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해농협 정호심 계장, 보이스피싱 수거책 사례 피해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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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해농협 정호심 계장, 보이스피싱 수거책 사례 피해 막아
  • 전병권 기자
  • 승인 2021.06.11 10:27
  • 호수 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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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상무의 직감과 지시도 빛나
피해 막으려면 고객확인서 등 요구에 응해야
수거책은 자신이 공범인지 몰라
농협전산망 거래주의 요망자 등록될 수도
보이스피싱 수거책 범죄를 예방한 동남해농협 직원 정호심(왼쪽) 계장과 김정수(오른쪽) 상무. 지난 2일 동남해농협 본점에서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잠깐 벗고 촬영한 모습이다.
보이스피싱 수거책 범죄를 예방한 동남해농협 직원 정호심(왼쪽) 계장과 김정수(오른쪽) 상무. 지난 2일 동남해농협 본점에서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잠깐 벗고 촬영한 모습이다.

동남해농협(조합장 송행열)의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예방이 연일 화제다. 지난 4월 7일 김나진 계장이 보이스피싱을 예방한 데 이어 이번에는 정호심 신용과 출납계장과 김정수 상무가 그 주인공이다. 남해의 경우 보이스피싱은 중장년과 노년층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가족이나 금융기관, 공공기관 등을 사칭해 고객의 돈을 인출하게 유도하거나, 이체하게 하는 등의 수법으로 피해를 입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좀 다르다. 진화한 보이스피싱에는 현금을 수송할 `수거책`이 등장하는데, 수거책도 나중에는 보이스피싱범과 공범이 된다. 예전 수거책은 급전이 필요한 20~30대 젊은 층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사례는 70대 어르신이 공범이 될 뻔했다. 수거책 사례를 현명하게 대처한 정호심 계장과 김정수 상무를 지난 2일 동남해농협 본점에서 만나 당시의 상황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이 분은 평소 고액거래가 많은 분도 아니고, 통장 잔고 금액이 많았던 적이 없었다"며 "또, 현금 인출을 위해 여러 질문을 했는데도 긴장하거나 불평하는 모습이 전혀 없었다. 침착한 모습에 놀랐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 분은 자신이 수거책인지 전혀 모르셨고, 나중에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고 자신이 수거책임을 알게 됐다"고 정호심 동남해농협 계장은 설명했다.


 지난 5월 11일 오후 3시 70대 한 어르신이 이동면에 위치한 동남해농협 본점에 방문했다. 정 계장의 말대로 어르신은 태연하게 현금 5천만 원을 인출하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정 계장은 보이스피싱이 기승하고 있기 때문에 현금이 아닌 수표로 인출해드리겠다고 했고, 어르신은 잠시 밖으로 나갔다. 통화를 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상황을 지켜보던 김정수 상무는 이상함을 느껴 정 계장에게 밖으로 나가 청소하는 척 하면서 어르신이 하는 말을 들어보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도로공사가 한창인 탓에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고 10분정도가 지나자, 그 어르신은 수표도 괜찮다며 인출을 재차 요청했다.


 그러자 정 계장은 "어르신 금액이 너무 크고 수표를 발행하는 절차가 있어서 기다려 달라"며 "혹시 출금하시면 돈을 어디에 쓰실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이 통장에 돈을 송금하신 분은 누구신지 알 수 있을까요?" 등을 물으며 인출에 필요한 문진표와 고객확인서를 작성하게 하며 시간을 끌었다. 그러자 어르신은 불평하나 없이 문진표, 고객확인서 등을 작성하고 "농기계를 구매하는 데 쓴다"며 "친구의 아내가 보내준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는 동안 농협의 전화사기대응팀에서는 전산 상에서 이상이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이 왔다. 김 상무가 상황을 설명하고, 정 씨는 어르신을 전담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전화사기대응팀에서는 5천만 원을 통장에 입금한 송금인과 연락을 취했지만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고, 이 돈은 농협이 아닌 다른 은행에서 송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추후 조사결과 5천만 원을 송금한 사람은 외지인으로 밝혀졌다.


 동남해농협에서는 여러 정황과 확인절차를 통해 이 통장을 농협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거래를 못하게 정지조치를 취했다. 이후 통장을 어르신에게 돌려주며 다음 날을 기약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 어르신은 짜증 한 번 없이 태연하게 정 계장의 요청에 순순히 응했다. 그렇게 2시간이 흘렀다. 


 다음 날인 12일 김 상무는 남해경찰서에 연락을 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고, 조사를 받은 어르신은 동남해농협을 찾아 "보이스피싱에 가담된 지 전혀 몰랐다. 범죄 피해를 막아줘서 고맙다"고 감사인사를 전하며 사건은 마무리 됐다. 
 
혜화경찰서장, 정호심 계장에게 감사장 수여 예정
 정 계장은 수거책으로 섭외를 당한 어르신의 보이스피싱 연루를 막고 5천만 원을 지켜낸 공을 인정받아, 이번 사건의 관할 경찰서인 서울 혜화경찰서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을 예정이다. 


 정 계장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 너무나 부끄럽다"며 "상무님과 농협전산망 등 다 같이 이뤄낸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와 함께 "갈수록 거래를 진행할 때마다 예민해진다. 보이스피싱이 점점 진화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고객님들에게 질문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그래서 고객님들께서 문진표나 고객확인서 작성과 질문에 불쾌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고객님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이라고 당부했다.
 
직원 지시 잘 따라야
 갈수록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이제는 20~30대를 비롯한 어르신도 수거책으로 동원되고 있다. 


 김 상무는 "올해 4월말부터 5월까지 보이스피싱 전화가 유독 많았다. 그래서 저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보이스피싱에 특별히 유의하고 있었다"며 "저번 김나진 계장에 이어 정 계장까지 훌륭히 피해를 예방해줘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이스피싱에 가담하거나 수거책이 되면 농협전산망에 거래주의 요망자로 몇 년 간 등록된다"며 "정 계장의 말처럼, 우리 직원들이 질문하고 서류작성을 요구하는 것이 고객님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김 상무는 "농협을 방문해서 대면 거래를 하는 고객님들은 그나마 나은데, 현금자동인출기(ATM)를 통해서 일어나는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는 예방하기가 어렵다"며 "거금을 거래하거나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있다면 직접 농협을 방문하시길 바란다"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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