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새벽 닭 우는 소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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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새벽 닭 우는 소리에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8.24 14:58
  • 호수 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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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101 │ 碧松 감충효 시인·칼럼니스트

참으로 오랜만에 닭 울음 들어 본다
그것도 고향 새벽 창호지 틈 사이로
달빛에 흙냄새까지 흠뻑 적셔 오나니.

언제 적 소리던가 감나무 낙과 소리
주먹만 한 장두감은 소리도 꽤나 컸지
소중히 물에 울려서 간식되던 장두감.

이산 저산 벌초하고 상경하기 바빴지만
조금만 삶의 고삐 늦추 잡은 그날 하루
친구와 조각배 타고 달빛 보던 그날 밤.

碧松  감  충  효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어느 늦여름 벌초를 위해 고향집에 갔다가 새벽 닭 우는 소리에 잠을 깨었다. 비몽사몽 지금 내가 누워 있는 곳이 서울이 아님을 인식하는 데는 잠시 시간이 필요했다.
조부모님, 부모님 산소의 벌초를 위해 토요일 아침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서울에서 금요일 오후부터 달려와 밤 12시경에야 도착을 하여 여장을 풀고 잠을 청했다가 지금 새벽 닭 울음소리에 잠을 깬 것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37분 그 이후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겨우 4시간 정도 잔 것 같았는데 산뜻한 공기와 흙냄새 때문인지 이상하리만치 몸이 개운했다.
창호지 바른 창문으로 달빛이 고요히 비쳐든다.
"툭"하고 뭐가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데구르르 구르는 소리,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져 황토마당에 구르는 소리다. 그리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가을 풀벌레소리…. 참으로 오랜만에 고향의 정취를 느껴본다. 항상 벌초하러 내려오면 하루나 이틀 동안 이 산 저산 바쁘게 다니면서 땀에 흠뻑 젖은 몰골에다 햇볕에 벌겋게 탄 열 받은 얼굴을 하고 그날이나 뒷날 올라오기 바빴었다. 그러나 이번 벌초는 예초기를 두 대 가동하는 바람에 완전 하루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어쩌면 토요일 휴무의 여건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잊고 있었던 새벽 닭 우는 소리는 감나무 낙과의 소리와 이름 모를 가을 풀벌레들의 소리와 어울려 잔잔한 울림으로 밀려왔었다. 그리고 다음 날엔 오랜만에 죽마고우를 만날 여유도 있어 달빛 교교한 고향 바다의 갯냄새를 맡으며 바다 건너 어촌의 불빛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도 가져봤다. 
그해 고요한 새벽, 고향집 뒤안길로 들어서게 해준 그 장닭이 올해도 울어 줄지는 알 수 없지만 은근히 기다려지는 마음은 벌써 고향집 뒤안길을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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