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전야

독자시

2015-04-21     남해타임즈

 

소풍전야

내일 아이들이 소풍을 간다는데

김용엽 시인

용돈을 못 준다
누가 술집에서 나를 부른다
훤칠한 미인이 즐비한 술집
어둠이 부끄러움을 막아주는 시간
풍만한 가슴에 퍼런 뭉텅이
돈을 찔러주는 사람에게
아이들 용돈을 좀 줄 수 없냐고 말하려다
용기 없는 나는 미인의 가슴만 구경했다
아이들 들뜬 소풍처럼
생판 낯선 여성의 가슴 구경도 소풍이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괜히 길바닥 빈 세제통이나 차며 돌아오던
전기가 끊기고 조각달이 뜬 그 밤
동사무소 앞에서 주운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아비 행세 겨우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