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께 진상하던 민어가 우리 식탁에…국내 최초 어탕육수 특허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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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께 진상하던 민어가 우리 식탁에…국내 최초 어탕육수 특허 획득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1.09.03 14:22
  • 호수 7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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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류일숙 보물섬수산 대표
이번에 어탕육수 제조방법과 어탕육수로 특허를 받은 류일숙 보물섬수산 대표.
이번에 어탕육수 제조방법과 어탕육수로 특허를 받은 류일숙 보물섬수산 대표.
어탕육수에 칼국수면을 넣고 채소고명을 얹은 어탕칼국수.
어탕육수에 칼국수면을 넣고 채소고명을 얹은 어탕칼국수.

 남해전통시장의 류일숙 보물섬수산(51·옛 대창수산) 대표가 어탕육수 제조방법과 어탕육수로 특허청의 특허를 획득했다. 보통 `어탕` 하면 붕어나 잉어 같은 민물생선으로 만든 보양식을 떠올리는데 류일숙 대표가 이번에 국내 최초로 특허를 낸 어탕육수는 최고급 바다생선인 민어를 기본으로 했다.
 예로부터 민어는 보양식으로 널리 알려진 생선인데, 옛 문헌을 보면 여름 삼복에 복달임 음식으로 임금은 민어탕, 신하는 돔탕, 일반 백성은 보신탕을 먹었다고 한다. 일반 생선이 아닌 왕실의 임금에게 진상되던 귀한 민어로 만든 `민어 어탕`이다. 류 대표는 "민어는 그 고급성 때문에 시장 진출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어요. 또 민어는 다른 생선과의 조합도 가능해요"라고 말한다. 어탕육수는 민어뿐 아니라 웬만한 바다생선으로 다 만들 수 있다. "바다생선은 민어가 없으면 도미 등 다른 생선을 얼마든지 쓸 수 있어요. 만드는 공정은 같고 생선만 달리하면 됩니다. 재료가 달리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지요." 이번에 낸 특허에 그 제조방법이 포함돼 있는데 어탕과 어탕육수의 고급화와 대중화, 투 트랙 전략이 가능한 셈이다. 
 무엇보다 어탕육수만 있으면 어탕칼국수, 어탕국수, 어탕수제비, 어탕만둣국, 다슬기탕, 어묵탕 등 뭘 넣어도 맛이 있고 다양한 메뉴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고단백 영양식이라 성장기 아이들에게도 좋다.
 
"어탕은 대중적 보양식이자 고령친화식품"
 류인숙 대표는 수산물 가공에 대한 연구를 해오면서 기왕이면 단순 육수가 아니라 몸에 좋은 보양식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나가려고 했다고 한다. 약학박사, 한의학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고 실험을 거쳐 최적의 어육을 찾아 남녀노소 거부감이나 부작용 없는 보양식으로 어탕육수를 만들었다.
 또 류 대표는 우리나라가 이미 고령화시대에 진입하면서 정부에서 고령친화식품을 발굴, 육성하는데 여기서도 어탕이 큰 장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얼핏 생각하기에도 고령친화식품이라면 치아 부담 없이 씹거나 목 넘김이 좋아야 하고 고단백식품이어야 한다. "가장 대중화된 단백질 공급원으로 두부가 있고 다음으로 육고기가 있어요. 육고기는 설렁탕이나 곰탕을 하는데 단점이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다는 거죠. 바다생선 어탕은 그렇지 않아서 고령친화식품, 환자식으로 최적이에요."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맛을 표현하기가 쉽진 않네요. 6시간을 푹 고아 어탕 특유의 진한 풍미가 있어요. 어탕으로 제조가공허가를 받고 진주, 언양의 식당 두 군데에 넣어봤는데 맛이 좋다는 평가는 진즉에 나왔지요." 또 육수만 있으면 탕 종류는 뭐든지 되니 편하고 위생적이기도 하다고.
 이번 특허의 핵심기술은 비린내를 잡는 방법이다. 어탕은 일단 비린내가 나면 안 된다. 생선이 클수록 비린내가 많이 난다. 추어탕에 비해 어탕이 쉽게 대중화되지 못하는 이유다. 류 대표는 화학적 방법이 아닌 자연비법으로 비린내를 잡았다. 
 
"수산물 가공 남해 특산품 개발 지원해주길"
 이제 막 오십 줄에 접어든 류인숙 대표가 일반적이지 않은 어탕 특허를 내게 된 데는 남해전통시장에서 40년 넘게 반건조생선 전문 대창수산을 운영해온 친정어머니 덕이 크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울산시립교향악단 단무장, 신문사 기자, 부동산 경매까지 류 대표가 해온 일은 다양하다. 결혼해서 장어도소매점도 하고 경주에서 민물생선 어탕집도 운영했다. 어탕의 대량생산, 유통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유통을 위해 대구에서 SNS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고 동기 10명과 공동으로 SNS마케팅 책 『SNS마케팅, 업종에 상관없다』를 내기도 했다.
 그러다 6년 전 고향 남해로 돌아와 어머니의 가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민물생선이 아닌 바다생선으로 어탕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어탕육수 개발은 진즉에 마쳤지만 두 번의 시도 끝에 지난해 특허출원을 하고 보완을 해 올 8월에 드디어 특허를 따낸 것이다.
 류 대표에게는 이번 어탕육수 특허가 시작일 뿐이다. 류 대표는 남해의 전통방식으로 만든 말린고기, 이른바 반건조생선을 남해 어업 특산물로 만들겠다는 큰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남해에는 수산물 가공을 지원하는 센터가 없어요. 보통 수산물 가공 하면 어묵 정도이고 어민이나 상인들도 수산물 판매만 하지 가공 쪽으로 하는 분들은 별로 없어요."  
 반건조생선은 상인들마다 자신만의 노하우로 직접 말려서 파는 재래시장만의 전통적 상품이다. 일 많고 손 많이 가는 마른고기를 40년 넘게 만들어 팔아온 어머니를 보며 류 대표는 개인이 해온 전통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다. 또 최대한 공정을 줄이고 항상 음식을 먹는 소비자 입장에서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현대화할 필요성을 느낀다.
 류 대표는 남해가 섬인 만큼 농산물도 그렇지만 수산물과 수산물 가공 분야에 행정이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남해~여수 해저터널이 뚫리는데 남해는 지역특성에 맞는 어시장이 경쟁력이에요. 군에서 수산물 가공시설을 만들어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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