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련

류 혜 란 | 시인 (삼동면 독자)

2019-01-03     남해타임즈

사람에 가닿고파 쓸쓸할 때엔
신께 가닿을 때와 같이

소박한 마음을
덩어리째 마련해두라

사랑을 서약하듯 거푸거푸
차를 우려내 나누고

헌 옷 두둑이 차려입으니
장작은 느릿느릿 아껴 태워도 좋으리

달빛처럼 하얀 흠 달고서
옮겨오는 마음덩어리

아아, 이것은 사랑이 맞아
우리 맞닿고 있구나, 울걱해지도록

소박한 마음을 마련한 우리로부터
신은 달아날 궁리 못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