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주도하는, 주민이 행복한 마을 군산우체통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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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주도하는, 주민이 행복한 마을 군산우체통거리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1.07.23 10:09
  • 호수 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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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재생 프로젝트 | 빈집에 생기를, 지역에 활기를 ③
110년 역사 군산우체국 스토리텔링
지난해 도시재생박람회 최우수상 수상
포토존이자 우체통거리의 시작인 손편지 만나는 곳.
포토존이자 우체통거리의 시작인 손편지 만나는 곳.

전북 군산의 우체통거리는 주민주도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곳이다. 지난해에는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 30선`에 선정되고 대한민국도시재생박람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군산의 중심상권이자 문화와 예술의 거리였던 이 일대는 90년대 후반 IMF 시기를 겪고 신도시가 생기면서 공동화현상이 발생하고 상권은 침체 일로를 겪지만 2014년부터 주민들이 힘을 모아 거리를 성공적으로 살려냈다. 상가공실률을 70%에서 30%까지 낮추고 이 거리의 대표 축제로 자리잡은 `손편지 축제`에는 코로나 상황에도 수백 통의 편지가 답지한다. 상가 앞 곳곳에 자리한 캐릭터 우체통이 `말하는 우체통`으로 변모해 우체통거리와 상가를 소개한다. 여전히 진화중인 군산우체통거리 이야기를 두 번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군산우체통거리 홍보관 전경.
군산우체통거리 홍보관 전경.
군산우체통거리 홍보관 내부.
군산우체통거리 홍보관 내부.

 군산우체통거리는 개복동과 신창동 일대로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군산의 중심지이자 문화예술의 거리였다. 하지만 시청 이전과 신도심 개발로 구도심이던 이 일대는 활력을 잃고 공동화를 겪게 된다. 2014년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되지만 원도심의 촉매이던 근대건축유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다 할 거점시설이나 유명 랜드마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개발에서 소외됐다. 그러자 주민들이 나섰다. 우리 동네를 우리 스스로 개발해보자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모여 2015년 47명의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도란도란공동체`를 만들었다. 동네 상인들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친목을 도모하며 만나다가 도시재생학교에서 공부하고 스스로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을 확보해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다 2016년 110년의 역사를 지닌 군산우체국 본점을 소재로 스토리텔링한 `군산우체통거리`가 주민공모사업에 선정돼 예산 3백만 원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국의 버려진 우체통 43개를 주민들이 직접 수거해와 지역예술단체 `채움`의 도움으로 주민들의 개성과 아이디어가 담긴 캐릭터우체통으로 되살렸다. 40여개의 캐릭터우체통은 거석길(현재 우체통거리1길)과 중정길(우체통거리2길) 곳곳에 설치되고 주민주도 거리재생사업이 본격화된다.   
 
 

NFC 기능을 장착한 말하는 우체통.
NFC 기능을 장착한 말하는 우체통.

눈길 끄는 캐릭터우체통에
세심한 경관조성  

 2017년 주민들은 거리활성화를 위해 `군산우체통거리 경관협정운영회`를 조직해 군산시와 경관협정을 체결하고 우체통거리를 활용한 문화관광홍보 콘텐츠를 조성하기로 협약한다. 경관협정이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건축물, 광고물, 공작물, 외부공간 등 지역경관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자 약속이다. 


 주민들은 배학서 운영회장을 중심으로 먼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실행했다. 집과 상가 앞을 청소하고 불법 주·정차된 차량을 정리하고 꽃을 가꾸고 거리환경을 정비했다. 수요일마다 교육과 토론을 하며 주민단합과 역량강화에 주력했다.


 군산시는 수년간 방치된 폐가 정리와 신호등 설치와 함께 예산 1억여원을 지원해줬다. 이 예산으로 주민들은 주민과 관광객이 쉴 수 있는 아트벤치와 태양광 가로등, 우체통 볼라드, 홍보물 등을 제작해 설치했다. 우체통거리 도색과 간판교체사업도 진행했다. 포토존 `손편지 만나는 곳`은 우체통거리 1·2가의 중심에 세워져 이 거리의 특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으며 이곳을 중심으로 150미터 가량의 우체통거리가 사방으로 펼쳐진다.  

말하는 캐릭터우체통과 아트벤치.
말하는 캐릭터우체통과 아트벤치.

 눈여겨볼 점은 캐릭터우체통을 비롯해 벤치, 가로등, 볼라드 등의 설치물이 단순히 경관 장식용이 아니라는 데 있다. 주민들이 아이디어를 내 각 상가를 홍보하는 캐릭터우체통을 비롯해 볼라드와 가로등은 광고수익을 낼 수 있도록 광고판이나 배너 부착이 가능하다. 또 가로등에는 각 나라별 우체통을 장식해 포토존과 랜드마크로도 활용된다.


 특히 캐릭터우체통은 복고풍의 개성 만점 캐릭터 외형에 더해 휴대폰 NFC(근거리 무선 데이터 소통 방식) 기능을 활용한 `말하는 우체통`으로 진화해 방문객들의 눈길과 발길을 더욱 잡아끈다.


 2020년에는 주민이 건물을 무상으로 기증하고 국토부 소규모도시재생 사업비로 조성된 주민자치 거점공간인 군산우체통거리 홍보관을 설립했다. 이곳은 우체통거리 전반을 알 수 있는 홍보물과 자료들이 전시돼 있고 교육과 체험이 이뤄지며, 주민들이 직접 만든 각종 엽서와 공예품, 기념품 등을 판매해 주민 수익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우체통거리 주민들은 우체통을 설치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경관협정을 통해 스스로 한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먼저 △상가 앞에 조성된 꽃과 나무에 물주고 거리 청소하기 △빈 터 소유 주민과 협의해 주차장 등으로 쓸모있게 활용하기 △주민이 솔선수범해 상점 앞에 주차하지 않기 △낡고 흉한 건물은 보수하고 아름답게 가꾸기 등이 그 약속이다. 또 젠트리피케이션이 생기지 않도록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해 임대료 올리기 제한 합의도 이뤄냈다. 

상가 앞 태양광 가로등은 광고배너 설치로 주민 수익 창출이 가능하고 나라별 우체통 테마는 랜드마크 기능을 수행한다.
상가 앞 태양광 가로등은 광고배너 설치로 주민 수익 창출이 가능하고 나라별 우체통 테마는 랜드마크 기능을 수행한다.

 배학서 군산우체통거리 경관협정운영회장은 "주민들의 노력으로 빈 상점에 신규점포가 입주해 거리가 사람들로 북적이고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이제 우체통거리는 입소문과 SNS를 타고 사람들이 군산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명소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 회복"이라며 "`어떻게 하면 우리 마을이 좋아질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거리문화행사를 하나하나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서로 의지하게 되고 무엇보다 주민들이 행복한 거리를 함께 꿈꾸게 됐다"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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