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가마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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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 가마솥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9.10 11:12
  • 호수 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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碧松 감충효 |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나무도 나무 나름 주목이 타는 아침
가마솥 그 아래서 천년 향 내품다가
덕고산 신선을 따라 안개 속에 묻힌다.
 

 강원도 어느 산골에 들어가서 혼자서 얼마간 살면서 지친 심신을 좀 연마하기로 하였다. 필자가 맨발로 즐겨하는 종목의 운동을 할 수 있는 깨끗한 데크가 있는데다 식구들이나 친척들이 오면 휴식도 취할 수 있는 편백 황토방이 있고 조그마한 남새밭이 주목 울타리에 싸여 있는 집이었다. 반장님이 자기 땅이 좀 있으니 농사를 지어보라고 했다. 더덕을 캐낸 600평 정도의 면적이었다. 땅은 기름지고 교통은 좋은 곳이다. 지금의 나이에 농사를 시작한다는 것은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본가로 자주 왕래해야 하기에 사양하였다.    


 운동과 집필활동에 전념하면서 심신연마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여기 온 이상 딴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주변 이웃 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집집마다 대문이 없이 서로가 터놓고 살다보니 인보정신과 협동정신이 저절로 길러진다. 마을길의 잡초 제거와 교통을 방해하는 길가의 나무 벌목에 동참해 봤는데 어찌나 자발적이고 근면 협동정신이 강한지 1970년대의 새마을 운동을 보는 듯했다.  


 장수마을의 명패를 달고 있는 마을이라 서울 등 외지에서 많이 들어와 살고 있으며 가까운 이웃끼리는 그럴 수 없이 사이좋게 잘 지낸다. 어제도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느닷없이 몇 분이 들이닥친다. 이 더운데 왜 집에 있느냐며 산으로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물이 쏟아지는 치악산 깊은 계곡이었다. 더위를 피하며 하루가 넘어가고 또 내일이면 이곳에서 제일 잘하는 막국수 먹으러 가자고 쳐들어 올 것이다. 


 마당에 가마솥이 있어 참 알차게 쓰고 있다. 가마솥을 만지면 어릴 적 고향생각이 절로 난다. 여름 날 마당에 가마솥 화덕을 설치하고 칼국수나 수제비를 만들어 주시던 할머님과 어머님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필자의 가마솥 사용법은 상황 따라 변한다. 오늘은 주목 울타리 정리한 부산물을 화목으로 사용하였다. 주목 타는 향기로운 냄새가 마을을 진동하고 뒷산까지 적신다. 돼지고기는 구워먹는 것보다 삶아 먹는 것이 건강상 좋기에 우선 돼지고기를 삶아낸다. 삶아낸 국물은 버리지 않고 애견의 사료에 조금씩 섞어주면 아주 좋아한다. 다음엔 가열된 솥에 물을 조금 부으면 3일분 간식용 달걀 6개가 순식간에 익는다. 다시 물을 부어 며칠 전 뒷집에서 뜯어가라고 하는 근대를 데쳐내어 두 집이 나누어 먹는다. 다음엔 옆집 분이 낚아서 손질해서 준 붕어의 도리뱅뱅을 할 차례다. 냉장고에 보관해둔 붕어를 내어 와서 옆집 할머니께 요리 좀 해달라고 부탁드린다. 그리고는 이웃집 사람들을 오게 해서 점심을 겸해서 나누어 먹는다. 말려둔 쑥이 가마솥으로 들어가고 쑥물이 까맣게 우러나면 숯불은 삼겹살 화덕으로 옮겨져 고기를 구워낸다. 이웃 사람들이 돌아간 뒤 쑥의 향기가 진동하는 따끈따끈한 새까만 쑥물로 머리를 감는다, 탈모나 피부에 좋다고 해서 필자도 따라 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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