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위에서 소나기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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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위에서 소나기를 만나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6.18 10:08
  • 호수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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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몇 년 전 가족들과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났다. 십여 년 만에 다시 찾은 베트남 시내는 자전거 행렬이 오토바이 행렬로 바뀌어 높아진 생활환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차창에 기대어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데 맑은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도로 위 수 많은 오토바이는 대부분 고가도로 밑이나 건물 처마 밑으로 사라졌다. 아열대 지방에 사는 이들 특유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어려웠던 사회 초년병시절 출퇴근 목적으로 타고 다녔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 적이 있었는데 계절이 바뀌거나 악천후인 날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추운 겨울 보호대 하나 없이 주행 후 내릴 때는 무릎이 얼어 한참을 제대로 걷지 못했고 여름날의 소나기는 속옷까지 적셔 추위에 이를 부딪치며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민소매 옷을 입고 소나기를 만나면 내리는 비의 속도에 오토바이의 속도가 더해져 피부가 장난감 총을 맞는 듯 따끔거렸지만 좀 더 일찍 귀가하려고 서둘렀는데 처마 밑에서 스콜을 피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여유를 보고 있으니 지난 시절의 조바심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우리의 계획은 항시 맑고 좋은 날들만 바라보고 세우지만, 오토바이에서 만나는 소나기처럼 예기치 못한 상황에 빠지게 되고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 또한 각기 다르다.


 무소의 뿔처럼 사고의 위험에도 비를 뚫고 가야 할 때도 있겠지만 때로는 처마 밑에서 소나기 지나가길 기다리는 여유도 필요한 때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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