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사건은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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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사건은 해결된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6.04 10:35
  • 호수 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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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며칠 전 군 복무중이던 여군이 억울함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린 사건으로 세상이 온통 뜨겁다.


 팬데믹 상황에 솔선수범해야 하는 군인이 술자리 회식을 가진 것으로도 부족해 동료 여군을 성추행했다. 또 피해자의 문제 제기를 살아가며 겪을 수 있는 일이라 치부하며 회유만을 강요했기에 결국 이 여군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길을 찾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했다.


 부조리한 군 관계자들의 합법적 처리를 요구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었다. 분명 그녀도 처음부터 극단적 선택을 계획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질적인 여성의 성폭력 문제를 근본적 해결을 위해 오랜 시간 법을 정비하고 계몽해온 우리의 노력 또한 굳게 믿었기에 상관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관들은 사건을 축소하기에만 급급한 모습만을 보이며 오히려 회유했기에 큰 상처를 입고 외로움과 싸울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성추행을 못 견딘 것이 아니라 주변 동료들의 무심한 일 처리가 그녀를 죽음으로 몰았다. 지난날 대기업의 횡포를 견디지 못한 대리점주 자살에서 분명 다시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리라 우리는 다짐했다. 세월이 흐른 지금 결국 남양유업의 사주는 경영권을 놓았지만, 그 시기에 맞물려 다시 일어난 이번의 사건은 여전히 사회가 변하지 않았음을 경고하는듯하다.


 약자는 죽어야만 그제야 문제가 해결되는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은 피해자 모두가 내 가족일 수 있다는 공감의식으로만이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을 막는 유일한 해결책이 아닐까 생각해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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