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과 온정 나누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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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과 온정 나누고 싶을 뿐"
  • 김희준 기자
  • 승인 2021.05.28 11:45
  • 호수 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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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삼동면 기부천사 키다리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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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기부 20년 … 고향 와서도 벌써 수천만원 기부
"나눔 자체로 얻는 행복이 더 큰 선물이라 생각해"
삽화 문옥상 화백
삽화 문옥상 화백

주디와 키다리 아저씨
 소설 『키다리 아저씨』(진 웹스터 지음)에서 주인공 주디는 자신의 대학진학을 후원하는 후원자에게 매달 편지를 쓴다는 한 가지 조건대로 편지를 쓰며 후원자를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른다. 익명으로 이뤄지는 후원이라 그림자 뒷모습만 봤기에 후원자가 키가 매우 큰 사람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소설 속 고아였던 주디가 대학을 진학하고 사회로 나갈 수 있게 도운 익명의 후원에서 유래해 이런 후원가, 기부자를 이른바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른다.
 본지에도 여러 번 기사가 나갔지만(제733호, 제744호 등) 이름을 밝히지 않고 꾸준히 이웃돕기를 실천해온 삼동면의 키다리 아저씨를 지인의 제보와 설득으로 지난 13일에 만날 수 있었다. 그가 익명으로 남길 원하면서도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전한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기부 시작
 올해로 56세인 삼동면 기부천사 키다리 아저씨는 지족이 고향이다. 10살 때 부모님 손에 이끌려 타지로 나갔다가 40년이 훨씬 넘은 2년여 전 고향으로 돌아와 삼동면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키다리 아저씨에 따르면 그의 기부 시작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처의 육아원에 컴퓨터 5대를 아이들 교육에 써달라며 기증하고 독립기념관 단체 관광과 견학을 후원했다.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행복해지는 경험을 했다. 그 행복함이 그를 `남으면 나누는` 기부의 길로 이끌었다고 한다.
 전국 곳곳을 다니면 사업을 하던 그가 고향인 삼동면에 안착한 것은 2년 전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누군가를 돕고 싶었으나 특별히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남해군과 삼동면의 이웃돕기 창구를 통해 나눔을 이어갔다. 남해군의 경우는 사무실을 들러 성금이나 화전화폐 등을 익명으로 기부하기도 했으나, 혹시 그를 아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는 삼동면사무소에는 정중히 전화를 걸어 잠시 밖에서 나올 것을 요청해 성금을 전달했다. "차 한 잔 하고 가시라"는 삼동면 사무소 직원들의 요청도 정중히 거절했다는 것이 삼동면 사무소 직원들의 전언이다.
 고향에서의 기부 나눔의 횟수나 금액을 물으니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로 답을 피한다. 그가 인터뷰 도중 자리를 비운 사이에 직원들에게 물으니 "족히 수천만원은 될 것"이란다. 본지 기사 중 삼동면에서 온 기부관련 소식을 검색해 추정해 보니 수차례 기부된 것이 확인이 됐다.
 그를 나눔의 삶으로 이끈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고아원 아이들을 자주 집에 데려와 밥을 먹이는 걸 보고 "나도 사회에서 뭔가 얻으면 일부는 돌려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나누는 것 자체로 행복감을 얻기 때문에 내가 받는 게 더 크다고 생각한다"며 도울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관심 많아
 익명으로 기부 활동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처음엔 기명으로 활동해봤다. 하지만 내가 사업가란 이유로 기부의 뜻이 왜곡되는 게 싫었다. 내 고향과 어려운 사람에게 조금 남은 것으로 도움을 주고 싶을 뿐인데 과도한 관심도 부담스럽고,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이도 있어 익명으로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내가 혼자 알아보고 도움을 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인터뷰에 응하고자 했던 것도 지역 언론이라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더 잘 알 것이라 믿고 부탁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밝혔다.
 그가 특히 관심을 가지는 대상은 학업이나 운동에 대한 열정과 능력이 있음에도 가정형편이 뒷받침되지 않는 아이들이나 조손가정에서 어렵게 자라는 아이들이다.
 "어렵게 자라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늘 안타깝다. 그런 아이가 있다면 대학 졸업까지 끊김 없는 후원을 하고 싶다. 남해시대신문이 행정에서 보살피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이 있다면 꼭 알려주길 원한다. 아울러 유기동물 보호소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만약 군에 보호센터 설립 시책이 있다면 민간 후원 의사가 있고, 방사 사육이 가능한 보호소를 직접 만드는 것도 생각 중"이라며 마음 한 켠도 조심스레 내비쳤다.
 
기대되는 선한 영향력
 이곳에서 나고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오랜 세월 타지에서 생활한 탓에 아직 기반을 다지는 중이라는 그는 고향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유소년과 조손가정에 특히 관심을 두는 것도 결국 넓게는 고향이 살기 좋은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가 아닐까.
 누구나 조금씩은 측은지심이란 게 있지만 나서서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우리 주변 어두운 곳에 발 벗고 나서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면 응원받아 마땅하고, 그래야 그 선한 영향력이 주는 더 큰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림자 속 키다리 아저씨로 남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또한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지난 13일 삼동면 바닷가에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그를 만나고 오는 길에 남해 바다 풍광이 더욱 아름답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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