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가르쳐 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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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가르쳐 준 세상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6.11 11:07
  • 호수 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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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남해일기

 두 발로 땅을 밀면서 자전거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페달에 발을 올리고, 시선을 멀리하고, 열심히 페달 구르기. 그래야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는다. 아빠가 가르치는 방법.


 한쪽 페달에 오른발을 올리고, 왼발로 나아가며 자전거 바퀴가 구르기 시작하면 왼발도 재빨리 올리고, 허리를 곧추 세우고 양발로 페달을 열심히 구르기. 핸들을 깐닥깐닥거리지 말고, 넘어져도 절대 울지 않는다. 엄마가 가르치는 방법. 


 방법이야 어찌됐든 우리집 남매들은 누군가가 자전거 안장을 잡아주는 것도, 보조바퀴의 도움이 없어도 자전거 바람을 맞을 수 있는 1인 바이시클 드라이버가 된 지 1년이 지났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때, 온라인학습을 병행하던 주말마다 스포츠파크의 자전거 도로를 달리며 아빠 엄마를 강제 마라톤 시켰다.
 
 누구나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중반, 아빠는 퇴근을 하며 중고 자전거를 사오셨다. 신발과 옷가지, 교과서도 물려받던 시대에 자전거는 우리집의 사치 품목이었는지 모른다. 많아야 두 살 터울, 연년생인 외사촌들까지 가까이 살았던 우리는 모두 그 중고 자전거로 자전거를 배웠다. 


 집마당에서 아빠가 이론강의를 하면 실기는 우리들끼리 했다. 이론이라고 해봐야 페달을 밟는 법, 균형을 잡는 법, 핸들로 방향 트는 법, 무엇보다 중요한 건 브레이크 잡기였다. 그땐 어른들이 시간만 나면 모내기를 한 논에 빈자리 모 땜빵을 하거나 밭에서 풀을 매거나 줄줄이 열리는 오이나 가지를 따다 시장에 파느라 아이들을 따라 다닐 형편이 아니어서 보조타이어를 달고 온 동네가 시끄럽도록 다녔다. 보조타이어 소리가 잠잠해지면 자전거가 중심을 잘 잡는다는 것이고, 일찍 균형감각을 익힌 언니와 나는 보조타이어를 떼어내지 못해 안달이 나고, 궁둥이가 들썩거렸다. 


 보조타이어를 떼어낸 자전거를 끌고 마을회관 앞마당으로 나가 고만고만하게 생긴 우리들끼리 서로 잡아주고 어쩌다 균형이 잡히면 쏜살같이 앞으로 나아갔다. 한번 달리기 시작하면 멈추는 게 쉽지 않은 게 자전거 초보자다. 넘어져 무릎이 까져도 아프다 소리 않고 다시 탔다. 아프다고 징징대거나 피 난다고 울기라도 하면 바로 순서 제외란 걸 잘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맹개이들의 잔치였다.


 막내동생이 `고물`이라고 불렀던 중고 자전거가 사실 우리에겐 `보물`이었다. 남동생은 그때 배운 자전거로 뉴스페이퍼 보이도 했다.


 자전거를 배울 땐 중고였지만 자전거를 잘 타게 되었을 땐 새 자전거를 사주셔서 우린 더운 여름날엔 구판장에 아이스크림 사먹으러 자전거를 타고 가고, 논물을 보러 가는 아빠의 자전거 뒤를 따라 함께 페달을 밟으며 자전거 바람을 맞았다.

 직장인의 월급 빼고는 모든 물가가 오른다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이의 자전거도 어릴 적 나처럼 직장동료의 아이가 타던 것을 얻어왔다. 낡아진 자전거 바퀴를 새로 갈고, 손잡이만 바꿨더니 아주 멋진 자전거가 되었다. 아이는 코로나와 함께 훌쩍 자라 새 자전거 사주기를 소망하고 있다.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 즐거움, 스포츠파크의 나무그늘을 따라 페달을 구르는 시원함, 무엇보다 차근차근 노력해 혼자 할 수 있는 성취감을 배우는 시간이다. 아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갈 때마다 고단한 부모의 자유시간도 늘고 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시간이 힘들거나 지칠 땐 무리해서 달리지 말고, 브레이크를 꽉 잡고 여유를 찾는 시간도 필요하다. 자전거 타기에서 배운 페달과 브레이크의 멋진 조합으로 우리 삶도 조화로운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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