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아이들이 어우러진 풍경, 동화 속 한 장면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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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아이들이 어우러진 풍경, 동화 속 한 장면 같아요"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1.11.19 10:35
  • 호수 7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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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상주초 학부모동아리 `꽃엄마`
마을과 학교에 아름다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상주의 꽃엄마들. (왼쪽부터) 김미선, 김문선, 오효순, 강미현, 신혜란, 문현주 씨. 그리고 `꽃아기` 임서진 군과 공정윤 양.
마을과 학교에 아름다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상주의 꽃엄마들. (왼쪽부터) 김미선, 김문선, 오효순, 강미현, 신혜란, 문현주 씨. 그리고 `꽃아기` 임서진 군과 공정윤 양.
꽃엄마들이 채종한 씨앗과 꽃차로 쓸 천일홍.
꽃엄마들이 채종한 씨앗과 꽃차로 쓸 천일홍.

 상주초등학교(교장 안영학, 이하 상주초)에 아름다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상주초 `꽃엄마들`이 활동하고부터다. 지난 4월 상주초 학부모동아리 `꽃엄마`가 결성됐다. 초창기 회원 신혜란(44), 오효순(43), 김미선(39), 문현주(37) 씨로 시작해 이제는 강미현(43), 김현진(47), 임종완(44), 예원영(40), 김문선(38) 씨까지 모두 9명이 됐다. 여기에 현주 씨 딸 공정윤(3) 양과 문선 씨 아들 임서진(3) 군은 엄마 따라 꽃밭 나들이하는 `꽃아기`들이다. 


 이들 모두 작년부터 시작된 상주초 작은학교 살리기 프로젝트로 상주로 이주해온 귀촌인이다. 마을에서 함께 아이들을 키우고 학교와 마을을 `살리는` 일에 기본적으로 마음을 쏟을 줄 아는 이들이다. 


 "꽃을 좋아하고 꽃을 통해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하는 활동이 생기면 좋겠다 싶어 꽃밭동아리를 제안했어요. 마침 학교에 방치된 화단이 있어서 처음에 그 공간에 꽃을 심으면 어떨까 생각해서 시작했지요." 꽃엄마들의 리더 격인 신혜란 씨의 말이다. 꽃엄마들은 폐허처럼 보이는 낡은 시멘트벽에 페인트칠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모종을 사서 심을 수도 있었지만 굳이 씨앗 발아시키는 방법을 배우고 싹을 틔워 꽃밭에 옮겨 심었다. 

학교 안에 방치돼 있던 온실은 `꽃엄마`의 아지트가 됐다.
학교 안에 방치돼 있던 온실은 `꽃엄마`의 아지트가 됐다.

 "모종은 시간을 사지만 씨앗은 꿈을 사는 거라는 말이 확 와 닿았죠. 과연 직접 싹을 틔우니 그 식물을 보며 설레고 마치 반려식물처럼 느껴지더군요. 아이들도 싹이 언제 트는지 아침마다 들여다보고 안부를 묻고 물도 주고 음악도 들려주고. 그 과정 하나하나가 소중한 경험이었지요." 


 학교 측과 안영학 교장의 환대와 지원 또한 감사한 일이다. "교장선생님이 늘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어요. 올 때마다 음료며 모기기피제며 캠핑의자까지 세심하게 챙겨주고 따뜻한 말씀도 잊지 않으셨지요."    


 꽃엄마들은 4월부터 갖가지 계절 꽃의 씨앗을 발아시켜 심었다. 백일홍, 달리아, 한잎세이지, 분꽃, 로즈마리, 레몬밤, 캐모마일, 핼리크리섬, 천일홍, 해바라기, 한련화, 수레국화, 풍선초, 구절초 등등. 식목일엔 남해군이 지원해준 연산홍도 받아다 빈 화단과 주차장 입구 쪽에 심었다. 


 아이들이 매일 중간놀이 시간이면 꽃밭에 와서 꽃향기를 맡고 채종도 하고 나비를 관찰하고 흙놀이 겸 꽃놀이 겸 모종삽질하며 놀다가니 생태놀이터가 따로 없다. 화단에 가득 핀 꽃을 활용해 원데이클래스로 꽃꽂이도 하고 허브 스머지도 만들었다. 온갖 종류의 나비와 곤충이 꽃밭을 찾아든다. 어느 날엔 벌새가 날아와 꿀을 빠는 자연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희귀한 장면도 볼 수 있었다고. 덕분에 학교 화단과 아이들 집은 늘 4계절 꽃으로 넘쳐나고 생태감수성도 무럭무럭 자라났다. 


 "꽃이 가장 화려하게 필 때 꽃밭에 평상을 옮겨다 테이블을 만들어 야외수업을 하던 날은 그야말로 동화책 속 한 장면 같았어요. 꽃과 아이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정말 하나의 선물이었지요." 


 꽃엄마들은 꽃밭 공간을 마을의 공유꽃밭처럼 조성하고 싶었다. 벽돌, 나무, 광고판, 강아지 펜스 등 마을에서 버려지는 재활용 재료들을 모아 꽃밭을 꾸몄다. 몇 년간 방치돼 있던 학교 온실도 힘 모아 대청소를 했더니 그 안에서 보물을 발견했다. 얼마 전에 이주한 문선 씨가 주도해 온실서 발견한 선인장을 토분에 옮겨 심고 천일홍 꽃차도 만들었다. 모든 걸 자연에서 얻고 재활용하니 크게 돈 들 일도 없었다. 겨울에도 밀짚모자와 장화, 장갑 등을 착용하는 독특한 꽃엄마 옷차림은 마을에서도 소문이 자자해져 동네사람들도 알아보기 시작했단다. 


 올해 꽃엄마들이 틈틈이 아이들과 함께 채종한 꽃씨들은 곧 있을 보물섬 행복교육지구 행복축제에서 나눔을 할 계획이다. 온실에서 발아시켜 모종으로 키운 꽃들은 내년엔 학교뿐 아니라 마을 곳곳에 심어 마을공유꽃밭도 조성할 생각이다. "꽃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마을에 꽃씨가 필요하면 나눌 생각이에요. 계절마다 피는 꽃들로 마을을 가꾸고 그걸 통해 어른아이 할것없이 서로 친밀해지고 자연과 가까워지기를 바랍니다." 


 꽃엄마들이 일으킨 아름다운 변화가 학교 담장을 넘어 마을 곳곳에서도 일어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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