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선면의 마지막 코스로 옛날에 진주목 말목장이 있어 5번 말발굽길이다. 적량에서 대곡, 장포, 부윤마을 당저, 지족으로 이어지는 12㎞로 4시간 내외가 소요되며 난이도 ★★★이다.
이번에는 아침에 출발하는 남해의 완보팀을 따라가 볼 계획이다. 더위를 피하여 아침에 바래길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9시경에 마무리하는 게 좋다. 시작점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해야 하므로 4시부터 준비를 하고 이동시간을 고려, 준비를 하는데 대중교통편 이용이 시간적으로 거리적으로 여의치 않다면 자가용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그래서 시점과 종점에 각각 1대씩 두거나 또는 도착점에서 택시를 타고 시점까지 오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오늘은 종점인 삼동면 지족 농협마트 주차장과 적량에 차량을 1대씩 두고 정방향으로 적량에서 지족까지 걸어오는 방법을 선택했다. 동행자는 남해바래길을 완보한 남해주민 2명이다.
읍에서 4시 30분에 만나 지족에 오니 4시 45분, 다시 차를 1대 주차시키고 15분 거리에 있는 적량으로 가서 주차하고 앱을 켠 다음 사진을 찍고 출발하니 5시 3분이다. 날은 아직 새지 않았고 여명이 밝아오니 동쪽하늘에는 붉은빛이 감돈다. 부지런한 주민은 벌써 경운기 타고 들로 나가고 운동하는 한두 사람이 앞서 걸어간다.
대곡과 장포와 적량은 같은 마을이었는데 1931년에 적량에서 장포가 분동되고, 1981년 대곡이 분동되었다. 13분가량 아스팔트 도로를 걸어 대곡마을회관 앞을 지나는데 앱에서 1㎞를 통과한다고 멘트가 나온다. 세 사람의 발자국소리와 스틱소리가 착착거리는 음률에 맞춰 진동하는데 그 소리가 정겨운지 지나가는 고양이가 가다 말고 휙 쳐다본다.
대곡마을 만곡된 골짜기를 2개나 돌아 고개를 넘어 1㎞ 더 가면 장포마을에 도착한다. 전형적인 어촌마을인데 유명한 것은 역시 사우스케이프CC&리조트 골프장이다. 창선면 흥선로 1545에 자리잡은 골프장은 70만평 부지 위에 18홀로 2013년에 개장했다. 기암괴석과 절벽 위에 리아스식 해안으로 연결된 다양한 섬들과 대화를 하면서 호쾌한 샷을 날릴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해변골프장이다. 7성급호텔과 빌라, 수영장, 트래킹코스, 요트장 등을 갖춰 각종 레저를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 무료로 서틀버스를 운행하며 사천공항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개장 초 배용준·박수진 부부가 2015년 7월 27일 식을 올린 후 신혼여행을 남해로 와서 8월 2일까지 머물다 가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장포 동쪽에는 모상개해수욕장이 있는데 길이 500m, 폭 50m로 창선에서 가장 크며 절벽으로 된 바위가 절경을 이룬다. 마을 중간에서 우로 꺾어서 장포경로당 사이로 진입한다. 한 300m가량 농로를 지나 산길로 접어들어 4㎞ 지점쯤 풍경소리가 들려오는 보현사에 오니 아침 6시 5분이다. 장포마을 통통배들은 아침 고기 잡으러 바다로 줄지어 나가고 산새와 매미가 듀엣으로 노래하니 기분은 상쾌하고 아침 햇살이 얼굴에 반사되어 반짝거린다.
신선한 아침공기에 매혹되어 걷다보면 부윤리를 지난다. 넓은 들과 주위 산수가 부자를 배출할 형국이라 해서 부윤이라 불렀다고 한다. 마을 앞에 거북이형상으로 길게 늘어선 구도(龜島)는 임진왜란 때 성을 쌓고 군사를 배치해 적을 막았다. 떡가래처럼 축 늘어진 추섬은 사철 쑥이 많다고 추도(萩島)라 불렀다. 지금은 소나무 숲으로 조성된 추섬공원 초입, 운동기구가 다섯 개 정도 설치된 쉼터에 와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오늘의 첫 휴식이다. 오이, 참외, 초콜릿, 방울토마토, 커피 등 먹을거리를 함께 내어놓고 고단한 몸에 휴식을 준 후 다시 출발한다.
당저마을 지나 조금 위험스러운 국도를 따라 창선대교를 지나고 4시간가량 걸으면 남해바래길 5번 말발굽길(남파랑38)이 종료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