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검은 개`를 치유할 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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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검은 개`를 치유할 반려동물
  • 김희준 기자
  • 승인 2021.09.10 10:00
  • 호수 7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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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보호센터 필요성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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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으로 밝혀진 반려동물의 심리치료와 치매 예방 효과
사도세자가 그렸다고 전하는 `견도`. [출처 : 국립고궁박물관]
사도세자가 그렸다고 전하는 `견도`. [출처 : 국립고궁박물관]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은 평생을 깊은 우울증과 건강염려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괴롭히는 우울증을 일컬어 `검은 개`라 불렀다. 이전부터 영국의 전설에는 크고 검붉은 외형에 불을 뿜는 죽음의 상징 `검은 개` 혹은 `지옥의 사냥개` 이야기가 있었다. 처칠이 우울증으로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알 수 있는 표현으로, 지금도 영미권에서 `검은 개`는 불길함을 상징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9세기부터 우울증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심리적 치료와 상담, 물리적인 치료에까지 다양한 동물이 활용돼온 가운데 대표적인 동물이 바로 개, 반려견이다.

인류 역사와 함께해 온 반려동물의 치유능력
 학자들은 고고학적 자료를 근거로 약 1만5천년 전에 회색늑대로부터 지금의 개의 조상격인 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람 주변으로 찾아든 늑대들이 적응하며 최초의 가축인 `개`가 됐다는 것이다. 이후 혈통의 분화를 거치며 늑대와 구분되는 유전자의 변화가 따랐는데, 특히 맹목적으로 인간을 따르는 특성에 대해 유전자에서 원인을 찾는 논문도 있다. 인간이 개를 길들인 것이 아니라 조상개 이후로 개들 사이에서 자연적으로 인간에게 우호적인 성향이 발생해 유전자에 새겨졌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인간에게 호의적인 개의 특성이 인간으로 치자면 윌리엄스 증후군이란 장애와 유전적으로 유사하다는 진화생물학자 브리짓 본 홀트의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있다.


 `백의의 천사`로 불리는 나이팅게일은 동물이 장기만성질환자의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파악하고 치료에 활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심리상담 시에 그의 애견을 곁에 두고 보조적인 역할을 맡겼던 사실이 있다. 프로이트의 애견은 `조피`란 이름의 차우차우 종이었는데, 상담치료 중에 조피가 옆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상담에 도움이 되는 것을 보고 동물의 인간에 대한 치유효과를 활용했다고 한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된 `견도`(유물번호 창덕6563)에는 이국적인 모습의 큰 개 한 마리와 작은 개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 큰 개는 외형으로 보아 중국을 통해 들여온 외래 견종일 것이란 추측이 있는데, 어릴 때부터 부친인 `영조`와 관계가 멀었던 사도세자의 사냥개가 아닌가 하는 추측이다. 진위 여부를 알 수 없으나 사도세자가 그렸다고 전하는 이 그림에서 반갑게 달려오는 작은 개와 무심한 듯 보이는 큰 개의 모습이 마치 영조와 사도세자를 보는 듯하다는 감상이다. 결국 아버지 영조에 의해 비운의 결말을 맞은 사도세자에게 개들이 유일한 마음의 벗이었던 건 아닐까.


 현대로 오며 한국은 1990년 한국동물병원협회가 주도한 `동물은 내친구` 활동, 1994년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 설립, 2001년 재활 승마단 발족, 2002년 삼성 치료도우미견센터가 발족하는 등 동물의 치료효과를 인정해 왔으며, 2008년에는 원광대학교에 전공과목이 설립됨으로서 학술적 연구가 본격화 됐다고 한다. (2012년 원광대 김옥진 교수 룗동물매개치료의 역사와 현황룘 논문)

실종 40시간 동안 주인인 90대 어르신의 체온을 지킨 강아지 `백구`(사진^홍성군청)
실종 40시간 동안 주인인 90대 어르신의 체온을 지킨 강아지 `백구`(사진^홍성군청)

노인성 치매와 반려동물
 반려동물은 치매예방과 치료에도 긍적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 노인센터에서 계속해서 개를 접하거나 이따금 개가 방문하도록 하는 여러 실험에서 개나 고양이를 접한 치매 환자들의 공격성과 흥분성, 불안감이 현저히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으며 친절한 행동을 보이는 등 행동개선에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코리아사이언스, 김옥진 교수 룗치매환자에 대한 동물매개치료의 효과룘) 참고로 2018년 전국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치매환자 추정치는 약 75만명, 유병률은 10%에 달한다.(중앙치매센터 보고서 룗대한민국 치매현황룘)


 한편, 우리는 종종 고령인이 홀로 집에서 쓰러지거나 길을 잃는 등의 사고에 길러오던 강아지가 주인을 구했다는 훈훈한 소식들을 접하기도 한다.<사진>

내 눈을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
 적극적인 치료행위로서 신체와 심리의 장애를 치유하는 효과 외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만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늘어가는 현대의 노인가구, 1인 가구 등의 생활에 있어 반려동물은 운동할 기회, 밖으로 나갈 기회,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를 늘려준다. 반려동물과 걷고 노는 과정에서 보호자의 혈압강하,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는 효과, 트리글리세리드(동맥경화를 일으키는 혈중 지방성분) 수치 강하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반려동물을 보살피며 생활하는 과정에서 외로움과 우울함이 감소된다고 한다. (CDC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자료 참조)


 2009년 발표된 일본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반려견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옥시토신의 분비가 증가한다고 한다.(미 국립생물정보센터, 10.1016/j.yhbeh.2008.12.002)


 옥시토신은 자궁수축이란 주기능 외에 사회적 유대와 사랑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매력적인 사람을 바라볼 때 분비돼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일명 `러브호르몬`이다.
 
 이렇듯 반려동물, 그 가운데서도 개와 고양이는 인간의 생활 속으로 들어온 이후 다양하게 인간과 소통하며 우리 삶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고령인의 삶에서 반려동물의 역할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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