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서예의 맥 이어가고자 여든 살 넘어서도 출장강의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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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서예의 맥 이어가고자 여든 살 넘어서도 출장강의 갑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1.10.01 10:13
  • 호수 7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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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터 뷰 | 서예가 한돌 이 삼 표 선생
한돌 이삼표 선생은 여든이 넘은 지금도 남해사람들에게 서도의 맛과 멋을 가르친다.
한돌 이삼표 선생은 여든이 넘은 지금도 남해사람들에게 서도의 맛과 멋을 가르친다.
한돌 선생이 자신의 한글서예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글은 `농가월령가` 중 12월령의 일부.
한돌 선생이 자신의 한글서예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글은 `농가월령가` 중 12월령의 일부.

 한돌 이삼표(81·봉내마을) 선생은 남해의 서예가다. 서면 노구마을에서 태어나 여든 평생을 고향 남해에서 지필묵을 벗하며 많은 이들에게 서도(書道)를 가르치며 살고 있다. 일파 장용남 선생에게 사사하고 한돌서예학원을 운영했으며 대한민국 문화예술협회 이사, 남해서도회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남해서도회 고문으로 있다. 각종 전국서화대전 수상을 비롯, 다수의 미술제와 서예대전 초대작가로 작품활동을 해왔다. 


 기자가 만난 한돌 선생은 훤칠한 키에 양복 정장과 구두를 신고 중절모를 쓴 멋쟁이 노신사였다. 그는 평소에도 늘 이런 차림으로 서예 출장강좌를 다닌단다. 


 정현태 전 남해군수는 한돌 선생을 일컬어 "나도 선생에게 배우고 있지만 한글 서예를 20여년간 꾸준히 가르쳐왔으며 코로나시국인 지금도 붓을 안 놓고 매일 수업을 다닙니다. 한글서체 전체를 섭렵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 사실상 우리지역의 문화적 자산"이라고 소개한다. 
 
퇴직 후 서예 본격 지도
 한돌 선생이 서예를 시작한 것은 아주 어릴 적 한학자이셨던 아버지의 어깨너머로 붓글씨를 익히던 때부터다. 따지고 보면 선생은 평생을 붓과 함께 한 셈이다. "남해 우체국과 한국통신에서 근무했어요. 컴퓨터가 없어서 손글씨, 붓글씨를 많이 썼을 때예요. 늘 붓과 함께 하다 보니 솜씨도 차츰 늘었지요." 


 1985년경 한국통신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한국통신 본사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상설 전시장을 만들어놓고 전 국민 대상으로 가훈 쓰기 행사를 했다. 그때 선발돼 그곳에 파견근무를 나가 6개월 동안 방문객들의 가훈을 2천점 정도 써줬다고. 그때 일이 선생의 서체 완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1999년 한국통신을 퇴직하고 2000년에 남해군청 입구에 한돌서예학원을 차렸다. 당시 학생은 물론이고 서예를 하려는 일반인도 많았다. 2015년까지 약 15년간 1천여명을 가르쳤다. "그때 가르친 학생들이 서예대전에서 수상을 하고 사회에 나가 제 역할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서예를 가르쳐온 일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2005년경에는 김향숙 동천보건진료소장의 주선으로 서예교실을 열고 삼동 동천의 주부 15~16명에게 서예를 7~8년간 가르친 일도 있다. "평생 농사만 짓고 한글도 모르던 분들이 글씨를 배우고 2013년경에는 직접 글씨를 써서 8폭 병풍을 만들었지요. 남해군 보건소 증축기념으로 1주일 이상 전시회를 하기도 했어요." 


 2000년경 남해서도회의 회원수가 6~7명까지 줄면서 유명무실할 때 서도회장을 맡아 회원을 70명 가까이 늘리면서 서도회를 재정립한 이도 한돌 선생이다. 그런가 하면 군민동산의 남해군민헌장비, 상주금산 입구의 국민교육헌장비, 남해 충렬사의 현판, 남해문화원에서 마련한 금산군민기원제의 열두폭 병풍의 휘호도 한돌 선생이 남긴 작품이다. 그의 서도 인생 굽이굽이에 아로새겨진 빛나는 기억들일 게다. 
 
"한글서예, 쉽지만 감동은 진합니다"
 2015년 이후 서예학원을 그만둔 이후에도 수강 요청은 계속됐다. "학생들이 서예를 배울 곳이 없었어요. 남해에서 서예의 맥이 끊긴 것 같아 아쉬웠지요." 그래서 출장서예강좌를 시작한 것이 지금도 월요일 삼동 동천, 화요일 고현면 복지관, 수요일 남해도서관, 목요일은 서면복지회관, 금요일은 문화원에 나가 학생들을 가르친다.  


 보통 서예가들이 한글과 한문 서체를 두루두루 쓰지만 한돌 선생은 한글 서예를 더 권장한다. 


 한문 서체는 크게 해서, 행서, 초서, 예서, 전서 5체를 기본으로 수백 가지 서체가 있고 한글은 판본고체, 정자체, 흘림체, 반흘림체, 진흘림체 5체가 있다고 한다. 남해 유일의 한글서예가라 할 수 있는 선생이 이 5체를 익혀서 가르친다. 한글서예 교본을 선생이 직접 만들기도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한글서예가 점점 더 좋아지더군요. 한글서예는 우리말이니 한문에 비해 쉽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글씨로 좋은 내용을 담을 수 있어요. 쉽다고 감동이 떨어지는 게 아니니까요." 


 돈을 모은 것도, 이름을 날린 적도 없지만 결국 붓 가지고 생활하고 바른 자세로 좋은 글을 쓰다 보니 선생은 절로 젊어지고 행복하다. 그리고 힘 다할 때까지 서예를 즐기고 가르치는 게 지금 선생의 바람이다. 


 "내 인생이 얼마나 남았겠습니까.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때 노을이 빛나듯이 푸르던 나무에 가을 단풍이 들듯이 내 인생도 그렇게 저물어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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