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을 대비하는 민방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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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날을 대비하는 민방위(1)
  • 장현재
  • 승인 2009.11.19 19:00
  • 호수 1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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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은 봄날 둘째 녀석이 울고 있다는 문구점 아저씨의 전화에 아이 엄마는 황급히 집을 나섰다.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아이는 엄마를 보자 구세주를 만난 듯 가방도 팽개치고 안겼다. 누가 놀린 것도 때린 것도 아니었다.
연유인즉 학교를 파하고 교문을 막 나서는 순간 높고 긴박한 진동수의 사이렌 소리와 함께 대피하라는 경찰 아저씨의 손짓을 보고 당황해 일어난 일이었다. 공교롭게도 집에 오는 시간과 훈련하는 시간이 겹친 일이었다. 오후 2시에 울린 훈련 공습경보의 사이렌 소리는 세상 나들이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아기새에게는 놀랄 일이었다.
저녁이었다. 조금 진정이 됐는지 민방위 훈련이 무엇이냐 묻는다. 자세한 설명보다는 위급한 일이 닥쳤을 때 신속히 대피하고 나와 이웃이 서로 협력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연습이라고 말하자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면 시간의 흐름과 함께 민방위 훈련에 관한 생각도 많이 변하였다. 연세 지긋한 세대의 생각들은 변화하는 사회상에 탈색돼 전시관 한쪽으로 밀려나고 있지만 개인주의가 넘쳐나는 지금 세대의 국가관을 개탄하며 시사계기교육의 중요성을 들먹이곤 한다.
지난 5월 아이들과 함께 서부전선 최전방 도라전망대와 국립 아산 현충원을 찾은 일이 있다. 남부지방은 모내기가 한창이었지만 도라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비무장 지대는 지난겨울 흔적을 담은 억새풀 속에 묻힌 봄이 초록을 피우며 잠을 깨고 있었다.
더이상 갈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북방한계선 너머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에 고정되었지만 아이들은 무슨 신기한 곳을 보는 것처럼 고성능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픔의 현장에 있으면서도 그 아픔을 모르는 것이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민방위 하면 지나간 많은 일들을 풀어낸다. ‘~나라위해 바친 몸 다시 바치러, 민방위 깃발아래 굳게굳게 뭉쳤다.’는 민방위 노래의 일부분이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기념일이나 행사일마다 전교조회 때 의식행사를 하였다. 방학 중에도 공휴일, 기념일은 등교해 행사를 했다. 그리고 가슴에는 고딕체로 인쇄된 내용을 깃으로 달았다. 그래서 깃을 다는 가슴팍 자리는 옷핀의 횡포에 올이 뜯어지는 일이 많았다.
그런 행사의 반복들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무슨 날이다 하면 그 행사와 관련된 노래가 생각나곤 한다.
요즘 아이들은 기념일이나 계기행사에 큰 뜻이 없다. 편하고 쉬운 것에 젖어 전교조회한다면 소리부터 지른다. 심지어 애국가도 4절까지 모두 외는 아이들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생활수준 향상으로 여유로움과 편리함이 넘치다 보니 전체 모임이나 단체 활동을 귀찮게 여긴다. 그래서인지 교육에서도 봉사와 희생이라는 마음을 갖기 위해 그 활동을 점수화 시키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런 상황을 아이들만 탓해야 할 것인가? 어른들도 마찬가지이다. 불과 몇 년 직장 민방위대에 편성되기 전 정기적으로 소집교육을 받았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 중에는 바쁜 사람 불러놓고 무슨 교육이냐고 불평하는 사람도 많았다. 물론 나도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다.

※ 위 글은 소방방재청 주관 2009년 제34회 민방위대 창설 기념수기 전국공모대회입상작입니다. 2회에 나눠 싣습니다.

장 현 재
남해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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