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役事)도 레트로(2022년 보물섬남해 방문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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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役事)도 레트로(2022년 보물섬남해 방문의 해)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10.29 10:20
  • 호수 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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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남해일기

 우리는 누군가를 마중하며, 또 배웅하며 시간을 보낸다. 녹음이 짙던 여름은 조금씩 조금씩 발걸음을 빼고, 알록달록한 가을이 성큼성큼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남해의 들판에는 곡식을 거둬들이고 마시멜로 같은 곤포사일리지까지 차곡차곡 만들어 가축들의 겨울준비도 한다. 일찍 파종한 시금치는 벌써 한 뼘이나 자랐다. 때맞춰 흙을 어루만지는 부지런한 농부님 덕분에 추위가 매서운 한겨울에도 파릇파릇한 남해를 만날 수 있다.
 
 시어머니나 친정엄마가 오신다거나 오래된 친구가 집으로 온다고 하면 모두 반가운 기다림이다. 그렇지만 마음은 벌써 청소를 먼저 해야 하나, 시장에 가서 생선회라도 떠와야 하나, 꽃집에 가서 꽃을 사와 꽂아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복잡미묘하다. 누구라도 우리집을 찾아오면 따뜻한 이밥을 대접하고, 햇볕이 잘 드는 청널에 나란히 누워 나무냄새를 맡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새기고 싶다. 
 
 대학 다닐 때, 동기생들은 햄버거 가게가 없고, 극장 없다는 이유로 시골출신이라고 나를`남해`라 부르며 놀려댔다. 마치 나는 이름도 없는 그 무엇처럼··· 그것으로 기죽을 내가 아니었다. 주말에 집으로 내려오면서 친구를 데려왔다. 시골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자연밥상을 함께 먹고, 까만 밤하늘의 세차게 반짝이던 별을 보여주었다. 다음날에는 금산과 보리암에서 햇볕에 비쳐 빛나던 상주은모래비치를 바라보고, 금산산장에서 산채정식을 먹고 나더니, 나의 꿋꿋한 마음이 어디서 생겼는지 해답을 찾았다고 했다. 남해는 늘 나에게 그런 좋은 에너지를 주는 곳이다.
 
 우리 남해는 1973년 6월 22일 남해대교의 개통이 경제발전의 전환점이 되었고, 관광남해로 발돋움했다. 바캉스 휴가가 유행하던 1990년대에 상주은모래비치는 부드러운 모래와 울창한 소나무숲이 각지의 사람들을 쉼 없이 불러들였다. 밀레니엄 시대 이후로는 독일마을이 이국적 경관으로 남해의 대표관광지로 꼽히고 있다. 
 우리 남해사람들이 함께 모은 저력의 결과로 보물섬을 만들어 냈다. 마을 입구의 신작로를 마을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닦았고, 좁은 골목길은 사유지를 기부해서 넓은 길로 넓혔다. 좁아서 장마철마다 범람하던 하천은 남녀노소 돌을 주워내고, 괭이질을 해서 손수 천을 넓혔다.
 
 초등학교 다닐 때 주말이면 늦잠도 못 자도록 마을이장님이 큰소리로 방송을 했다."아. 아. 회관에서 알립니다. 학생들이 있는 집에서는 모두 청소도구를 가지고 방송을 듣는 즉시 회관으로 나오시기 바랍니다. 한 번 더 알려드립니다." 언니랑 나는 이장님의 반복되는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빗자루를 챙겨들고 회관으로 나갔다. 마을회관 유리창은 호~호~ 입김을 뿜어내며 닦았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둘이 닦다가 창문에 코를 붙여 돼지코 흉내를 내며 깔깔거렸다. 마을어귀까지 길게 늘어선 가로화단은 호미로 풀을 매고, 잔가지를 정리했다. 
 
 마을의 입구부터 끝까지 골목을 빗자루로 쓸어 한 곳에 모으고, 필요없는 돌덩이들은 남자들이 끌고 다니는 리어카에 실어 파인 도로에 심거나 언덕빼기에 놓아 디딤돌로 삼거나 필요한 곳에 요긴하게 쓰였다. 애향심을 바탕으로 마을가꾸기는 주민 스스로가 해냈으며, 그것을 어른들은 역사라고 불렀다. 괭이나 삽, 호미를 들고 나가 불편한 곳을 편하게 하고, 지저분한 곳은 치우고 나무들과 꽃을 가꾸었다. 지덕노체를 기본이념으로 하던 4H활동은 학생들에게는 지역사회를 더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했다. 농촌생활을 불편해 하지 않고, 환경과 생명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실시간 학습터였다. 
 
 남해는 2022년 남해군 방문의 해를 선포하고, 손님맞이에 한창 준비중이다. 내년 남해군 방문의 해를 맞아 남해사람들이 일편단심으로 관심을 쏟고, 열정을 보이고 있다. 내 일인양 펜션, 식당, 유원시설 대표님들은 특별여행기간을 위해 할인행사에도 동참을 마다하지 않는다. 지역의 곳곳에 위치한 소공원을 사회단체의 업무협약으로 가꾸며, 손님들을 맞이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식음서비스 종사자들은 친절 서비스 교육을 받고 계신다. 서포터즈단과 남해향우분들도 팔을 걷어 붙이고, 가는 걸음마다 남해군 방문의 해 홍보에 여념이 없다.
 
 손님을 환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대접받은 손님이 되었던 때를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정갈한 음식상을 받고, 햇살내음이 나던 이부자리를 받던 때, 사근거리는 말투와 환한 웃음을 받았던 때를 생각해보자. 어디를 가던지 우리 남해의 풍광은 심쿵 할 정도로 빼어나다. 보물섬 남해에서 최고의 보물인 남해사람들이 기획하고, 준비하는 2022년 남해군 방문의 해의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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