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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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적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10.22 10:07
  • 호수 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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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과거 우리 가족은 휴일이면 간혹 망운산을 등산했다. 땀 흘리며 산을 오를 때면 계절마다 바뀌는 자연과 내려다보이는 전경에 감탄했고 등산 후 찾은 맛집에서는 더욱 끈끈해지는 정을 나눌 수 있어 자주는 아니어도 꽃이 피고 단풍이 드는 시기에는 꼭 가족끼리 산을 오르곤 했다. 


 운동이 되기도 하고 가족 간의 화목을 다지기에 등산은 더없이 좋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뱀을 너무 무서워해서 산을 오를 때면 숲속에서 부스럭 소리만 들려도 깜짝 놀라곤 했다. 햇살 좋은 초여름 두 딸과 관대봉을 오르다 중턱쯤에서 갑자기 작은딸이 뱀! 하고 외치더니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고 큰딸은 발만 동동 구르며 내 팔을 잡고 어쩔 줄 몰라하는데 나도 너무 놀라 셋은 그 자리에 같이 얼어붙어 버렸다. 다행히 뱀은 우리를 피해서 지나갔고 아빠가 지켜주지 못한다며 투정하는 딸들의 손을 잡고 줄행랑치듯 바로 하산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로부터는 우리끼리의 등산은 더는 없었다. 살아가며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지인들과 얘기하다 차례가 돌아와 나는 뱀이 너무 싫어 가족끼리 등산도 안 간다며 그날의 일을 말하니 듣고 있던 선배가 "원시시대 때 파충류의 공격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있어 대를 이어가며 유전자 정보에 각인되어 인류 대부분은 본능적으로 뱀을 싫어한다"고 말해주는데, 그날의 부끄러움이 다소 줄어드는 기분이었다. 


 글은 고사하고 언어도 발달 되지 않았던 그 옛날 선조들은 위험요소와 존재들을 유전자 정보  속에 각인시켜 후세에 물려주고 경계의 대상들을 인지시키는 노력을 했건만 인간 외에는 더 이상의 두려운 존재가 없어진 지금은 무슨 이유로 사람이 사람을 공격해 끝없는 자멸의 길을 걷는가 의문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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