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五德)이 실려 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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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五德)이 실려 오는 소리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10.01 10:32
  • 호수 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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碧松 감충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매미가 울어대던 봉천 가 버드나무
그 아래 늦더위를 귓전에 씻든 소리
처서가 닥아 오나니 너의 울음 끝인가.

 
 요즘엔 흔히들 매미가 시끄럽다고 한다. 하지만 시골에서 유·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은 이 매미소리를 그냥 들을 만하다거나 오히려 이 소리에 어린 날의 추억을 더듬어 내고는 어느새 고향마을로 마음이 줄달음 치는 사람도 많다. 


 몇 년 전 모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매미의 울음소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매미가 시끄럽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알리고 있었다. 그러나 매미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너무 편파적이었다. 매미소리에 짜증내고 싫어하는 인물들이 주로 등장하였고 마치 매미가 인간들에게 엄청난 피해만 주는 곤충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시끄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인은 너무 기계적인 소리에 길들어 있고 자연의 소리를 듣는 기능은 오히려 퇴화한 듯하다.


 매미소리는 대자연의 소리다. 매미는 여름 한철을 울기 위해 6~7년의 세월을 캄캄한 땅속에서 애벌레인 굼벵이로 산다. 땅에서 나와 울다가 불과 한 달도 못 살고 갈 뿐이다. 우리의 옛 선비들은 매미울음이 청아하다고 하여 우리를 만들어 키우면서 매미소리를 즐겨 들었다고도 하는데….


 깨끗한 나무껍질에 앉은 매미의 날개는 정말로 투명하다. 앞뒤 날개, 속과 겉이 유리알처럼 깨끗하다. 매미는 식물의 수액을 먹고 자란다. 수액이 변변치 못할 때는 그냥 아침 이슬로 만족한다. 옛 화가들은 매미의 이런 정갈한 모습을 즐겨 그려냈다. 겸재 정선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옛 문인은 이런 매미에게서 다섯 가지 덕목을 찾아냈다.


 첫째가 문(文)이다. 머리에 가는 관이 두 줄로 곧게 뻗어 있어 선비의 갓끈을 닮았음이다. 둘째가 청(淸)이다. 이슬을 마시니 맑다. 사념(邪念)과 탐욕을 버려야 함을 뜻한다. 셋째가 염(廉)이다. 곡식을 축내지 않아 염치가 있다. 넷째가 검(儉)이다. 살 집을 안 지어 검소하다. 다섯째가 신(信)이다. 철에 맞춰 오가니 믿음이 있다. 그뿐만 아니다. 룙순자룚를 보면 `군자의 배움은 매미가 허물 벗듯 눈에 띄게 바뀐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매미의 허물은 나뭇가지에 붙어있는데 그 것 또한 황금색을 띤 투명체다. 이 허물이 약으로 쓰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수집하러 다닌다. 오랫동안 땅속에서 견디느라 그 껍질마저 영양가, 약성분, 지기가 서려있나 보다.


 매미의 날개는 관모(冠帽)에도 붙어 있다. 펼친 날개 모양이 신하의 오사모이고 나는 날개 모양이 임금의 익선관(翼蟬冠)이다. 조선시대 임금이 정사를 볼 때 쓴 관모(冠帽)인 익선관(翼蟬冠)은 매미 날개 모양의 작은 뿔 둘이 위로 불쑥 솟았기에 날개 익(翼)과 매미 선(蟬)을 쓴다. 그 모자에 매미 날개가 없으면 서리, 옆으로 나면 문무백관이다. 모름지기 임금이나 신하는 매미의 오덕을 기억하라는 가르침이다.


 올여름이 다 가기 전에 몇 날쯤을 고향의 시냇가 버드나무 숲에서 쓰르라미 소리 듣는다면 올여름에 오덕의 어느 하나쯤 정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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