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탈바꿈한 고한마을 …"주민 자발성과 주인의식이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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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탈바꿈한 고한마을 …"주민 자발성과 주인의식이 가장 중요"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1.07.16 09:46
  • 호수 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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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재생 프로젝트 | 빈집에 생기를, 지역에 활기를 ②
인터뷰 | 김진용 마을호텔18번가협동조합 상임이사

빈집은 일종의 `징후`다. 빈집에는 해당도시의 인구구성 문제, 일자리와 복지 문제, 고령화 문제가 담겨 있다. 남해군은 현재 인구 4만3천명이 안 되는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이자, 전체 인구 중 65세이상 고령인구가 35%가 넘는 초고령사회다. 마을마다 젊은이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고 어르신이 돌아가신 빈집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에 군은 청장년층 인구유입을 위한 귀농귀촌 지원, 청년정책, 작은학교 살리기, 도시재생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으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주민주도형 빈집재생 및 활용과 마을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지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정선 폐광촌의 기적, 국내 최초 마을호텔 18번가)과 전북 군산시 월명동(우체통거리)의 사례를 살펴보고 그 가능성을 타진해봤다. 이번에는 지난호에 소개한 고한읍 마을호텔18번가를 처음 기획하고 실행한 김진용 마을호텔18번가협동조합 상임이사를 만난다. <편집자 주>

 

고한읍 마을만들기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이곳은 폐광촌이다. 3년 전만 해도 지저분하고 빈집도 많은 쇠락해가는 상가지역이었다. 주민들은 이곳에 사는 걸 부끄러워하고 정주환경이 좋은 데로 떠나고 싶어했다. 빈집 철거하고 군이 보상해주고 뭘 해야 한다고 십수년간 주민들이 요구를 해왔다. 그러다 3년 전에 유영자 마을이장을 중심으로 마을만들기 위원회를 만들었다. 내가 사무국장을 했다. 그리고 청소부터 했다. 마침 도에서 하는 폐공가사업으로 빈집에 창업하는 동네청년 5명에게 공적자금을 지원해서 공유오피스 `이음`을 만들었다. 그런데 공유오피스는 시골에서 수익성이 없어 떠나고 지금은 옷가게가 되었다. 어쨌든 폐가였던 집을 의미있는 공간으로 만든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니까 이후 다른 분이 들어와서 사업을 하는 거다. 그리고 몇 개월 뒤에 빈집이었던 이곳(하늘기획)에 내가 들어왔고 이렇게 두 집이 바뀌면서 주민들이 빈집들을 저렇게 한번 해보자 하고 마을만들기를 시작한 것이다. 3년 동안 이음, 들꽃사진관, 수작카페, 마을호텔18번가 순서로 진행했다. 마을호텔18번가는 국토부 소규모 재생사업으로 시작했다. 국토부와 정선군이 각각 1억씩 지원해 오래된 식당을 고쳐 용도를 바꾼 것이다. 민간의 효율성과 자율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얻은 성과다.  
 
당시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나
 되게 좋아하셨다. 시장에서 골목을 따라 빈집들이 죽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위기감을 많이 느끼던 터였다. 강원랜드가 들어오면서 근 20년간 그곳에만 5조원이 투여됐고, 주변 인프라가 형성됐다. 마을을 살리자는 게 목표였는데 오히려 수단이 목적이 되면서 마을은 계속 침체됐다. 그렇다고 누구도 공적자금을 넣어 사유재산 지역을 살릴 수는 없었다.  
 
고한읍 사례의 성공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일단 고한읍은 도시재생사업을 안 해서 그나마 이 정도 성과가 났다고 할 수 있다. 관주도 뉴딜사업은 국토부가 지자체에 공모해서 점수를 매기고 매칭사업으로 진행한다. 도시재생지원센터를 만들어 사업계획을 가지고 주민들을 설득하고 100억~200억원가량의 예산으로 3~4년 안에 사업을 마쳐야 하니 결국은 뭘 지어야 하고 그걸 운영하려면 계속 세금이 나가야 한다. 그런데 결국은 수익이 나야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텐데 수익이 나지 않으니 주민들은 이걸 우리가 왜 하느냐 하는 의문에 봉착하게 된다. 전국 수백 개 지자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곳은 정부의 도시재생사업과 무관하게 주민들이 요청하고 지자체와 강원랜드가 반반씩 사업비를 대고 주민이 만든 재단에서 도시재생지원센터를 만들어 위탁운영하고 있다. 
 
폐광촌이 되면서 인구가 6만에서
1만3천으로 줄었다는데

 정확히는 1980년대 중반 전성기 때 고한읍만 3만3천명이었다. 폐광하고 95년에는 1만명. 모두 고향으로 돌아갔다. 남아있는 이들은 상인들, 땅 있고 건물을 가진 사람들은 갈 데가 없어 눌러앉은 셈이다. 지금도 외부인구가 유입되지는 않고 거의 그대로다.
 
도시재생센터는 외부의 인재들이 들어와
일하다가 사업기간이 끝나면 나가는데 

 마을환경이 바뀐다는 건 주민들이 스스로 해서 바뀌는 경우다. 그래야 지속가능하다. 고한은 지난 3년간 사람이 변했다. 기능적으로든 태도나 자세로든 사람이 성장했다. 


 3년 전 이 골목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쓰레기가 막 굴러다녔다. 카지노 방문한 사람들이 머무는데 정주의식이 없다보니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렸다. 지금은 쓰레기가 제대로 정리되고 깨끗해졌다. 환경이 변하니 사람도 변했다. 주차도 골목 처음부터 끝까지 가득했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 깨끗하게 살아야 하는구나 하고 본인이 느낀 거다. 내 집만이 내 공간이 아니라 내 집과 통하는 골목도 나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각각의 집주인이 바뀌었다. 머리가 아는 것과 손발이 아는 건 다르다. 마을 환경을 바꾸면서 교육을 하면 효과적이다. 일이 되게 하려면 공적자금을 개인에게 주는 것 같지만 이 사업과 공간이 내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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