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의 우체통거리는 주민주도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곳이다. 지난해에는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 30선`에 선정되고 대한민국도시재생박람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군산의 중심상권이었던 이 일대는 90년대 후반 IMF에 이어 신도시가 생기면서 공동화현상이 발생하고 상권은 침체 일로를 겪지만, 2014년부터 주민들이 힘을 모아 거리를 성공적으로 살려냈다. 2016년에는 110년 역사의 군산우체국 본점을 소재로 스토리텔링한 `군산우체통거리`로 탈바꿈하고 상가 주민들은 군산시와 경관협정을 맺어 거리를 가꿔 나갔다. 상가공실률을 70%에서 30%까지 낮췄고, 이 거리의 대표 축제로 자리잡은 `손편지축제`에는 코로나 상황에도 수백 통의 편지가 답지한다. 상가 앞 곳곳에 자리한 캐릭터 우체통이 `말하는 우체통`으로 변모해 우체통거리와 상점을 홍보한다. 여전히 진화중인 군산우체통거리의 두 번째 이야기다. <편집자 주>
1회부터 `대박`난 축제
다양한 형태로 진화 중
2016년 40여 개의 캐릭터 우체통과 우체국 스토리텔링, 군산시와 주민간의 경관협정 체결, 태양광 가로등, 우체통 볼라드, 아트벤치 설치 등 행정과의 협력으로 우체통거리 조성에 성공한 주민들은 거리에 걸맞은 축제를 직접 기획한다. `편지`와 `추억`을 모티브로 제1회 손편지축제를 개최한 건 2018년 6월이었다. 배학서 경관협정운영회장은 "손편지축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또 함께 모금한 500만원을 기반으로 시작됐다"고 말한다.
애초 계획으로는 아이들이 오면 부모도 함께 온다는 것에 착안해 유·초등학생을 유치하려 했다. 배 회장과 주민들이 교육청을 찾아가 군산의 각급학교 교장들을 모셔놓고 설명회를 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민선7기 지자체 선거 등으로 인해 무산됐다. 결국 군장대, 군산대에 재학중인 400~500명 가량의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1회 축제를 시작했다.
`나만의 우표를 제작해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주제로 매일 40명씩 40일간 1600명이 편지쓰기에 참여하도록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편지를 쓴 베트남 학생이 대상을 받고 그 사연이 베트남 현지 언론에 보도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 제1회 손편지축제를 통해 군산 우체통거리와 손편지축제가 전국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외부 선진지견학단이 이 거리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2018~2019년 두 해 동안에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비롯해 전국각지에서 4천여명이 찾아왔다. "우체통거리 사례를 듣는 데 조건을 걸었다. 어차피 견학을 하는 것이니 우리 동네에서 식사 한끼, 커피 한잔 드시라 했다." 정말 찾아온 분들 90% 이상이 그렇게 했고 실제로 두 해 동안 적어도 4천그릇의 밥과 4천잔의 차를 팔았단다.
2회, 3회 거듭될수록 손편지축제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1년 후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 캔에 마음을 담아 전하는 타임캡슐, 나만의 우표, 추억 가득 우체통거리 사진액자, 다양한 거리공연 등 다채로운 아이템이 더해졌다. 때마침 찾아온 레트로 복고열풍으로 손편지축제는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고 우체통거리의 공식 포토존인 `손편지 만나는 곳`은 거리의 랜드마크가 됐다.
올해는 체험키트 화제
주민 참여가 성공비결
올해로 4회를 맞는 손편지축제는 어떤 모습일까. 코로나19 확산으로 찾는 이마저 별로 없어 어렵지는 않을까. 이런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제4회 손편지축제는 `소원`이라는 주제로 6월부터 상시 진행하고 있다. 홍보관과 손편지 만나는 곳에 비치된 소원 엽서에 소원을 적고 소원우체통에 넣으면 주최측이 소원을 선정해 그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내용이다. 비대면인데도 벌써 수백 통의 편지가 답지해 있다.
올해 축제에서 눈에 띄는 건 온택트 체험이다. 우체통거리 상가 10곳이 마련한 각종 체험키트와 밀키트를 5일간 무료로 800명에게 제공하는 행사로 100% 매진 성과를 올렸다. 라면가게의 생라멘 밀키트, 꽃공방의 사랑의 센터피스 만들기, 칼국수집의 김치 만들기 키트, 연예봉사단체의 드럼스틱과 연주체험키트, 공방의 팔찌 만들기 키트, 카페의 드립백 커피 키트 등의 교환권을 홍보관에서 받은 다음 체험키트는 각 상점에서 수령하는 방식이다. 교환권 겸 안내장에 있는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읽으면 상점주인이 직접 키트 사용법을 설명해주는 영상이 나오는 점도 흥미롭다. 이 영상 역시 주민들이 직접 촬영, 제작했다고 한다. 상점에서 키트를 받으며 음식도 사먹고 주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자연스럽게 재방문이 이뤄진다.
배 회장은 "라멘과 김치 키트가 가장 인기 있었다"며 "어떻게 소비자에게 접근하느냐를 놓고 고심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하고 종수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축제를 마친 직후에는 주민들끼리 늘 깊이 있는 평가회를 갖는다. 당장 쓰라면 어렵지만 두고두고 고심해서 쓰도록 시간을 주고 의견 취합을 한다. 그렇게 모은 아이디어는 어떤 용역사의 연구도 따라갈 수 없다. 아이디어가 넘쳐나고 정말 필요한 행사가 나온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