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나 하고 싶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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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하고 싶어 하는데
  • 전병권 기자
  • 승인 2021.11.26 10:02
  • 호수 7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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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초등학교 인라인부가 정식 연습장이 없어 주말에는 스포츠파크 주차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성명초등학교 인라인부가 정식 연습장이 없어 주말에는 스포츠파크 주차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5시 35분 남면 공설운동장 조명탑에 불이 들어왔지만 경기장 안에는 전혀 빛을 비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보물섬남해FC U-15 아이들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5시 35분 남면 공설운동장 조명탑에 불이 들어왔지만 경기장 안에는 전혀 빛을 비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보물섬남해FC U-15 아이들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스포츠파크 비자구장에서 훈련 중인 보물섬남해FC U-12 아이들. 저녁 6시가 넘어가자 불빛이 없어 승합차 불빛을 빌려 훈련하고 있다. 카메라 불빛이 없었다면 신문에 쓰기 어려울 정도로 까만 사진일 뿐이다.
스포츠파크 비자구장에서 훈련 중인 보물섬남해FC U-12 아이들. 저녁 6시가 넘어가자 불빛이 없어 승합차 불빛을 빌려 훈련하고 있다. 카메라 불빛이 없었다면 신문에 쓰기 어려울 정도로 까만 사진일 뿐이다.

 

 이 기사를 보고 있는 당신은 의아할 것이다. 밝은 사진 1장과 어두운 사진이 2장이 배치돼 있으니 말이다. 3장의 사진은 밝기를 조절하지 않은 원본 사진이다. 


 필자는 연령, 성별 등 관계없이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싶어 하고, 시도하는 사람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대상이 사회적 약자라면 더 응원하고 도와주고 싶다. 환경이 부족해서 여건이 그렇지 못해서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 답답함이 차오른다. 
 그런 차원에서 남해군의 아이들에 대한 사례를 두 가지 소개한다.


 경남 초등학교 중에서는 성명초등학교만큼 인라인스케이트(이하 인라인)를 잘 타는 학생들이 있는 학교가 없다. 성명초 인라인부는 경남초·중종합체육대회에서 매년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메달을 따서 남해군의 위상을 높일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다. 물론, 경남에서 인라인부를 운영하는 초등학교가 적은 편이다 보니 수상에 대한 부분은 다른 종목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대회를 떠나서도 성명초 인라인부는 의미가 남다르다. 성명초는 남해읍과 떨어진 서면에 위치한 유일한 초등학교다. 문화 놀이 시설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아이들은 인라인스케이트 타기를 선호하한다. 특히 성명초 인라인부 출신 아이들이 중학교로 진학해도 주말에는 동생들을 봐주고 인라인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성명초 인라인부는 정식 연습장이 없다.


 학교를 마칠 시간쯤 방문하니 아이들이 학교 강당에 모여 연습하고 있었다. 정식 경기장보다 턱없이 부족한 면적이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매주 토요일에는 스포츠파크 주차장에서 연습한다. 오전 9시 주차장에 있는 크고 작은 돌을 줍는 게 아이들의 훈련 전 첫 일과다. 그렇지 않으면 비싼 인라인스케이트가 망가지는 일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매년 메달을 딸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훈련 장면들이다.


 또 하나의 사례는 보물섬남해FC, 남해군 축구 유소년팀이다. U-12와 U-15 초·중학생들로 구성된 아이들은 대부분 외지에서 축구 하나만을 보고 남해행을 택했다. 


 지난 22일 보물섬 행복교육지구 축제를 미조에서 마치고 상주와 남면 일대를 돌다가 아이들의 훈련장면을 목격했다. 남면 공설운동장에서 중학생 아이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운동장에 필자가 도착한 시간은 4시 40분. 중학생들이 하교 후 10분 정도 지난 시간이다.


 전국에서도 인정받는 남해초등학교 축구부를 이어받은 보물섬남해FC 훈련 모습이 궁금해 지켜봤다.


 오후 5시 겨울이라 그런지 해가 유독 짧게 느껴진다. 감독과 코치의 지시사항 등을 듣고 몸 풀기를 마치고 대형을 갖추는 아이들. 뛰고 공을 주고받는 등 여러 훈련을 하고 있다.  시곗바늘은 5시 25분을 가리킨다. 이제야 경기장에 설치된 조명이 켜진다. 조명탑 7개 중 5개만 불이 들어온다. 그 중 전구 몇 개는 깜빡이거나 희미한 불빛을 내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는 것들도 있다. 그렇게 10분이 흘렀다.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 좀 더 잘 보기 위해 눈살을 찌푸리게 됐다. `슈팅 연습은 할 수 있을까? 아니 각 포지션별 훈련이나 기술적인 훈련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초등학생들의 훈련이 궁금해졌다. 서면 스포츠파크로 자리를 옮겼다.


 도착 시간 저녁 6시, 진귀한 광경을 목격했다. 비자구장 모서리 두 곳에는 승합차 2대가 불빛을 비추고 그 속에서 아이들이 마무리 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남면 공설운동장의 조명도 굉장히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비자구장은 조명 자체가 없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훈련 중인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지만 너무 어두워 카메라 불빛을 사용하겠다는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은 "오 밝아요"라고 말한다.


 더 이상 민폐를 끼치기 싫어서 평소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진을 찍고 감독에게 훈련 시간을 물었다. 감독은 저녁 7시까지 훈련을 진행하기 위해 간혹 승합차 불빛까지 켜서 훈련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가 빨리 지기 때문에 이 시간대에는 마무리 몸 풀기 운동을 한다고 전했다. 겨울에는 해가 짧아서 6시 30분까지 훈련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스포츠파크 나비구장과 바다구장에는 조명탑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훈련할 수 없는 어른들의 속사정이 있어 보인다. 전국 명문 팀으로 손꼽히는 남해유소년팀이 이런 환경에서 훈련하다니 과연 명성에 맞는 대우인가? 명성을 쌓는 건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가능하지만, 한 번 무너진 명성을 회복하는 데에는 10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열악한 환경마저도 과정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반응이 더 안타까웠다.


 아이들이 이렇게나 하고 싶어 하는데 군청이든 교육청이든 학교든 체육회든 누구든 어디든, 어른들은 아이들이 꿈꾸고 소망하는 바를 지원해줄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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