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과 소망 담은 손편지 쓰기, 우체통거리 명품 축제로 자리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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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소망 담은 손편지 쓰기, 우체통거리 명품 축제로 자리잡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1.08.13 10:12
  • 호수 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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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재생 프로젝트 | 빈집에 생기를, 지역에 활기를 ④
우체통거리 입구에 세워진 `1년 후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과 `우체부 아저씨` 조형물.
우체통거리 입구에 세워진 `1년 후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과 `우체부 아저씨` 조형물.

전북 군산의 우체통거리는 주민주도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곳이다. 지난해에는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 30선`에 선정되고 대한민국도시재생박람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군산의 중심상권이었던 이 일대는 90년대 후반 IMF에 이어 신도시가 생기면서 공동화현상이 발생하고 상권은 침체 일로를 겪지만, 2014년부터 주민들이 힘을 모아 거리를 성공적으로 살려냈다. 2016년에는 110년 역사의 군산우체국 본점을 소재로 스토리텔링한 `군산우체통거리`로 탈바꿈하고 상가 주민들은 군산시와 경관협정을 맺어 거리를 가꿔 나갔다. 상가공실률을 70%에서 30%까지 낮췄고, 이 거리의 대표 축제로 자리잡은 `손편지축제`에는 코로나 상황에도 수백 통의 편지가 답지한다. 상가 앞 곳곳에 자리한 캐릭터 우체통이 `말하는 우체통`으로 변모해 우체통거리와 상점을 홍보한다. 여전히 진화중인 군산우체통거리의 두 번째 이야기다. <편집자 주>

 

군산우체통거리의 랜드마크인 `손편지 만나는 곳`.
군산우체통거리의 랜드마크인 `손편지 만나는 곳`.

1회부터 `대박`난 축제
다양한 형태로 진화 중

 2016년 40여 개의 캐릭터 우체통과 우체국 스토리텔링, 군산시와 주민간의 경관협정 체결, 태양광 가로등, 우체통 볼라드, 아트벤치 설치 등 행정과의 협력으로 우체통거리 조성에 성공한 주민들은 거리에 걸맞은 축제를 직접 기획한다. `편지`와 `추억`을 모티브로 제1회 손편지축제를 개최한 건 2018년 6월이었다. 배학서 경관협정운영회장은 "손편지축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또 함께 모금한 500만원을 기반으로 시작됐다"고 말한다.  


 애초 계획으로는 아이들이 오면 부모도 함께 온다는 것에 착안해 유·초등학생을 유치하려 했다. 배 회장과 주민들이 교육청을 찾아가 군산의 각급학교 교장들을 모셔놓고 설명회를 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민선7기 지자체 선거 등으로 인해 무산됐다. 결국 군장대, 군산대에 재학중인 400~500명 가량의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1회 축제를 시작했다. 

소원을 들어주는 소원우체통. 휴대폰 NFC를 켜고 우체통 가까이 대면 설명이 흘러나온다.
소원을 들어주는 소원우체통. 휴대폰 NFC를 켜고 우체통 가까이 대면 설명이 흘러나온다.

 `나만의 우표를 제작해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주제로 매일 40명씩 40일간 1600명이 편지쓰기에 참여하도록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편지를 쓴 베트남 학생이 대상을 받고 그 사연이 베트남 현지 언론에 보도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 제1회 손편지축제를 통해 군산 우체통거리와 손편지축제가 전국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외부 선진지견학단이 이 거리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2018~2019년 두 해 동안에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비롯해 전국각지에서 4천여명이 찾아왔다. "우체통거리 사례를 듣는 데 조건을 걸었다. 어차피 견학을 하는 것이니 우리 동네에서 식사 한끼, 커피 한잔 드시라 했다." 정말 찾아온 분들 90% 이상이 그렇게 했고 실제로 두 해 동안 적어도 4천그릇의 밥과 4천잔의 차를 팔았단다.


 2회, 3회 거듭될수록 손편지축제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1년 후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 캔에 마음을 담아 전하는 타임캡슐, 나만의 우표, 추억 가득 우체통거리 사진액자, 다양한 거리공연 등 다채로운 아이템이 더해졌다. 때마침 찾아온 레트로 복고열풍으로 손편지축제는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고 우체통거리의 공식 포토존인 `손편지 만나는 곳`은 거리의 랜드마크가 됐다. 
 
 

홍보관에 비치된 캔 타임캡슐.
홍보관에 비치된 캔 타임캡슐.

올해는 체험키트 화제
주민 참여가 성공비결

 올해로 4회를 맞는 손편지축제는 어떤 모습일까. 코로나19 확산으로 찾는 이마저 별로 없어 어렵지는 않을까. 이런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제4회 손편지축제는 `소원`이라는 주제로 6월부터 상시 진행하고 있다. 홍보관과 손편지 만나는 곳에 비치된 소원 엽서에 소원을 적고 소원우체통에 넣으면 주최측이 소원을 선정해 그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내용이다. 비대면인데도 벌써 수백 통의 편지가 답지해 있다.    

온택트 체험키트 교환권.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읽으면 상점주인이 직접 키트 사용법을 설명해주는 동영상이 재생된다.
온택트 체험키트 교환권.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읽으면 상점주인이 직접 키트 사용법을 설명해주는 동영상이 재생된다.

 올해 축제에서 눈에 띄는 건 온택트 체험이다. 우체통거리 상가 10곳이 마련한 각종 체험키트와 밀키트를 5일간 무료로 800명에게 제공하는 행사로 100% 매진 성과를 올렸다. 라면가게의 생라멘 밀키트, 꽃공방의 사랑의 센터피스 만들기, 칼국수집의 김치 만들기 키트, 연예봉사단체의 드럼스틱과 연주체험키트, 공방의 팔찌 만들기 키트, 카페의 드립백 커피 키트 등의 교환권을 홍보관에서 받은 다음 체험키트는 각 상점에서 수령하는 방식이다. 교환권 겸 안내장에 있는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읽으면 상점주인이 직접 키트 사용법을 설명해주는 영상이 나오는 점도 흥미롭다. 이 영상 역시 주민들이 직접 촬영, 제작했다고 한다. 상점에서 키트를 받으며 음식도 사먹고 주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자연스럽게 재방문이 이뤄진다. 


 배 회장은 "라멘과 김치 키트가 가장 인기 있었다"며 "어떻게 소비자에게 접근하느냐를 놓고 고심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하고 종수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축제를 마친 직후에는 주민들끼리 늘 깊이 있는 평가회를 갖는다. 당장 쓰라면 어렵지만 두고두고 고심해서 쓰도록 시간을 주고 의견 취합을 한다. 그렇게 모은 아이디어는 어떤 용역사의 연구도 따라갈 수 없다. 아이디어가 넘쳐나고 정말 필요한 행사가 나온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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