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차 `나매 사씨남정기`, 남해의 맛과 이야기를 블렌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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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차 `나매 사씨남정기`, 남해의 맛과 이야기를 블렌딩하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1.07.09 09:52
  • 호수 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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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씨, 서포 스토리텔링 담은 꽃차세트 출시
남해 브랜드 살린 `사씨부인·교씨부인·만중의 섬`
조영주 씨가 섬이정원에서 `교씨부인` 차를 따르고 있다.
조영주 씨가 섬이정원에서 `교씨부인` 차를 따르고 있다.

 남해 출신 꽃차소믈리에 조영주 씨가 수제블렌딩 꽃차세트를 출시했다. 그의 20년 차인(茶人) 이력에 한 획을 그을 만한 꽃차 `나매 사씨남정기` 3종세트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조영주 씨는 남면의 유럽식 정원 `섬이정원`에서 꽃차 카페 `티팡`(지금은 핸드메이드숍 `비밀의 정원`으로 바뀌었다)을, 읍에서 `조영주 꽃차연구실`을 운영하며 꽃차 강습과 제조, 시음회, 차회를 진행해온 정통 `차인`이다. 또 몇 달 전부터는 남면의 카페루프탑을 운영하며 자신의 꽃차를 선보이고 있다.  


 `나매 사씨남정기`는 그가 노도와 섬이정원에서 받은 영감을 살려 개발한 수제블렌딩 꽃차로, 지난 6월 경남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또한 남해관광문화재단의 요청으로 서울국제관광박람회에 나가 무료시음회도 열었다. 

 수제블렌딩 꽃차 `나매 사씨남정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몇 년 전 영주 씨는 자스민차를 배우러 영국에 다녀왔다고 한다. 그곳의 한 찻집에서 홍차와 영국 대표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를 엮어 문화상품으로 출시해 판매하는 것을 보고, 영주 씨는 `나도 남해를 담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후 노도를 방문해 김만중 초옥과 유허를 둘러본 영주 씨는 김만중과 그의 소설 `사씨남정기`를 꽃차에 활용하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카페 루프탑의 시원한 바다 전망이 보이는 곳에서 마시는 `사씨부인` 차가 일품이다.
카페 루프탑의 시원한 바다 전망이 보이는 곳에서 마시는 `사씨부인` 차가 일품이다.

 

 영주 씨는 "조선시대 이름이라 오래된 느낌이라며 주위의 반대가 많았지만 고전이란 게 옛날부터 읽히고 불려져 살아남은 것인 만큼 이야기가 담긴 이 이름에 자신있었다"고 말한다. 제품의 상표등록 출원을 할 때 `남해`를 그대로 쓸 수 없어 발음 나는 대로 `나매`라 했다. 


 "제가 남해 출신이다 보니 남해를 대표하는 상품이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고, 그래서 `나매 사씨남정기`를 만들었어요. 다른 지역엔 없는 남해만의 브랜드지요." 


 기록에 따르면, 서포 선생도 차인이었다고 한다. "용문사 뒤편에 차밭이 있었고 서포 선생이 용문사를 다니며 차로 교류를 하지 않았을까요. 차인이니까 당연히 발효차나 녹차를 마시고 글도 썼을 거예요. 추운 겨울에는 생강차와 유자차도 드셨을 거라 상상하면서 차를 만들었어요." 


 『사씨남정기』는 서포 김만중이 남해 노도로 유배 와서 쓴 소설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을 따서 영주 씨는 `나매 사씨부인`과 `나매 교씨부인`이라는 제품명을 지었다. 여기에 `나매 만중의 섬`을 더해 꽃차 3종세트인 `나매 사씨남정기`가 만들어졌다.


 `나매 사씨부인`은 창선 신흥마을에서 영주 씨의 친정아버지가 재배하는 레드비트와 지인이 재배하는 유자를, `나매 교씨부인`은 섬이정원 옆에서 영주 씨가 재배하는 마리골드(금잔화)와 남해에서 많이 나는 비파잎, 발아현미를 블렌딩해서 만들었다. `나매 만중의 섬`은 지리산 발효녹차와 설천 생강과 유자를 블렌딩했다. 이번 서울국제관광박람회에서는 `만중의 섬`이 독특한 맛과 향으로 특히 인기를 누렸다고.


 `사씨부인`의 붉은빛과 `교씨부인`의 노란빛이 영롱하고 아름답다. 영주 씨는 `사씨부인`은 달큰한 레드비트와 상큼한 유자향에 기분이 상쾌해지는 차, `교씨부인`은 향긋한 마리골드와 싱그러운 비파잎, 발아현미의 구수한 맛을 살린 차, `만중의 섬`은 선비의 기개를 닮은 발효녹차와 알싸한 생강과 유자향기로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 같은 차라고 소개한다. 


 특히 `사씨부인`은 특유의 맛과 향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단다. "레드비트는 색이 붉고 달면서도 약간 비릿한 맛이 나는데 이것을 유자의 새콤한 맛과 향으로 잡아 개발한 게 `사씨부인`이에요. 빛깔이 고혹적인 데다 유자향이 코끝을 사로잡고 맛도 좋아 카페루프탑의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잡았어요."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 조선시대 대문호 김만중과 `사씨남정기` 이야기를 영주 씨는 꽃차 향기에 담았다. 남해의 맛과 멋을 꽃차와 함께 즐기고 싶다면, 이제 영주 씨가 있는 카페루프탑에 들러 탁 트인 바다 전망과 함께 꽃차 `사씨부인`을, 섬이정원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교씨부인`을, 서포 김만중이 생애를 마친 노도에서 `만중의 섬`을 음미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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