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신도시에 이 시대의 스승 한분이 살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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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신도시에 이 시대의 스승 한분이 살고 계셨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7.02 12:27
  • 호수 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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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95
碧松 감충효 |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어느 날 찾아 봬온 일산의 남해인은
정발산 오르는 이 모두의 벗이었다
서재에 넘치는 고전 그는 이미 대가였다. 

 
 몇 년 전 고향사람들이 대여섯 명 모여 서울 둘레길을 걷는다고 해 같이 합류했다.


 서울둘레길은 서울의 외곽을 한 바퀴 도는 총 길이 157km의 도보길로, 8개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코스별로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이야기거리가 산재해 있을 뿐만 아니라 산길과 평탄한 길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있기때문에 비교적 먼 거리지만 마음먹고 돌면 모든 코스를 섭렵하기가 그리 어려운 건 아니다. 필자도 이미 8개 코스를 틈틈이 부지런히 올라 서울시로부터 완주증을 받은 바 있다. 감동코스로 각인이 되어 지금은 세 번째로 돌고 있다. 


 옛날 서울둘레길을 돌 때 동행했던 송원(松園)이라는 아호를 쓰시는, 필자보다 여섯살 많으신 선배 한 분이 일산의 정발산을 하루도 빠짐없이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어느 해 봄 진달래 개나리도 거의 지고 벚꽃이 피어날 쯤 전화를 드렸더니 너무 반가워하시면서 필자를 초청하셨다. 정발산역까지는 상당히 먼 거리지만 괴나리봇짐 짊어지고 고향 까마귀를 만나는 심정으로 휑하니 그 쪽으로 내달렸다. 


 정발산의 곳곳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공원이 잘 조성되어있어 일산 신도시 시민들에게 아주 큰 사랑을 받는 산이다. 산길을 걷는 도중 만나는 사람마다 선배님은 구면인 듯 인사를 나누시며 올라가시는 걸 보니 이쪽의 터줏대감이나 다름없으셨다. 손수 가지고 가신 보온병의 물에다 커피를 타시며 지나다니시는 주변의 모든 분들에게 따끈한 커피 한 잔씩을 권하시는 것을 보고 친절과 배려와 화목으로 삶을 영위하시는 분이라는 걸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사물을 찍으시다가 야생화를 만나면 줌을 장착한 카메라로 정밀 사진을 촬영하시는 모습을 보며 사진예술에도 취미를 가지신 분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몇 년 전에 상처하시고 두 아들과 함께 살고 계신 집은 일산 신도시의 고즈넉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서재, 거실 등 생활공간을 어찌나 잘 정리정돈 해놓으셨는지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게 하였다. 오래된 고서와 고전과 월간물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는 서재는 부러울 정도로 풍족하고 다양했다. 서재에서 각종 책자와 희귀한 스크랩 자료를 보며 설명해 주시는데 감히 따를 수 없는 철학적, 문학적, 역사적 소양에 감탄하였고 각종 폐품을 활용한 도구제작은 물론 우리 역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꿰뚫고 계시는 혜안에 감탄하면서 시대의 진정한 스승 한 분을 뵈올 수 있었다는 고마움에 젖었던 하루였다.


 가져간 나의 시집을 선물하였더니 송원님은 김형석 교수의 신간을 저에게 서명하시며 주셨다. 그리고 다음엔 진짜 산행다운 산행을 한 번 하자면서 운길산에서 만나기로 하였는데 일산에서의 만남이 그해 4월 초였고 그 후 운길산에서의 만남은 5월 25일에 이루어졌으니 거의 두 달 만이었다. 운길산에서 만난 하루는 그야말로 인간승리라는 또 다른 주제를 담고 있기에 다음 기회에 올려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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