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에 밥 말아 먹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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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에 밥 말아 먹는 아이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09.23 11:59
  • 호수 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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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초등학교 2학년 때 남해에서 부산으로 전학을 갔다. 용두산 공원 맞은편에 소재한 학교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크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학생 수가 많아 저학년은 오전 오후반으로 나누어 등교할 정도로 학생수가 많았다.


 오후 수업이 생긴 4학년에 오르자 비로소 오전 오후 반에서 벗어나 생애 처음으로 도시락을 가지고 등교하였는데 그때 형편이 나은 친구들은 학교 측에 우유를 신청하여 점심시간에 마셨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나에게는 상당히 부러운 일이었다.


 당시 우유를 배식받은 친구들 대부분은 도시락을 먹은 후 물 대신 마시는데 한 친구가 우유에 밥을 말아 먹는 행동을 보였고 그 모습에 반 친구들은 이상하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하였다. 성인이 된 지금도 조금 다른 행동을 하는 이유로 주변에 눈치를 받거나 때로는 따돌림을 받는 일이 생기는데 어린눈에 처음 보는 우유에 밥 말아 먹는 모습은 우리들의 눈에 큰 충격을 주었고 그 친구는 결국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까지 친구들에게 별종 취급을 받으며 왕따를 당하였다. 


 오랜 시간이 흐르며 많은 이들과 교류하며 다른 지역의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우유뿐 아니라 막걸리나 콜라에 밥 말아 먹거나 과일로만 생각한 수박과 참외를 된장에 찍어 반찬으로 먹는 것을 봤고 그제야 직접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얼마나 편협한 시선을 가졌는지 되돌아볼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가며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며 세상에 대한 이해력이 향상됐다고 생각하지만, 때때로 문득 차오르는 분노가 아직 우유에 밥 말아 먹는 친구를 이상하게 바라보든 시각 때문은 아닌지 돌아보는 요즘이다. 코로나 19로 물질은 풍요롭지 못하여도 이웃을 바라보는 마음만은 너그럽고 풍요롭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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