햇살을 비추듯이 우리도 하늘을 닮은 `기후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서 불안·불평·불화의 우리 사회를 평안·평등·평화의 행복사회로 전환시켜 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가 건설해야 할 새로운 남해군의 미래상은 어떤 모습인가?

첫 번째는 생태적 자립도시이다. 생태적 자립도시는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식량과 물이 자급자족이 되어야 한다.
우리 남해군은 반농반어의 생산체계로 농산물이 절반, 수산물이 절반을 차지한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농업경영과 지속가능한 바다경영은 자립적인 생존의 기본전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농사의 경우 `씨앗` 즉 종자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꽃씨나 콩, 시금치 등 외국에서 수입되는 종자의 경우 기후위기가 더 심화되면 종자포 자체가 타격을 받아 안정적인 공급이 불가능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실제로 유럽을 휩쓴 시리아 난민들은, 기후위기로 러시아에서 생산되던 밀 수확량이 30%나 감소하면서 수출이 끊기자, 식량위기가 국가위기로 전환되면서 대규모의 난민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양평군은 기후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뒤 자립적인 생태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한 핵심사업으로 토종농사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군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농업개혁을 추진하는 양평군처럼 우리군도 토종 종자포를 설치하고, 토종농사를 통한 지속가능한 농업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갈수록 악화되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방안의 일환으로 `식물공장`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바다경영도 마찬가지다. 해수온도가 지금보다 더 높아지면 어족자원의 교체 및 고갈이 현실화될 것이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온·습도를 최적화시킨 물고기 생산공장도 과도적 대안으로는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에너지 자립도시이다. 에너지 자립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석탄화력발전과 원자력 발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해서 만들어 내는 전기를 차단하고, 자체에서 생산되는 전력으로 남해 섬 전체의 전력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시스템에서 풍력 조력(潮力) 태양광과 지열(地熱), 수열(水熱)로 대표되는 청정한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정책이 더욱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밀양 송전탑 반대투쟁에서도 볼 수 있듯,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가 분리된 한전중심의 중앙집중적 공급시스템을 지방정부와 궁극적으로는 지역주민들이 운영주체가 되는 지역분산형 전력공급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는 소공동체별 에너지협동조합과 전체를 관리하는 남해군 청정에너지 관리사업소가 설치돼야 한다.

세 번째는 협동적 행복도시이다. 이제 우리의 삶은 경제적 안정이나 만족 수준을 뛰어 넘어 정신적 힐링이나 행복의 수준으로까지 올라가야 한다.
한마디로 우리들이 밥 먹고 커피 마시는 정도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생생한 즐거움을 만끽하는 `생생지락`을 느낄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서로서로 돕고 사는 협동적 원리가 작동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날선 경쟁은 스트레스를 불러와 행복지수를 떨어뜨리고 최고 수준의 자살률에 도달하게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오래된 미래자산`을 활용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상부상조, 품앗이 등으로 대표되는 향약이나, 계모임, 두레모임 등의 소공동체가 첨단정보화사회에 맞는 작은 공동체, 즉 플랫폼으로 다시 부활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국가에서 공동체로 권력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경제적 만족을 넘어 정신적인 행복을 실현하는 협동적 행복도시로 발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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