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사회의 새바람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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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사회의 새바람을 기대하며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6.25 10:49
  • 호수 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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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논단 | 이현숙 본지칼럼니스트
이 현 숙본지 칼럼니스트
이 현 숙
본지 칼럼니스트

 조선시대 때 영남 지방과 한양을 오고가려면 소백산맥의 삼관문(三關門)인 죽령·추풍령·문경새재 중 하나를 거쳐야 했다. 그런데 과거길에 오른 영남의 인재들은 유독 `나는 새도 잠시 쉬어 간다`는 문경새재를 넘었다. 속설에 따르면 죽령과 추풍령의 어감이 `죽죽 미끄러짐` `추풍낙엽처럼 떨어짐`을 연상시키는 데 반해, `문경(聞慶)`은 경사로운 소식을 듣는다는 의미여서라 한다. 과거시험을 향한 조선 `공시생`들의 열망이 느껴진다. 


 오늘날에도 공무원, 공기업은 여전히 인기몰이 중이다.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또 생겨났지만 그 인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배경에 공직자의 길을 꿈꾸는 두터운 청년 지지층이 있다.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찾기 힘든 터에 정년과 연금 지급이 법적 보장되니 생계 수단은 물론 노후 대책용으로 이만한 직업이 드물다. 해고를 당할 위험이 낮은 안정적인 직업이란 뜻에서 공무원을 `철밥통`이라 일컫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공무원 신분을 얻기까지의 고된 과정이 간과된 일면이 있다. 과거에 비해 한층 치열해진 경쟁사회에서 공무원이 되는 길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실제로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고시원에서 쪽잠을 자면서 짧게는 한두 해, 길게는 수년째 노량진 학원가를 떠나지 못하는 공시 낭인들이 수두룩하다. 


 그중 소수가 시험에 합격하여 꿈에 그리던 공무원에 임용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다.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는 생각이 착각임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결국 일부 새내기들은 과중한 업무와 폐쇄적인 분위기에 견디다 못해 사직서를 내던진다. 이것은 그나마 다행한 선택이다. 가족과 주변인에게조차 고통을 감춘 채 홀로 번민하다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공무원 사회의 독특한 문화가 마침맞게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정식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 6개월간의 `시보(試補)` 기간이 끝나면 떡을 돌리며 신고식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국·과장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이른바 `국장·과장 모시는 날`이라는 관행에도 동참해야 한다. 결국 일감도 도맡고 상관의 식사까지 챙겨야 하는 신참 공무원들에게는 정신적·육체적·물질적 부담이 가중되는 셈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이런 `상명하복(上命下服)`식 관행과 구태가 자행되는가. 행여 목민관(지방 관리)을 위한 지침서인 `목민심서`의 저자, 다산 선생의 혼백이 노하실까 두렵다. 상석이건 말석이건 다 같은 국민의 공복(公僕)으로서 행정 혁신을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거나 팔을 걷어붙이고 뛰어다녀도 모자랄 판이다. 공직 사회의 불합리한 조직 문화는 무사안일과 복지부동(伏地不動)을 초래할 수 있기에 더욱 우려스럽다.


 지금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은 살아남느냐 사라지느냐, 기로에 서 있다. 인구 통계 그래프를 보더라도 젊은 연령층에서 인구 급감 현상이 나타나는데 지방의 시·군·구일수록 타격이 크다. 지방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해당 지자체에 몸담은 공무원들이 환골탈태해야 한다. 부정 청탁이나 금품 수수 같은 `김영란법` 위반 행위는 절대 금물이려니와 군과 군민의 발전을 위한 마음가짐과 실천력이 필요하다.


 지자체 공무원들의 손에 지자체의 사활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정주체로서의 자긍심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발휘해 나간다면 분명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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