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바닷가 파도막이 벽, 마을 갤러리로 탈바꿈하다
상태바
상주바닷가 파도막이 벽, 마을 갤러리로 탈바꿈하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1.07.09 10:12
  • 호수 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을주민 50명 벽화 그리기 참여
은모래비치 핫플레이스로 주목돼
벽화 그리기 마지막 날 모인 상주마을 주민과 엄살롱 회원들. 상주은모래비치를 나타내는 LED 조형물이 각양각색의 그림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각광받을 듯하다.
벽화 그리기 마지막 날 모인 상주마을 주민과 엄살롱 회원들. 상주은모래비치를 나타내는 LED 조형물이 각양각색의 그림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각광받을 듯하다.

 상주은모래비치 동편 파도막이 벽이 마을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높이 0.9미터, 총 길이 90미터에 달하는 이 벽에는 동심 가득한 초등학교 아이들부터 지역 학부모 미술교실 `상주엄살롱` 작가들까지 상주마을 주민 50여 명이 자유롭게 실력을 뽐낸 작품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일주일 동안 마을주민들이 새벽이건 한밤중이건 편한 시간에 나와 예술혼을 불태운 결과다. 


 작업 마지막 날인 지난 2일 저녁 7시, 10여 명의 주민과 엄살롱 회원들이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상주비치(SANGJU BEACH)`라는 LED조형물과 붉은 석양이 각양각색의 벽화와 어우러지며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상주은모래비치 핫플레이스 등극`을 예감케 한다.


 일주일간의 벽화작업을 총지휘한 이는 상주엄살롱 대표 작가이자 산청간디고등학교 미술교사, 무엇보다 `달동네` 연작으로 유명한 상주마을 주민 엄경근 작가다. 

땡볕에도 그림 그리기에 여념이 없는 상주 아이들과 주민들의 모습.
땡볕에도 그림 그리기에 여념이 없는 상주 아이들과 주민들의 모습.
땡볕에도 그림 그리기에 여념이 없는 상주 아이들과 주민들의 모습.

 

 "이 파도막이 벽 광장은 태풍이 올 때마다 매년 부서지고 망가지는 공간이에요. 작년에 그린 벽화는 다른 지역에 사시는 화가 분이 그려주셨는데 안타깝게도 지난 태풍에 또 엎어지고 말았지요." 파도막이 벽은 복구됐지만 그림은 소실됐다. 


 상주면과 해수욕장번영회에서 엄경근 작가에게 벽화작업을 해달라고 의뢰했다. 엄 작가가 마침 이 작업을 수락할 수 있었던 건 엄 작가가 얼마전 넷째아이가 태어나 출산휴가 중인 덕이었다. 


 "공동벽화작업은 제가 아이디어를 냈어요. 우리 마을의 엄살롱과 함께 상주초등학교, 상주중학교와 연계해서 마을 전체의 벽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엄 작가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엄살롱 회원들과 학교, 마을 주민들에게 제안했고, 이 제안은 주민들의 높은 호응 속에 실행에 옮겨졌다. 수준 높은 벽화보다는 아이들까지 포함한 마을사람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로 채워보자고 한 기획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물감 등 재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시작된 벽화작업에 참여한 인원이 약 50여 명이다. 지난달 26일부터 7월 2일까지 일주일간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재능기부로 작업은 진행됐다. 작업 첫날 하늘색 초벌 벽칠하기에는 4살 어린아이부터 동네 어르신까지 30명 가까이 참여해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도 일인지 축제인지 모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그러던 중 남해지역 코로나 확산 사태로 작업이 일시 중단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작업일정은 공식 취소됐고 마을주민들의 벽화작업도 거의 중단됐다. 다행히 상주마을에서의 확진자는 없어 28일 월요일부터 개인작업이 재개됐다. 


 전홍빈 엄살롱 2기 회장은 그 상황을 이렇게 말한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참여하기가 어려워지는 바람에 난감했지요. 그런데 부모님들이 아이들하고 하나둘 오시는 거예요. 그림 그리고 싶은 아이들이 부모를 설득한 거죠." 개인별 벽화작업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지키면서 진행했다.


 벽화 전체의 주제는 `상주야 사랑해`다. 이 주제를 바탕에 두고 사람들은 자유롭게 그림을 그렸다. 엄 작가는 특히 아이들이 맘껏 낙서를 하듯 그림을 그리게 했다.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자유롭게 그리도록 했어요. 벽화로서의 완성도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그 그림을 최대한 침범하지 않는 범위에서 살려주기로 했지요.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의 표현도 존중하고 실력있는 엄살롱 회원들의 작품도 함께 공존하는 거죠." 


 과연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애틋한 인물화부터 고래와 수달로 상징되는 자연사랑, 석양이 물드는 남해 바닷가, 아이들의 동심이 살아 숨 쉬는 그림, 바닷가의 추억 등 다양한 개성과 이야기를 담은 그림이 벽을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마을 갤러리의 탄생이다. 


 엄 작가는 "통영 동피랑마을은 벽화 기간이 되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진풍경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런 벽화마을과 달리 마을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그림을 그린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었어요"라고 말한다. 


 산책이나 운동을 하며 지나가는 주민들이 벽화작업에 몰두하는 주민을 보고 "마을에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너무 좋다"는 말과 함께 반갑게 인사한다고. 전홍빈 씨를 비롯한 귀촌인과 원주민들은 이렇게 어울려 상주마을의 일원이 되어가는구나 싶어 뿌듯함을 느낀다. 


 여행이나 캠핑을 온 사람들은 그림 감상도 하고 벽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은모래비치 파도막이 벽 상주마을 갤러리는 모범적인 마을예술 창작 사례가 될 듯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