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면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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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면역력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11.12 10:14
  • 호수 7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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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 본지 칼럼니스트
이 현 숙본지 칼럼니스트
이 현 숙본지 칼럼니스트

 "상대방이 공격하면 막아 내든 피하든 빠져나오든 하라고. 그리고 녹다운이 되어 봐야 본인 스스로 챔피언이 될 만한 역량이 있는지 알게 되지." 복싱을 소재로 제작한 할리우드 영화 <크리드>에 나오는 대사다. 


 여느 스포츠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권투 선수 역시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경기에 출전한다. 공격형 선수라면 선제공격으로 기선을 제압한 뒤 그 여세를 끝까지 몰아붙이려 할 것이다. 반면에 수비형 선수는 방어에 집중하다가 상대 선수의 체력이 바닥나는 순간 한 방의 결정타를 노릴지 모른다. 


 변수는 맷집이다. 왜냐하면 선수마다 매를 견디는 힘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맷집이 강한 선수에게는 큰 타격이 되지 않는 어퍼컷·훅·스트레이트·잽이라도 맷집이 약한 선수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맷집은 권투 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맷집이 지닌 일종의 방어막 기능 때문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병에 걸려도 어떤 사람은 병마에 항복당하고 어떤 사람은 병마를 항복시킨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맷집이 그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맷집의 동의어라 일컬어 손색없을 만한 단어를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면역력`이다. 면역력은 병원균이나 독소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몸을 방어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 같은 신체적 면역력은 인체 내 적혈구·백혈구·혈소판이 올바로 기능함으로써 강화된다. 반면에 심리적 면역력 즉 마음 면역력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 형성된다. 고난 극복의 경험이 풍부할수록 면역력이 향상되는 것은 당연하다. 


 마음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반드시 회복되어야 할 정신적 요소는 자신감과 자존감이다. 만족함을 모른 채 자신을 항상 부족하고 모자란 존재로만 치부하게 되면 심신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설령 천하를 얻는다한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또한 남의 흉내를 내느라 자기다운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런 현상은 주로 타인과 비교하기가 습관화된 이들에게서 나타난다. 자신의 품성이나 능력 또는 소질에 맞춰 삶의 원칙과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삶이란 유한한 시간 속에서 무한한 아픔을 견뎌 내는 과정이다. 삶이 존재하는 곳이면 그 어디든 시련이 함께한다. 이는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냉엄한 자연의 법칙이다. 다만 고난은 머무름이 아닌 지나감이라는 속성을 띤다. 그러므로 들어온 자리가 있으면 나가는 자리도 있게 마련이다. 더욱이 고난을 성장의 씨앗으로 삼으려는 의지가 있다면 절망의 끝에서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름의 목적의식을 가지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간다. 물론 지금껏 세파에 맞서 고군분투한 것만으로도 꽤 잘 산 인생이다. 그런데 타인에게는 곧잘 위로와 칭찬의 말을 건네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인색하고 엄격하기 짝이 없다. 이제부터라도 내 안의 나를 더 돌아보고 자중자애하면서 살아보면 어떨까 한다.


 그동안 모진 세월을 참고 견디느라 무던히도 애쓴 자신을 양팔로 힘껏 보듬어 주자. 그리고 타인의 칭찬과 박수를 기다릴 게 아니라 기꺼이 셀프 칭찬을 해 보자. `그만하면 충분해`, `참 수고 많았다`, `나는 내가 자랑스러워`, `나는 나를 사랑해`라고. 


 출세나 물질적 풍요만이 전부는 아니다. 비록 삶이 우리를 시험에 빠뜨릴지라도 좌절하지 말고 꾸준히 마음 면역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모르핀보다 강력한 행복 호르몬인 엔도르핀이 우리 안에서 샘솟듯 솟아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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