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마을의 크리스마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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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마을의 크리스마스트리
  • 석숙자(독일마을 주민대표)
  • 승인 2009.12.10 17:55
  • 호수 1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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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린 한장 달랑 남은 달력이 쓸쓸해 보이는 12월이다. 2009년도 며칠 뒤면 우리들의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독일만큼 꾸미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11월 말이 되면 집집마다 분주해진다. 올해는 어떤 모습의 트리를 정원에 세울까하고 가족회의를 하고 결정한다. 12월이 되면 어느 집 정원을 봐도 정성스럽게 만든 트리들이 서 있다.

거리마다 골목마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장식된 12월의 독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황홀하다. 특히 성당의 대형트리는 내 생전 잊을 수 없다. 처음 본 순간 숨이 멎을 듯했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정성들여 꾸민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에서는 신비감마저 들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종교를 떠나 모든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나는 어릴 적에 교회를 다니지 않았었지만 크리스마스 날에는 동네 친구들과 함께 교회에 갔었다. 크리스마스 날 교회에서는 떡과 엿에 무친 튀긴 옥수수 따위의 먹을거리를 줬고 재미있는 연극도 했다. 눈 쌓인 어두운 길을 송진이 묻은 솔가지에 불을 밝히고 교회를 갔었다. 아득히 먼 옛날의 한 추억이다.

작년부터 독일마을에도 도로 중심에 트리를 세웠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큰 방울, 작은 방울, 여러 모양의 별들 우리의 정성을 담은 크리스마스트리다.

저녁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별들을 보면서 나는 환희에 떤다. 우리는 12월 1일부터 2010년 1월 15일까지 트리에 불을 밝힌다.

저물어가는 2009년을 허공 속에 날려 보내고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며 새로이 희망에 찬 신년을 맞는 행사다. 작년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트리를 보며 칭찬했다. 올해는 더 아름다운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웠다.

흘러가는 세월을 낚을 수 없듯이 한번뿐인 우리네 인생 늘 아름다운 생각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면 우리네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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