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술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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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술 부대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8.13 10:57
  • 호수 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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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100
碧松 감충효 |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아이락 한 잔 술에 세상판도 그려 본다
좋은 술 어쩌다가 썩은 부대 담겼다가
탁류에 휩쓸려가니 이를 어찌 붙드나?

 
 몽골을 여행할 때 게르에서 몽골인이 `아이락`이라 부르며 떠 주는 새큼한 마유주(馬乳酒)를 마시면서도 눈은 마유주 부대를 떠나지 않았다. 말가죽으로 만든 술 부대를 보면서 `새 술은 새 가죽부대에 담아라.`라는 성경의 말씀이 생각났다. 왜 하필이면 가죽 부대인가? 옛날에는 술을 양 가죽으로 만든 부대 속에 넣었는데 이는 교통이 불편하던 시대에, 원거리로 운반하기에 편한 까닭이었다. 


 초원을 이동하며 생활하는 몽골 유목민들에게 가죽 부대는 참 편리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필요할 때만 담고 그럴 필요가 없을 때는 말려서 접으면 부피도 작고 가벼워 얼마나 편리한가?


 이사 갈 때 무겁고 부피가 큰 빈항아리를 낑낑거리며 옮길 때를 생각해보면 그 답이 나온다. 더구나 까딱 잘못하여 금이 가거나 깨어지지 않게 하려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미국의 서부 영화에서 말을 타고 사막을 달리다가 목마르면 마시는 물도 가죽부대에 담겨져 있다. 말 등에 물 항아리를 얹어 다닌다면 얼마나 불편할 것인가.


 `새 술은 새 가죽부대에 담아라.`는 축약된 표현이고 원래는 신약 마테 복음 제9장 제17절에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지 아니하나니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가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됨이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이 다 보존되느니라.`로 되어있다. 이 성경의 가르침의 뜻은,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로 가닥 지어진다. 새로운 사상은 새로운 표현형식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내용이 다른 때는 형식도 같이 달라진다. 즉 표리부동(表裏不同)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문예, 예술 분야에서 많이 적용한다. 


 우리 인류는 이 성경의 말씀을 만고의 진리로 믿으며 수 천 년을 살아왔다. 역사의 고비마다 이 술 부대는 터지고 술은 쏟아져 나왔다. 쏟아진 술은 썩은 술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술도 있었다. 새 술로 부대에 담겨졌다가 그 부대가 썩은 것이어서 허망하게 쏟아진 경우도 있었고 담겨지지 말았어야 할 썩은 술이 새 부대에 담겨져 그 부대마저 썩게 한 경우도 있었다.


 `나는 새 술이고 새 부대에 담겨져 썩지 않고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라는 의미의 약속을 다짐하던 자들도 그 술의 유효기간을 견디기는커녕 그 부대의 마개를 막기도 전에 썩어서 터지는 것을 많이도 보아왔다. 우리는 불안하다. 세상사 수없이 많은 종류의 술이 담긴 술 부대가 좋은 세상의 좋은 기호품을 신선하게 보존하여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닌,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우환의 대상으로 우리에게 각인 된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몽골말의 모태가 품어내는 기운이 담긴 마유주가 신선한 가죽부대에 담겨졌다가 유라시아 정벌의 몽골 대평원 영웅들의 고단함을 풀어주었다면,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 정신을 바탕으로 조국근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여 온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고도성장으로 급기야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을 이룩한 이 나라를 소란스럽게 하는 졸장부들의 술 부대와 술의 역할은 참으로 초라하고 부끄럽다. 이미 술 부대에 들어가기도 전에 시어버린 경우도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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