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는 밤에도 아름답다, 밤에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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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는 밤에도 아름답다, 밤에 더 아름답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1.11.05 10:05
  • 호수 7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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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남해로 귀촌한 설치미술가 조형배(H.B. CHO)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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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5일 설천 봉우마을·읍 섬호마을서 `어두운 달` 전
오늘(4일)과 내일 봉우마을 카사리포조와 섬호마을 큰집마당에서 `어두운 달` 전시회를 여는 귀촌작가 조형배 씨.
오늘(4일)과 내일 봉우마을 카사리포조와 섬호마을 큰집마당에서 `어두운 달` 전시회를 여는 귀촌작가 조형배 씨.

 오늘(4일) 저녁 7시 강진로 401번길 봉우마을 달맞이 언덕 카사리포조(CASA-RIPOSO)라는 이름의 집에서, 또 내일(5일) 같은 시간에 강진만로 124번길 섬호마을 큰집마당(GROSSHOF)에서 이색 전시회가 열린다. 5개월차 귀촌작가 조형배(52·섬호) 씨의 `어두운 달`(DUNKLER MOND) 전이다. 기자가 기후위기 특강 취재를 위해 섬호마을 공터를 방문했던 지난달 17일 조형배 작가는 전시회 팸플릿을 직접 돌리고 있었다. 서울서 귀촌했다는 설치미술가와 그의 전시회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카사리포조의 거실에서 그를 만났다.
 
"귀촌 5개월, 남해와 사랑에 빠졌다" 
 조형배 작가는 앞서 남해로 귀촌한 건축가 천근우 대표와의 인연으로 지난 5월 남해읍 섬호마을로 귀촌했다. 그리고 귀촌 5개월 만에 "남해와 사랑에 빠져 사귀는 중"이다. 그 첫 번째 결실로 이번 `어두운 달` 전을 마련했다. "`어두운 달`(DUNKLER MOND)은 우리말로는 그믐달이에요. 그믐달은 달 중에서 가장 작은 달이어서 거의 안 보입니다. 그야말로 깜깜한 밤이지요."


 그는 칠흑 같은 남해의 밤에 주목했다. "검은색이라고 다 같지 않아요. 작가의 눈으로 보면 뭔가 신비롭고 감춰진 깊이들이 그 안에 있어요. 그 느낌이 무서울 수도 있지만 가득 차 있는 느낌으로도 다가옵니다." 조 작가는 이것을 남해에서 많이 보고 느낀 인상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 인상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 남해의 공간으로 노도에 있는 서포 김만중의 허묘를 지목했다. "노도 김만중문학관으로 가는 길에 서포 선생의 허묘에 들렀어요. 유배문학의 거장 서포 선생의 허묘라기에 대단한 뭔가가 있을 줄 알았지요.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요. 비어 있었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곳에 쌓여있는 돌멩이 하나를 주워다 작업을 해볼까 싶어 가까이 가봤는데 못 가져가겠더군요. 무언가가 서려 있는 것 같았죠. 비어있어도 존재감이 있었어요."  


 조 작가는 남해의 자연 경관이나 환경은 낮에는 완벽하지만, 밤에 보는 깊이야말로 남해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전시회 팸플릿에 "남해는 밤에도 아름답습니다. 밤에 더 아름답습니다"라고 선언한다.  

 그렇다면 그 어둠을 어떻게 구현하겠다는 것일까. 


 "표현할 수 있는 재료는 어둠이에요. 어둠으로 빛을 대비시키기보다 어둠 그 자체에 집중하려 하고, 카사리포조 외벽에 달 이미지들을 쏘아 보여주려고 합니다."


 둔클러 몬트, 전시회 당일인 11월 4일과 5일이 마침 그믐달이 뜨는 날이고 관람객들은 가장 깜깜한 그믐밤의 달과 어둠을 마주하게 된다. "어떤 달들은 보면서 외로움, 어머니 같은 주제들, 우리가 알고 있는 미워하는 감정, 개인의 표현할 수 없는 약점들을 생각하게 하지요." 
 
주민들 삶 안으로 들어가는전시 기획
 조 작가는 원래 기독교 신학을 전공했지만 1997년 독일로 가서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을 졸업하고 작품 활동을 해왔다. 올해 남해에 정착해 아내와 오붓하게 살며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과 정신적 문화유산을 다양한 매체로 표현하고 있다.


 서울과 독일에서 살다가 호주에서도 3년, 제주도에서 1년을 산 그가 남해에 정착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천근우 대표의 비전과 카사리포조였다고 한다. "카사리포조는 이탈리아어로 쉼집, 영혼의 쉼터라는 의미입니다. 사랑과 자비라는 보편적 가치들과 기독교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지요. 이 가치들을 바탕으로 남해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인생 후반기를 보낼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남해에서의 첫 전시회 이후 그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일단 남해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설치미술, 대지예술, 조각, 사진 등 남해에서 할 수 있는 부분들을 남해 사람들과 나눌 생각입니다. 전시회도 기존 갤러리에서보다는 일반 주민들의 집, 헛간 등에서 하는 전시, 그냥 그들의 삶 안으로 들어가서 하려고 합니다. 남해에서 그런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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