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방렴 멸치는 남해사람들의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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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방렴 멸치는 남해사람들의 자부심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6.25 10:51
  • 호수 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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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남해일기
[사진제공 - 남해군청 이종호]
[사진제공 - 남해군청 이종호]

 물살이 센 지족해협, 창선대교 아래로 흐르는 이 곳을 지족사람들은 `손도`라 부른다. 손도 해안에서 자라는 미역, 장어, 멸치 같은 어획물들은 부드럽고, 쫄깃한 맛이 아주 좋아 최고로 쳐준다. 부지런한 어부들의 손길을 받던 손도바다가 오늘은 너른 품을 내어 아이들과 함께 춤을 춘다.
 
 쪽빛 물들인 한 폭의 비단 같은 해협에 물살도 잦아들고 죽방렴에 가득 담긴 은빛 멸치떼와 기다란 은빛 갈치, 소리 내어 운다는 성대, 문어, 아귀에 사람 꽃이 함께 즐거우니 잔칫집이 따로 없다. 문화재청의 생생문화재 사업으로 미리 신청을 하면 죽방렴 속으로 들어가 원시어업의 한 형태인 죽방렴의 원리를 안내받고, 척박한 자연환경을 슬기롭게 극복한 옛 선인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어업 문화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학습으로 멸치가 식탁에 오르는 과정을 알 수 있다. 
 
 지족해협에 위치한 죽방렴은 원시어업으로 국가명승 제71호로 지정되어 있다. 대나무 말목을 V자로 벌려 박고 물살이 흐르는 대로 발을 쳐 물결 따라 들어온 만큼만 잡는 선조들의 지혜와 물욕 없음을 닮았다. 체험마을에서 나눠준 뜰채를 두 손으로 꼭 잡고 왼쪽, 오른쪽으로 휘감아 들어 올리면 짙은 은빛 비늘을 그대로 품고 있는 죽방렴 멸치가 팔딱거리며 올라온다. 어른과 아이들의 탄성이 함께 터지면 멋진 체험을 예약한 엄마부심이 함께 오르는 순간이다. 
 
 죽방렴에서 잡아 올린 어획물 중 멸치가 가장 최고로 알려져 있지만, 죽방렴에는 멸치만 잡히는 것이 아니다. 남해사람들이 `달근대`라 부르는 `성대`는 넓은 지느러미를 햇빛에 비추면 그 빛이 반사되어 무지갯빛 물고기 같다. 두꺼운 면장갑을 끼었기에 맨손으로 잡아도 빠져 나가지 못해 끼룩거리며 소리를 내는데 살려 달라는 뜻 인 거 같지만, 애써 물고기의 언어는 못들은 척한다. 그 많던 성대는 누가 다 먹었을까.
 죽방렴의 대나무 발을 갯벌에 심어놓은 끝으로 그물을 툭툭 치며 지나가면 집게발까지 야무지게 달린 게도 잡을 수 있다. 아주 운이 좋으면 커다란 문어도 맨손으로 잡는다. 커다란 빨판이 살아 움직이고 있어도 체험객들은 겁도 없이 움직인다. 가족이 함께하는 체험은 많은 용기를 불어넣는 시간이기도 하다. 
 
 "엄마, 저기에 까만색이 자꾸 움직이는데요?"
 "까만색? 비닐 봉다리 아이가?"
 "물고기 같은데요. 엄청 커요."
 "죽방렴에 고래가 들지는 않을 거고. 설마 농어는 아니겠지?"
 "우와. 엄마 이거 상어 같애요. 입에 엄청 큰 이빨들이 있어요."
 은찬이는 얼떨결에 죽방렴으로 들어온 아귀를 한 마리 잡았다. 힘쎈 남편의 힘을 빌려도 뜰채가 묵직하다.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이 죽방렴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아이들이 잡은 물고기로 사진을 찍고, 뜰채만 휘두르면 금방 잡혀 올라오는 은빛 멸치와 함께 참가한 체험객들이 잡은 문어를 빌려 사진도 찍고 나니 무릎 높이였던 물높이가 어느새 허리춤까지 올라온다. 이제 죽방렴을 벗어나야 할 때다. 잠깐의 바닷일에도 금방 허기가 져 문어숙회, 홍합국, 생선회, 성대구이를 눈 깜짝할 새 먹어 치웠다. 어촌체험의 마무리는 이렇게 싱싱하고, 쫄깃한 해산물을 바로 먹는 특별한 대접을 받는 시간이기도 했다.
 
 예전에 교육방송에서 방영하던 `극한직업`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죽방렴이 방송되던 것을 본 적이 있다. 익히 잘 알던 주민분의 얼굴이 나와 반가운 마음에 끝까지 봤다. 대나무를 쪄서 발을 엮고, 참나무 말목에 붙은 쩍을 떼어내고, 조류에 따라 그물을 모아 죽방렴 멸치를 힘겹게 건져 올리고, 그 멸치가 상할새라 해안길을 배를 타고 달려 곧 쪄서 말리고, 포장하고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여러 사람들의 수십 번의 손길로 태어나는 죽방렴 멸치는 남해사람들의 자부심이다.
 
 `클릭` 몇 번,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좋은 식재료를 집으로 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원시어업의 방식을 고수하고, 유기농사를 짓는 농업인들의 원칙과 수고로움이 정말 감사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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