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재활원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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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재활원을 다녀와서
  • 서동열 일경(남해경찰서 경비작전계 112타격대)
  • 승인 2009.11.26 16:19
  • 호수 1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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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회에서 대학 재학 중 봉사동아리에 들면서 봉사활동에 대한 생각이 바꼈다.

한번은 전주에 있는 ‘예수재활원’이란 곳에 봉사를 가게 됐다. 그곳에 있는 아이들 대부분은 바닥에 누워서 하늘만 쳐다보기만 하는 아이들이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들을 씻겨주고 밥을 먹여주고 같아 놀아주면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 봉사에서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과 놀면서 청소도 하고 맛있는 점심도 먹었다.

이곳에서는 점심을 먹은 후에 한시간 정도 찬양집회를 하는데 그때서야 이곳 원장님이 목사님이라는 걸 알았다.

원장님의 기도로 찬양집회가 시작됐지만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아 찬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그저 바라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처음에는 조용한 분위기의 찬양으로 시작돼 뛰어놀던 아이들도 숙연해지고 조용해졌다.

아무 생각없이 뛰어놀기만 좋아하는 아이들 인줄 알았는데 찬양집회에 집중하는 모습에 조금 놀랐다. 기도를 해주겠다며 내 손을 꼭 잡는데 그렇게 부드럽고 따뜻할 수가 없었다.

찬양이 중반쯤 지나자 분위기를 바꿔서 신나는 찬양을 하기 시작했다. 어눌한 말투지만 열심히 따라 부르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신나게 춤을 추면서 즐거워하는 친구도 있었다.

말을 못하는 한 친구는 옆에서 박수만 치고 있는 나를 끌어 즐겁게 찬양하고 있는 무리에 끼워줬다. 그들은 찬양에 서먹해하는 동아리 친구들을 먼저 챙겨주고 웃어주며 마음까지 따뜻하게 녹여줬다.

찬양집회는 정말 즐거웠다. 어찌나 열정적으로 찬양을 하고 즐거워하던지 처음 봉사를 시작할 때 느꼈던 ‘불쌍하다’는 감정이 머쓱해질 정도였다.

그렇게 일정이 끝나고 동아리 친구들과 모여서 느꼈던 점을 나누는데 하나같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우리가 잘난 것이 아니었다면서 우리가 배우고 느낀게 더 많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감사하며 살 줄 알고, 무표정으로 차갑게 보일 때가 많지만 사실은 굉장히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이 친구들은 우리가 모든 것을 보태줘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들을 통해서 우리가 받는 것이 더 많았다.

이날의 봉사활동은 내가 지금까지도 즐겁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사할 수 있게 해준 커다란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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