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소울푸드`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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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소울푸드`는 무엇인가요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7.02 12:20
  • 호수 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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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남해일기

 나는 집밥 세대다. 엄마가 직접 담근 간장, 고추장, 된장으로 간을 하고, 양념한 음식을 먹고 자랐다. 계절마다 제철 음식을 차려 주셨기에 밥상에서 절기를 알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나는 줄줄 흐르는 땀 때문에 여름이 싫으면서도 여름에 해 먹는 맛있는 음식때문에 여름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포슬포슬한 감자를 넣은 싱싱한 서대조림은 여름이 되면 빼놓지 않고 해 먹었다. 서대보다 감자에 먼저 숟가락이 가는 `소울푸드`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한여름이 되면 엄마는 우무 콩국과 미숫가루를 선보였다. 시장에서 사온 우뭇가사리를 커다란 백솥에 고아내고 모시 주머니에 받쳐 네모난 통에서 식혀내면 네모반듯한 우무가 되었다. 콩국은 밭에서 키운 유기농 콩을 삶아서 소금간을 하고 믹서에 갈았다. 우무는 직접 칼질해 채썰기를 하고, 갈아놓은 콩물과 섞으면 노란콩이 따끔따끔 씹히는 맛이 일품인 내 소울푸드이다. 미숫가루는 고두밥을 쪄서 말리고, 보리와 검정콩, 깨까지 갈아넣은 든든한 한 끼가 되는 엄마표 마법의 가루다.
 
 남편이랑 아들이랑 해루질을 갔을때 이름모를 해초를 주웠다.
 "이거 먹을 수 있능기~까?"
 "여름에 우무 콩국 먹고 자랐다면서 이게 뭔지 모르나?"
 "이게 뭔데. 설마?"
 "설마.. 이게 우뭇가사리잖아."
 "이게? 엄마가 넣은 건 하얗던데.. 이런 색깔이 아니던데......"
 "이걸 햇볕에 말리면 색깔이 투명해지잖아. 어머님이 많이 말려놓더라 아니가. 바보야."
 "그래, 자기 똥 칼라다."
 우뭇가사리를 건조된 것만 봐서 바다에서 자랄 땐 어떤 색깔을 띄는지 몰라 나는 우뭇가사리도 모르는 헛똑똑이가 되었다. 
 
 남편은 한여름 날, 비바람이 거세졌다 싶으면 다음 날은 청각 주우러 바다로 나갔다. 해일이 퍼렇게 바다를 뒤집어 놓으면 해안가로 청각이 떠밀려 왔다. 깊은 물에서 초록색 몸에 물을 한가득 머금은 청각을 줄기 끝에 붙은 쩍을 떼어내고 그대로 삶아 찬물에 헹구어 내고, 빠락빠락 여러 번 씻어내 홍합이나 조개류를 함께 넣고 액젓으로 간을 맞춰  따글따글 볶은 청각요리는 남편의 소울푸드다.
 
 어릴 적, 외식이라고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졸업식 때 `동신원`이라는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는 것으로 호사를 누렸다. 네모난 구멍으로 보이는 주방에서는 하얀 두건을 쓴 주방장이 끓는 물에 면을 삶아 건져 올린다. 그 사이 노란 단무지와 양파가 반찬그릇에 담겨 나오고, 까만 춘장이 양념으로 나온다. 곧, 인원수대로 짜장면이 탁자에 오르면 재잘거리던 입은 조용해지고, 호로록거리는 면치기 소리만 들렸다. 엄마는 젓가락질을 천천히 하며 우리 남매들 그릇에 나눠주기 바빴다. 그때는 정말 엄마는 짜장면을 안 좋아하는 줄 알았다. 
 
 회사에 다니는 우리 부부는 고기에 소주, 생선회에 소맥을 먹으면서도 아이들에겐 집밥을 먹이려 애쓰고 살았다.
 아이들이 수년 전 2년 차이로 초등학생이 되고 나에게 놀라운 소식을 알려주었다.
 "엄마, 친구네 집은 엄마가 치킨을 배달시켜 줬다고 하던데요."
 "엄마, 친구는 집에서 피자를 배달시켜 먹었대요."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집밥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친구들과의 일상에는 편의점에서 파는 삼각김밥과 컵라면이 등장하고, 간식으로는 가공육으로 만든 소시지도 먹어야 한다. 친구들의 생일엔 피자나 치킨, 햄버거가 있어야 축하할 수 있다. 어쩌면 패스트푸드가 아이들의 소울푸드일 수도 있겠다.


 그대들의 소울푸드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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