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산 편백림 산길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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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산 편백림 산길 마라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5.07 14:32
  • 호수 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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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87 │ 碧松 감충효
碧松 감 충 효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이 길은 어머님 품속
  아늑함에 묻혀 잠드는 곳
  달리면서 나는 잠잔다.

  이 길은 조상님 근골(筋骨)이어
  황토먼지 일으키며 백마를 달리는 곳
  달리면서 나는 힘이 솟는다.

  이 길은 나의 삶 적셔온 숲길
  정령이 살아나서 눈을 뜨는 곳
  달리면서 나는 날개를 편다.

가끔씩 이 길을 달릴 때면
부모님이 살아오시고 가족이 따라 와서
내 삶의 이정표에 불을 켜준다.

아스팔트 시멘트길 숨 막힘을 밀쳐내고
황토와 편백과 풀포기가 숨을 쉬는
인생길 숲길에 얹어 같이 달린다.


제7회 보물섬산길달리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새벽 1시에 기상해 서울 집결지로 모이던 일이 엊그제 같다. 인원 점검 후 새벽 3시경에 출발해 밤새 버스를 타고 달려 내산 편백휴양림에 도착해 곧바로 스트레칭하고 스타트라인을 출발해 산길 15km를 달린다. 서울, 부산, 광주, 통영, 순천, 광양, 진주, 고성, 거제, 사천, 삼천포 등지에서 이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600명을 넘었다.

우거진 편백숲에서 흘러나오는 향기에 머리가 맑아진다. 피톤치드라는 것이 쏟아지는 모양이다. 6회 때에 이어 최고령자상을 은근히 기대했는데 간단히 포기해야 했다. 필자보다 초등학교 한해 선배님이 서울에서 같이 내려간 데다 저 멀리서 스트레칭하시는 부산에서 오신 분은 75세라고 누군가 귀띔해 준다.
고향의 맑은 정령과 만나는 데 있어 편백 숲의 향기는 행복 그 자체다. 발에 채이는 돌멩이나 풀뿌리는 삶의 끈을 질기게 이어가는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오르막길 내리막길 인생길과 같은 스릴있는 레이스를 펼치다 보면 어느 새 피니쉬 라인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장내 아나운서의 격려 멘트가 이어진다. 그리고 전광판에 기록이 표시된다.
고향에 내려오면 보너스가 많다. 숲길 달리기를 마치고 나면 푸른 바다를 찾아 배를 띄운다. 필자가 속한 남달모 강선기 회장이 주선한 바다의 그물을 올리러 가는 것이다. 각종 바닷고기가 퍼덕이고 문어가 춤을 춘다.
그야말로 오리지널 자연산 횟감들이다. 달리기로 뻐근한 근육은 소주 몇 잔과 싱싱한 회 안주에 금 새 풀린다. 명승고적 몇 군데를 돌아 읍성으로 들어와 고향 맛집에서 멸치 쌈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하며 대회를 주최한 남마클 임원들과의 석별의 정을 나눈다. 좌장격인 필자는 건배제의를 받고 남달모의 구호 "심! 심! 심!"을 선창하고 일행들은 호응한다. 그리고 상경하는 동안 버스 안에서의 건각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조용히 휴식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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