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떨어질 때
상태바
낙엽이 떨어질 때
  • 남해타임즈
  • 승인 2021.11.26 11:15
  • 호수 77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충국의 시대공감

 겨울은 다시 오지 않을 듯 여름은 뜨거웠고 가을을 만끽하기도 전에 바람과 함께 추위가 찾아왔고, 늘 푸르름을 보여줄 것 같던 잎이 노랗게 물들기 무섭게 떨어져 조그마한 바람에도 가볍게 뒹군다.


 하늘이 내리는 물과 바람에 스스로 떨어트린 낙엽만으로도 끝없는 생명을 만드는 나무는 어떠한 인위적인 영양분이 없어도 끝없는 생명을 만들고 유지한다. 주변 도움 없이 살아가는 나무의 입장에서는 여름날의 잎들이 겨울을 맞이하며 고스란히 그 자리로 떨어져 자신의 자양분이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짓궂은 바람이 귀중한 낙엽을 다른 곳으로 옮겨도 나무는 당황하거나 슬퍼하지 않아 보인다.


 도로 옆의 가로수가 잎을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떨구어 늦가을의 쓸쓸함을 더해도 결국은 흙으로 돌아갈 것을 알기에 서글픔은 부질없는 짓은 아니다.


 해마다 잎을 떨구는 낙엽송 옆 사철 푸른 나무가 바람이 옮긴 잎의 양분을 얄밉게 먹어도 해가 바뀔 때마다 낙엽송은 결코 낙엽 떨구기를 멈추지 않는다.


 살아가며 행해지는 봉사가 꼭 이 낙엽 같다. 계절이 바뀔 때면 아무 조건 없이 또 누구에게 흘러가 자양분이 되든 떨구는 낙엽처럼 후회도 아쉬움도 없이 당연해야 한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움직임조차 할 수 없는 나무가 사람보다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척박한 바위에도 뿌리를 내려 살아가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이유가 종족에게 도움이 되는 낙엽을 떨구고 죽어서도 주변 토양에 거름이 되는 일들을 당연시하기 때문이 아닐까?


 깊어가는 가을 떨어지는 낙엽의 아름다움에 숨은 순리의 봉사를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