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시행 앞두고 `시대적 흐름` vs `시기상조`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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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시행 앞두고 `시대적 흐름` vs `시기상조` 대립
  • 최정민 시민기자
  • 승인 2021.09.23 11:23
  • 호수 7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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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부터 단계적 적용, 2025년 전면 시행
입시경쟁 벗어나 진로 중심 학습에 방점
도농 교육인프라 등 격차해소 방안 모색
남해군학부모네트워크협의회 고교학점제 설명회 열어
지난 8일 남해교육지원청 2층 회의실에서 남해군학부모네트워크가 마련한 `고교학점제 이해와 대비`가 30여명의 학부모들이 참여한 가운데 특강으로 열렸다.
지난 8일 남해교육지원청 2층 회의실에서 남해군학부모네트워크가 마련한 `고교학점제 이해와 대비`가 30여명의 학부모들이 참여한 가운데 특강으로 열렸다.

 지난 6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3학년도부터 일반계고 90%에 고교학점제를 우선 실시한다. 수업은 현행 205에서 192학점으로 줄어든다. 학생들은 1학년 땐 국어·영어·수학 등을 공통으로 배우고 이외에는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배우게 된다. 현재 중학교 1학년까지는 내신이 현행대로 상대평가 방식이 유지되지만 초등 6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5년부터는 선택과목의 경우 성취평가제(절대평가)가 적용된다. 


 고교학점제 찬성론 쪽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에서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교육 시스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양대 교원단체를 필두로 반대론 쪽은 고교학점제가 앞으로 가야할 방향이라는 점에서는 동의하지만 교육 현장에서의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2025년 전면 도입은 무리라고 반대의 뜻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고교학점제의 이해를 돕고자 남해군학부모네트워크협의회(회장 정기영, 이하 남해학부모네트워크)는 지난 8일 남해교육지원청 2층 회의실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먼저 강태석 남해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인사말에서 "교육장 직전에 고등학교 교장으로 역임했기에 고교학점제의 장·단점을 익히 알고 있다"며 "학생 스스로 진로를 정하는 나이가 17세 즉, 고등학교 1학년 때"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러므로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진로적 성숙에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제반 여건이 갖추어지지 못한다면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학생일 수밖에 없다"며 "남해교육지원청도 예상되는 어려움을 미리 대비하도록 만전을 기할 테니 학부모들도 참여해서 여러 어려운 점들을 이야기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교학점제 이해와 대비
 이날 강사로 나선 고교학점제 전문가인 피상훈 소장(프레디저in 진로진학연구소)은 `고교학점제 이해와 대비`라는 주제로 30여명의 학부모들에게 △고교학점제 핵심 내용 이해와 진행 로드맵 △고교학점제에 대한 교육 주체들(학생, 학부모, 교사)의 이해 정도와 기대, 어려워 하는 점 △남해 지역 고등학교들의 교육과정 편성 특징과 교육 격차 해소 방안 제시 등 세 가지 주제로 특강을 펼쳤다.


 피상훈 소장은 "고교학점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자녀의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좋아하고 잘하는 부분에 대한 경험을 통한 탐색"이라고 강조하며 "남해군과 유사한 규모나 지역 특성을 지닌 타 지역의 연구 결과를 볼 때 학부모와 학생은 제도와 진로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교사들의 업무 경감과 제대로 된 연수와 보상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교육 개혁의 정점에는 대학입시가 위치하고 있는 바 고교학점제에 걸맞은 대입제도가 고교학점제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소"라며 "그러므로 2024년에 발표될 2028학년 대학입학 전형 기본 계획(4년 예고제로 2024년에 발표)이 고교학점제의 기본 정신과 방향을 제대로 반영하느냐가 고교학점제 성공의 시금석이 된다"고 전망했다.


 이에 남해군의 경우, 학생의 과목 선택권 보장을 위해 학교와 학부모가 한 뜻으로 교사 채용 확충, 순회교사 제도 적극 활용,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의 활성화 등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학교와 지역 간 교육 격차는 지금과는 다른 문제를 양상하게 될 것이다.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의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간 격차가 예상된다. 또한, 농어촌 학생들은 다른 학교의 수업을 듣기 위해 수십㎞를 옮기거나 온라인 화상 수업에 의존해야만 한다.


 개별학교에서 학생 수 부족으로 개설되지 못하는 과목들은 개별 학교를 넘어 지역 단위에서 접근해야 하므로 남해교육지원청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날 주이순 해양초등학교운영위원장은 "학생 수 부족과 학교간 거리가 먼 남해군에서 고교학점제를 실시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고교학점제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교사의 능력과 학교장의 운영방식이지 않을까 싶다"며 "앞으로 약 9만명의 교사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원하는 다양한 과목들이 개설되고 수업 이외의 업무 분담을 통해 교사가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진로탐색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운영돼야 한다"며 "우리 아이들이 4차산업 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소외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줄 고교학점제의 성공을 위해 학생과 남해교육지원청은 물론 우리 학부모들도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교조가 지난 7월 일반계고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교원 548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도입 재검토`(65.8%), `도입 반대`(26.9%)를 합쳐 응답자 10명 중 9명이 도입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또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한 학생·학부모·교사의 인식조사`에서도 응답자 38.5%가 `학교교육 방식과 대입제도의 불일치`를 지적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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