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가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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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가꾸자
  • 서관호(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09.12.10 22:32
  • 호수 1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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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짊어지고 앉아 바다를 품고 사는 사람들! 우리 남해군민의 모습이다. 남해는 우리나라 섬 중에서도 산지비율이 매우 높아서 무려 68%가 산이다. 그러니까 우리 남해의 가장 큰 자원은 바다이고 그 다음 자원은 산이지만 바다보다 산이 더 가깝다. 더욱이 우리 조상들은 산을 잘 이용하여왔으므로 단순한 산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었고, 자원의 보고였다.
크게는 약 500년 동안 섬 전체가 목장이었던 창선, 한 때 목장이었던 금산, 명산대찰들의 절터, 성벽과 봉수대 등 군사시설, 창호지의 원료인 닥나무 산지, 당시의 유전(油田)이었던 비자림이 있는가 하면, 38경의 이름과 전설을 만들고 다듬어온 금산의 비경 등 이루 다 손꼽을 수조차 없다.
최근에도 우리의 산은 관광명소, 휴양지, 등산코스, 임산물 생산지 등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소득에 있어서도 농산소득을 앞지르는 것도 있다.
창선 동부지역의 고사리는 400여 ha에서 60억원 가량의 소득을 올리고 있고, 이미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골프장 등 산지가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재산 액면가에 비해 엄청나게 크다.
이러한 천연자원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며 생산성이 높게 경영해나가는 것이야말로 결코 군정의 후순위가 될 수 없는 중차대한 일로써 미래를 멀리 내다보는 종합계획과 단계적 추진이 절실하다. 이를 토대로 한 산주들의 투자와 기업가 또는 임차인의 육성에 이르기까지 획기적인 발전을 기대하면서 이에 따르는 몇가지 제언을 밝혀두고자 한다. 
먼저 산불조심!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앞서 산의 혜택을 일부 열거했으나 산을 돈으로 헤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60년대 초에 송충이가 소나무를 멸종시키다시피 한 때가 있었다. 그때 바다 위에 떠 있던 민둥산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불이라도 나서 검게 타버린 모습은 상상만 해도 더욱 끔찍한 일이거니와 그 오랜 기간의 피해를 어찌 감내할 것인가? 혹여, 누가 산에서 담배라도 피는 사람을 발견하면 자리를 떠나지 말고 지켜내는 눈초리가 없고서야 우리 터전을 누가 지켜주겠는가?
다음은 입산금지다. 가령 창선 북부지역의 경우 80년대에 춘란 수억원어치를 도난당했다.
그때 우리 지역민들이나 산주들은 춘란이 돈인 줄을 몰랐고, 그냥 취미로 몇뿌리씩 캐어가는 줄만 알았다. 당시에 창선 춘란을 취급했던 장사꾼들의 말에 의하면 적어도 2~3억 원어치는 거래했다고 하니 얼마나 통탄할 일인가? 춘란뿐만 아니라 이제는 송림이 우거져서 조만간에 값비싼 송이버섯이 생산될 수도 있는 산으로 무상출입을 하게 하는 것은 곳간을 열어두고 식량을 지키는 어리석음과 무엇이 다르랴!
그리고 구역화와 생산 인프라의 구축이다. 가령, 국립공원지구, 풍력발전시설지구, 관광위락시설지구, 산림자원보존지구, 유실수재배지구, 휴양림 및 수목원조성지구, 경제림육성지구, 목장지구, 신소득작물재배지구 등으로 구획하고 그 구역에 알맞은 관리와 경영에 효과적인 임도 등의 관련 인프라를 속속 구축해가는 일이다.
그래야만 투자가 가능해지고, 생산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골프장 등 일단의 산지개발사업을 할 경우에는 인접 산지와의 연계성을 감안한 개발계획의 수립과 허가에 관한 권한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유휴지의 조속한 조림이다. 농업인구의 감소와 노령화로 산비탈에 일구었던 농경지들이 휴경상태로 방치된 곳이 눈에 띈다. 미래를 내다보는 조림이 되도록 지원하고 독려함이 시급하다.
왜정 때 조림했던 창선학교림은 30여년만에 재목이 됐고, 60년대 국토개발대가 심은 곳곳의 리기다소나무 또한 이미 재목이 됐다. 일본의 편백림과 캐나다 단풍나무와 참나무숲을 보면 우리는 미래를 보는 눈이 숲속보다 어둡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주마간산(走馬看山)이란 말이 있다. 이따금 쳐다보는 고향산천에서 필자가 발견한 것은 이것이 고작이지만 정작 눈을 뜨고 바라보면 섬 전체가 보석이고, 그것도 무진장이 아닐까 한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달려가고 싶고 덥석 껴안고 싶고 입맞춤하고 싶은 내 고향! 남해는 지금 비록 인구가 감소하고는 있지만 발전의 황금기를 맞고 있다.
제2남해대교와 경전대교가 놓이고 남해안프로젝트가 성과를 거두는 때가 되면 보물섬은 더욱 빛나고 인파는 해파를 무색케 할 앞날이 벌써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보물섬 중에서도 핵심 보물창고인 산지가 더욱 빛나고 유익할 수 있도록 모두의 경주를 재촉하는 바이다.  

 

서 관 호
시인,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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